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전쟁은 너무나 중대하고 복잡한 결과를 가져왔다. 전쟁이 끝난 지 5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사람들은 누가 이기고 누가 졌는지, 누가 잘못했고 누가 옳았는지를 놓고 싸움을 벌인다. 누가 동지였고 누가 적이었는지에 대해서도.-8쪽
사실 동지였다가 하루아침에 적이 되기도 하고, 적이었던 사람이 동지가 되기도 했다. 국가 간의 전쟁에 국내의 정치적 요소가 더해져 내란이 일어났고, 그로 말미암아 아버지와 아들, 아내와 남편, 동과 서, 남과 북이 서로 싸우게 되었따. 정직하고 엄격하게 역사를 서술하고 싶은 역사가는 이렇게 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치광이의 세상에서는 제일 미친 사람이 승리한다." 왜냐하면 한쪽이 미쳐 있다면, 다른 쪽은 훨씬 더 미쳐 있기 때문이다. -9쪽
우리는 결코 짐승처럼 살지 않았다. 우리는 우리만의 이기주의에 사로잡히지 않았다. 배고품, 더러움, 추위, 질병, 가족을 향한 처절한 그리움, 조국이 겪고 있는 불행으로 인한 우울한 고통에도 굴하지 않았다. 우리는 우리가 과거와 미래가 있는 문명인임을 한시도 잊지 않았다. -12쪽
우리 모두는 하루아침에 벌거숭이가 되었다. 명성이나 사회적 지위, 좋은 방법으로든 나쁜 방법으로든 벌어들인 돈, 이런 것과는 무관하게 철조망 안으로 내던져졌다. 그저 자신의 내면에 감춰두었던 것들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진정한 부 또는 진정한 가난만이. 그리고 각자 내면에 가지고 있는 것, 줄 수 있는 것만을 내주었다. 그랬더니 모두가 가치 있는 사람으로 평가받고,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게 인정받는 그런 세상이 되었다. -14쪽
다른 이들, 우리와 같은 모험을 해보지 않은 이들에게 이 책이 어떤 역할을 할지는 잘 모르겠다. -16쪽
* 과레스키는 젊은 시절 이미 의무 복무를 마쳤지만, 무솔리니의 파시스트 정권을 비판하다가 1942년 12월 군대에 재소집되어 임신한 아내와 세 살배기 아들 알베르티노를 남겨놓고 전장으로 가게 되었다. 그런데 추축국(독일ㆍ이탈리아ㆍ일본)의 일원으로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이탈리아는 패전을 거듭하다가 1943년 9월 연합군과 휴전 협정을 맺었고, 그러자 독일은 이탈리아 군인들에게 '독일과 새로운 유럽의 승리를 위해 목숨을 바치라'는 선서문에 서명을 하게 했다. 이에 서명하지 않은 이탈리아 군인들은 체포되어 독일군의 포로수용소에 강제수용되었다.-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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