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르륵, 교실 문이 열리고 선생님이 들어오는데 숨이 멎는 줄 알았다. 덩치는 소처럼 큰 데다 괴짜이고 성격이 괴팍한, 그래서 '성난 야수'로 불리는 선생님이 우리 담임 선생님이 된 거다. "이렇게 만나서 반갑다. 먼저 내 이름은...." 선생님은 칠판으로 가더니 대문짝만 하게 이름을 썼다. "김판돌? 별명보다 이름이 더 웃긴다. 킥킥."-9~10쪽
"난 기분 좋은 줄 알아? 그리고 내가 왜 엉뚱이야?" "너 만날 사람 관찰하고 노트에 끼적이잖아. 그러니까 엉뚱이지. 야, 사람이 식물이냐? 유심히 관찰해서 관찰 일기 쓰게?" "내가 그러든 말든 네가 무슨 상관인데?"-13쪽
여자애들도 패거리를 지어 몰려다니기 시작했다. 어느 날 우두머리 박채린이 유지와 명희랑 같이 나한테 와서 말했다. "오늘부터 우릴 '흑장미파'라고 블러 줘. 참, 지선아 너도 우리 흑장미파에 들어올래?" "싫은데." 인형 놀이를 하자는 것만큼이나 유치해 보여 거절했다. "왜에?" "좀 그래서."-16쪽
채린이는 여전히 제 편이 되지 않은 내게 말을 걸어오곤 했다. 성적도 되고 미모도 되는 나를 끌어들여 흑장미파의 수준을 높이려는 게 분명했다. 그럼 선전 효과가 클 것이고, 그러면 더 많은 아이들이 흑장미파에 들어올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나를 그렇게 헐값에 팔아넘기는 애가 아니다. -18쪽
채린이는 '존나'를 입에 달고 살았다. 흑장미파 아이들도 단결의 표시인지 '존나' 없이는 말을 못 했다. "흑장미파, 존나 다 모여 봐."-18쪽
그때 우리 반 개그맨, 준기가 나섰다. 준기는 얼굴도 잘생기고 분위기도 잘 띄워서 인기 짱이다. "이 바보야, 흑장미파는 무슨 흑장미파. 그냥 존나파라고 해, 존나파."-18쪽
"이제부터 욕과의 전쟁을 시작한다! 이번 기회에 욕을 뿌리 뽑을 수 있도록! 알겠나?" 선생님은 아이들이 욕하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나 보다. 하지만 우리는 늘 욕을 하면서 지내 왔다. 그걸 몰랐다니. -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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