산수간에 집을 짓고 - 임원경제지에 담긴 옛사람의 집 짓는 법 참 우리 고전 7
서유구 지음, 안대회 옮김 / 돌베개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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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떠도는 속된 이야기 가운데에는 그럴듯한 이치가 담긴 것이 없지 않다. 다음 이야기도 그중의 하나다.
옛날에 몇 사람이 상제上帝에게 하소연하여 편안히 살기를 꾀하려고 하였다. 그중 한 사람이 "저는 벼슬을 호사스럽게 하여 정승 판서의 귀한 자리를 얻고 싶습니다"라고 하니 상제가 "좋다. 그렇게 해주마"라고 허락하였다. 두번째 사람이 "부자가 되어 수만 금金의 재산을 소유하고 싶습니다"라고 하니 상제가 "좋다. 네게도 그렇게 해주마"라고 대답하였다. 세번째 사람은 "문장과 아름다운 시로 한 세상을 빛내고 싶습니다"라고 하자 상제는 한참 있다가 "조금 어렵지만 그래도 그렇게 해주마"라고 답을 하였다. 드디어 마지막으로 한 사람이 나와 이렇게 말했다. "글은 이름 석 자 쓸 줄 알고, 재산은 의식衣食을 갖추고 살 만 합니다. 다른 소원은 없고 오로지 임원林園에서 교양을 갖추며 달리 세상에 구하는 것 없이 한 평생을 마치고 싶을 뿐입니다." 그러자 상제는 이맛살을 찌푸리면서 이렇게 답했다. "이 혼탁한 세상에서 청복淸福을 누리는 것은 가당치도 않다. 너는 함부로 그런 것을 달라고 하지 말라. 그 다음 소원을 말하면 들어주겠다."-14쪽

울타리를 만드는 법

전원에 살면서 정원이나 남새밭을 담장으로 에워싸고자 한다면, 그 물력物力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뿐더러, 장맛비를 한번 거치면 동쪽이 기울고 서쪽이 무너져, 기울고 무너진 곳을 보수해야 한다. 그런 일을 통해서 담장을 유지하는 일이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는다.
따라서 집의 북쪽에는 정원을 만들어서 과실수를 심고, 집의 좌우에는 남새밭을 만들어 채소를 심는다. -42쪽

오늘날 집을 지으려는 사람들은 진실하고도 명확하여 아무런 하자가 없는 순정한 길을 선택하여 행동으로 옮긴다고 할지라도 제대로 집이 지어지지 않을까봐 걱정을 한다. 그렇건만 무엇 때문에 괴롭게 아직 옳고 그름이 판가름 나지 않은 길을 고지식하게 믿고 따라서 그런 짓거리에 푹 빠져 있을까? 집터를 선택하는 자는 이런 짓을 버리는 것이 옳다.

그렇다면 무엇을 살펴보아야 한단 말인가? 『시경』詩經에 "음양을 보고, 물이 흐르는지를 살펴라!" 라는 구절이 있다. 내용인즉, 춥고 따뜻한 방향을 따져보고, 물을 마시기가 편안한지를 살펴보라는 것이다. 실제로는 그렇게만 하면 충분하다. 지세가 낮고 움푸 꺼진 곳이라고 해도 현명한 사대부가 되는 데 방해를 받지 않고, 지극히 높고 환한 지세라도 귀신이 엿보는 곳이 될 수 있다. 더구나 임원에 만들 거처는 지리와 형세가 유리한 땅을 대략 골라서 그럭저럭 자신을 보호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 어느 겨를에 쇠퇴하고 왕성하고, 화를 일으키고 복을 주는 술수를 따지겠는가?-100쪽

행동거지가 고결한 선비로 하여금 머문 곳 어디서나 소요하면서 살 곳을 선택할 방법을 알도록 하는 것이 이 '상택지'의 목적이다. 이 또한 고상한 삶을 영위하는 데 하나의 도움이 되리라. -101쪽

주거지 선택의 네 가지 요체

주거지로 선택하는 땅은 지리地理를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고, 그 다음에는 생리生理를, 그 다음에는 인심人心을, 그리고 그 다음에는 산수山水를 고려해야 한다. 이 네 가지 중에서 하나라도 결핍되면 살기 좋은 곳이 아니다. 지리적 조건이 훌륭하다 하더라도 생리적 조건이 결핍된 곳이면 오래 거주할 수 없고, 생리의 조건이 좋다고 하더라도 지리적 조건이 나쁘면 오래 거주할 수 없다. 지리적 조건과 생리적 조건이 모두 좋다고 해도 인심이 좋지 않으면 반드시 후회하게 된다. 또 주거지 근처에 감상하기에 좋은 산수가 없다고 한다면 성정性情을 도야할 길이 없을 것이다. ㅡ『팔역가거지』八域可居志-102쪽

주거지에는 나무를 먼저 심어야 한다

평소 임원林園에 듯을 둔 사람이 마음에 드는 좋은 언덕과 골짜기를 얻었다면, 다른 무엇보다 먼저 나무를 심어야 할 것이니 결코 망설이거나 의심하지 말라! 내가 가만히 살펴보니, 산림과 자연의 즐거움에 대하여 사람마다 다 말하고 있지만 끝내 한 사람도 그 즐거움을 누렸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 까닭은 좋은 벼슬하는 사대부들은 어디엔가 얽매여서 그 즐거움을 누릴 수 없고, 불우하게 겨우겨우 살아가는 선비는 또 재물이 없어 곤궁하게 지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지위가 높아지고 뜻한 바를 이루자 그제야 산을 사서 은퇴하여 밭이나 갈면서 살려는 뜻을 갖고, 또 어떤 사람은 조금씩 돈을 계속 모은 다음에야 비로소 지을 집을 찾고 전답을 구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이들 또한 어김없이 나이가 들고 기력이 쇠진하여 늙은 다음의 일이다. -161쪽

집을 짓고 남새밭을 꾸미고 하는 여러 가지 일은 여러 해 동안 경영하여 차례로 마칠 수 있다. 그러나 과실수를 심어 과일을 따먹고, 소나무를 심어서 그늘을 즐기는 것은 10년이나 2,30년이 아니면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 교묘한 지혜를 가지고도 거기에 드는 시간을 앞당길 수 없고, 재력을 가지고도 나무를 뽑아서 길게 자라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옛날 서현호에게 어떤 사람이 물었다.
"나무를 심으면 10년은 기다려야 하는데 나이가 들어 기다릴 수 없습니다. 어쩌면 좋겠습니까?"
그 말에 서현호는 그에게 "빨리 나무를 심으시고!"라고 말했다고 한다. 따라서 나도 집을 짓는 데 제일가는 급선무로는 나무를 심는 것보다 급한 것이 없다고 말한다. ㅡ『금화경독기』 -162쪽

초가지붕

향촌에서 지붕을 덮는 데는 볏짚을 많이 사용한다. 볏짚을 서너 다발로 묶어서 차례차례 지붕을 덮는다. 다시 볏짚으로 새끼를 꼬아서 가로 세로로 지붕을 둘러매고 새끼줄 끝을 서까래 끝머리에 맨다. 바람에 뒤집어지기도 하고 비에 석기도 하여 초가집은 해마다 한 번씩 갈아주어야 하므로 10년 간 드는 비용을 차곡차곡 모으면 기와를 굽는 비용과 맞먹는다. 그런데도 그냥저냥 지내면서 한 번 목돈을 들여 영구히 이익을 보는 길을 생각지 않는다. 이것은 대단히 그릇된 계산이다. -211쪽

개미를 쫓는 법

부뚜막을 만들 때 부뚜막 밑에 반드시 광회(석회의 다른 이름) 7분, 노란 진흙 3분을 찧어서 섞은 다음 지면에 평탄하게 깔면 부뚜막 위에 영원이 벌레나 개미가 없을 것이다. ㅡ『증보산림경제』-249쪽

습기를 몰아내는 법

저습한 땅에는 굴 껍질을 많이 묻어두면 물이 잘 빠져 습기를 제거할 수 있다. ㅡ『화한삼재도회』和漢三才圖會-2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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