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펴내며 [현대철학의 불을 찾아서]
삶은 거칠고 의혹투성이다. 인간은 온 힘으로 이 바위를 밀고 나간다. 힘겨운 전진을 하는 이에겐 두 가지 힘밖에 없는데, 바로 생각하는 힘과 실천하는 힘이다. 갈대에 거린 바람이 울 듯 인간은 세상의 기운과 대기가 이동하는 길목에 서서 생각을 하고 소리를 낸다. 기술과 노동과 언어로, 그러니까 망치와 근육과 말하기로 생각한 것이 울려퍼지게 만든다.-7쪽
이렇게 생각과 생각의 실현이 바로 우리의 삶이라면, 철학은 이미 인생 안에 깊이 들어와 있는 것이다. 철학은 별세계의 사유가 아니다. 다만 운동을 쉬는 근육이 쉽게 잠들 듯 생각 역시 잠에 빠지는데, 철학은 이 생각의 잠을 깨우려고 한다. 생각이 잠들 때 관습, 소문, 편견이 머릿속을 지배한다. 우리는 혹시 이런 머릿속의 악마들과 더불어 한평생 어둠 속에서 보내는 것은 아닐까? 무엇이든 해보라고 주어진 단 한 번뿐인 삶인데!-7쪽
이 책은 20세기의 정치, 사회, 문화, 그러니까 인간의 삶 전반에 최대한 밀착하려고 시도했던 두 개의 조류, 즉 '현상학(또는 실존주의)'과 '구조주의(또는 탈구조주의)'라는 철학사의 매듭을 중심으로 현대적 사유를 추적한다. -8쪽
철학도 책도 타자와의 마주침이다. 다른 이의 삶과 생각과 마주치면서, 철학은 술잔이 넘치듯 한 사람의 머릿속을 넘쳐 놀랍도록 다양한 사고 실험으로 펼쳐진다. 그래서 오늘 당신에게 이 작은 술잔을 건네는 일은 떨림과 흥분 없이는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다.
2011년 봄 루뱅에서 서동욱-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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