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 인생도처유상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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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권을 읽었을 때의 신선함과 기쁨 그대로 아니 그 이상 
1993년, 나의 사회생활이 시작된 그 해의 설레임과 두려움 그대로 아니 그 이상 

2011년, 시즌2,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권을 들고 준비하는
2011년, 나의 사회생활 시즌2  

건축, 절대 뒤돌아보지 않겠다며 접었던 그 길로 다시 들어선 나에게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의미심장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는 책.
지난 여름 나는 온 힘을 다 해 건축사 시험을 준비하고 
드디어 시험을 봤고, 결과를 기다린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제일 먼저 떠 오르는 내 인생의 책이 되어버린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지금 내가 바라는 건 딱 하나, 부디 유홍준 선생님 오래 오래 건강하셔서
쓰고 싶은 만큼 모두 다 써주시기를! 

그리고 하나 더.  
추석 연휴 중에 하루는 비가 내리기를,
내 그 날 기어이 근정전으로 가 박석 마당에 서 보리라! 

 

   
 

이 존엄한 공간의 건물을 정도전은 근정전이라 이름지었다. 『태조실록』4년 10월 7일자에 실린 정도전의 근정전 기문(記文)을 보면 옛사람들이 인문정신을 고양하는 노력이 얼마나 높은 차원이었나를 실감하게 된다. 정도전은 근정전의 뜻을 이렇게 풀이했다.  

천하의 일이 부지런하면 다스려지고 부지런하지 않으면 폐(廢)하게 됨은 필연의 이치입니다.  

이렇게 서두를 꺼낸 정도전은 이어 『서경(書經)』의 말을 이끌어 부지런함의 미덕을 강조하고, 또 그 역사적 사례들을 제시했다. 이는 자기 글의 논리와 권위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왕도 거역할 수 없는 사항임을 은근히 강조한 것이다. 그렇게 확실한 근거를 정한 다음 정도전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이어간다. 이것이 왕에게 하고 싶은 말의 핵심이다.  

그러나 임금으로서 오직 부지런해야 하는 것만 알고 부지런해야 하는 바를 모르면 그 부지런하다는 것이 오히려 번거롭고 까탈스러움에 흘러 보잘것없는 것이 됩니다.  

이 점은 예나 지금이나 통치자가 범하는 가장 큰 과실(過失)의 근원이다. 이는 대통령부터 회사 사장, 가정의 가장까지 새겨들을 말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란 말인가? 정도전은 옛 현인의 자세를 이끌어 이렇게 충고했다.  

아침엔 정무를 보고〔聽政〕, 낮에는 사람을 만나고〔訪問〕, 저녁에는 지시할 사항을 다듬고〔修令〕, 밤에는 몸을 편안히하여야〔安身〕 하나니 이것이 임금의 부진런함입니다. 

나는 이 대목에서 무릎을 쳤다. 쉴 때는 편히 쉬는 것이 부지런함에 해당한다는 것 아닌가! 그런 인생의 여백을 체득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도전은 확실히 상수 중의 상수였다. 그리고 정도전은 임금을 향해 진짜 부지런히 해야 할 사항 하나를 강조하면서 글을 끝맺는다. 

부디 어진 이를 찾는 데 부지런하시고, 어진 이를 쓰는 것은 빨리 하십시오. 

통치자가 기거하며 정사를 돌보는 곳을 청와대라고 하는 것과 근정전이라고 하는 것에는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아무리 반복해 읽어보아도 근정전의 뜻은 참으로 깊다는 생각이 든다. (28~3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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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9-06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사람들이 아무리 똑똑하고 잘난척해도 옛날 사람들만 못한거 같죠?^^
인생도처유상수~~~~~ 외치면서 겸손하게 살아야겠어요.

잘잘라 2011-09-07 08:41   좋아요 0 | URL
인생도처유상수, 인생 도처를 다녀봐야 이해할 수 있는 말,
오늘은 어디로 다녀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