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브르 식물 이야기
장 앙리 파브르 지음, 추둘란 옮김, 이제호 그림 / 사계절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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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 줄까, 『파브르 식물 이야기』줄까? 하면 나는 영쩜일초도 망설이지 않고 『파브르 식물 이야기』라고 대답하겠다, 그 정도로 정말 보물같은 책이다, 라고 했더니, 

바보. 그렇게 좋으면 다이아몬드 받아서, 다이아몬드 팔아서 그 책 사면 되잖아, 한다.  

진짜 바보는 너다. 그러니까 세상에 다이아몬드도 하나고 이 책도 한 권 뿐이니까 그런 질문을 하겠지. 비유로 만든 질문이고, 그만큼이나 훌륭한 책이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 말이야! 

그래에. 그러니까 진짜 진짜 바보는 너다. 어차피 세상에 단 하나뿐인거라면 다이아몬드나 책이나 마찬가지로 중요한 거 아니야? 그럴땐 선택이 무슨 의미가 있냐구. 

진짜 내가 바본가. ㅜㅜ 

바보라도 좋다. 아무튼 나는 『파브르 식물 이야기』에 푹 빠졌다는 얘길 하고싶을 뿐이다. 출파나가 어딘고? 사계절 출판사, 사장님, 직원들 모두 복 받으세요. 이렇게 멋진 책을 만들어주시다니요! 정말 고맙습니다.    

해설 

식물의 일생에 관한 아름다운 이야기 

1960년대부터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파브르 곤축이야기』가 '고전', '논술', '동화', '생태' 등 수많은 형식으로 엄청나게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파브르가 '식물 이야기'를 썼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 『파브르 식물 이야기』는 이 책을 포함해 현재 총 4종만 나와 있다. 게다가 아직까지 완역된 적이 없다. 그만큼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식물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는 사람이라면 모두 『파브르 식물 이야기』를 최고의 식물 책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1861년, 38살이던 파브르는 서점에서 한 권의 책을 보게 되었다. 인간의 생리학과 영양에 관한 『빵의 역사』라는 책이었다. 이 책은 중세 유럽의 도서관에 꽂혀 있던 가죽 장정의 묵직한 책이 아니었다. 아무런 삽화도 들어 있지 않은 얇고 소박한 이 책은 당시로서는 꽤 새로운 형태의 합리적인 스타일이었다. 아마도 6,70년대를 풍미했던 삼중당문고만큼이나 많은 사랑을 받았던 모양이다. 쉬고 재미있는 데다 한 권에 150권밖에 안 하던 삼중당문고처럼 책값도 무척이나 싸 당시에 큰 성공을 거두었다. 

책을 읽는 내내 그의 가슴 한켠은 뜨겁게 불타올랐다. 파브르는 늘 대중적인 과학 책을 쓰고 싶어했다. 당시 파브르는 책 한 권도 마음 놓고 사 볼 형편이 안 되었다. 식구는 많고 살림살이는 늘 빠듯했다. 그래서 책이 성공하여 형편이 나아지길 바랐다. 게다가 『빵의 역사』는 마치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듯 쓰여 있었다. 이거야 말로 파브르가 늘 하던 일아니던가! 파브르는 수많은 논문과 원고를 쓰면서도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실험을 할때도, 곤충을 채집할 때도 그의 곁에는 늘 아이들이 함께 있었다. 특히 아들 쥘은 학문의 동반자나 다름없었다. 『파브르 곤충 이야기』를 보면 곳곳에 쥘의 이야기가 나온다. 심지어 가난한 형편 때문에 아이들에게 책을 사 줄 돈이 없자 직접 책을 쓰고 만들기까지 했다.  

1864년41세, 파브르는 『빵의 역사』와 비슷한 형태의 식물학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어느 정도 원고가 완성되자 주위 사람들에게 원고를 보여 주면 반응을 살폈다. 사람들은 한결같이 『빵의 역사』처럼 좋은 반응이 기대된다며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얼마 뒤 원고의 일부분과 함께 출판사에 편지를 보냈다. 『빵의 역사』처럼 얇고 가벼운 수수한 느낌의 식물학 책을 두 권으로 나눠 내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1권은 『숲의 역사』, 2권은 『꽃의 역사』였다. 그리고 이 두 권이 성공한다면 3권 『식물의 가계』를 출간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런데 얼마 뒤 커다란 판형에 화려한 그림을 넣은 『빵의 역사』개정판이 출간되었다. 이 책을 보자 머릿속에 그리고 있던 책의 형태가 바뀌었다. 수수하고 소박한 형태가 아닌, 『빵의 역사』 개정판처럼 화려한 책을 머릿속에 그려 넣게 되었다. 마음은 더욱더 조급해졌다. 하루라도 빨리 책을 내고 싶었다. 파브르는 다시 출판사에 편지를 보냈다. 하지만 이 제안은 보기 좋게 거절당하고 말았다.  

결국 다른 출판사를 알아 볼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새로운 출판사는 파브르의 요구를 모두 받아 주었다. 드디어 1867년44세, 화려한 그림을 곁들인 『나무의 역사』가 출간되었다. 당시 이 책은 '꽃과 열매'에 관한 내용이 빠진 채 출간되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출판사를 옮기게 되었고, 그 뒤 『나무의 역사』는 프랑스에서 오랜 시간 동안 출판되지 않았다.  

그러다 1984년 일본 平凡社에서 『ファアブル植物記』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고, 1992년 우리나라에서도 『파브르 식물기』두레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모두 '꽃과 열매' 부분이 빠진, 『나무의 역사』를 번역한 것이다. 초판이라는 데 나름 의미가 있다. 하지만 생물의 일생에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 할 수 있는 '생식과 번식'에 관한 내용인 '꽃과 열매'가 빠졌고, 이후 여러 부분의 원고를 보완하여 다시 출판했기 때문에 『나무의 역사』는 최종판이 아니다. 최종판이 아닌 판본을 번역한 것은 조금 의아스럽지 않을 수 없다.  

1876년53세, 파브르는 새로운 출판사에서 『나무의 역사』에 '꽃과 열매'에 관한 내용을 덧붙이고 여러 부분을 보완하여 『식물』원제 LA PLANTE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다시 펴냈다. 지금 세계 여러 나라에서 출판된 '파브르의 식물 이야기'는 대부분 LA PLANE를 번역한 것이다. 2001년 미국 Vivisphere Publishing에서 출간된 The Wonder of Plant Life도, 2004년 일본 岩波書店에서 출간된 『植物の はなし』도 모두 LA PLANTE를 번역한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파브르가 나이가 많아 건강상의 이유로 '꽃과 열매'에 관한 내용을 쓰지 못하고 미완의 작품으로 남겨둔채 세상을 떠났다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이건 사실과 다르다. '꽃과 열매' 부분이 빠진 건 『나무의 역사』를 번역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주)사계절출판사에서 펴내는 『파브르 식물 이야기』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꽃과 열매' 부분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해설서이기 때문에 완역은 아니지만, 바로 이런 점 때문에 국내에서는 완역과는 또 다른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줄임. 많이 줄임. 쓴만큼 줄임.) 

 

끝으로 이 책은 불어판 LA PLANTE를 참조했지만 주로 LA PLANTE를 영어로 번역한 The Wonder of Plant Life를 저본으로 작업했음을 밝혀둔다. 

식물의 일생도 사람살이와 다르지 않다. 고난을 겪으며 하루하루 또는 수 천 년을 살아간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고난을 겪고 아픔을 겪는 건 수억만 년 동안 이어져 오는 자연의 법칙일지도 모른다. 결국 고난을 헤쳐 나가는 지혜는 자연에서 얻을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이 『파브르 식물 이야기』를 통해 고난을 헤쳐 나가는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  

글 최일주(편집부) 

 

서점에서, 표지가 하도 예뻐서 눈길 갔던 책.
알면 알수록 더 빠져드는 책. 

사람한테 차암 좋은데, 정말 좋은데, 표현할 방법이 없네~ 

제가 책을 꽤 좋아하긴 합니다. 특히 나무 책을요.
그렇다고 아무 책이나 함부로 마음 주지는 않습니다.
호기심이 많아서 여기 저기 집적대기는 하지만,
호기심 많은 사람들 자세히 보세요.
호기심 많은 만큼 싫증도 빨리 냅니다. 

『파브르 식물 이야기』는
첫눈에 반했지만, 첫눈에 반했던 그 느낌보다
훨씬 더 강렬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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