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글쓰기 나남산문선 11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기획 / 나남출판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인정합니다. 나는 쉬운 여잡니다. 쉽게 빠져듭니다.
이건 뭐.. 시간 장소가 따로 없군요.

어부지리_
도서관에서 책 빌립니다. 관외대출은 한번에 3권까지만 해줍니다.
공공도서관 대부분 그렇습니다. 3권에 제한을 두니까 3권을 채우게 됩니다.
3권 빌렸다가 1권도 채 못읽고 반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도 일부러 도서관까지 가는데 한 권만 달랑 빌려오기는 아쉬운 마음.
억지로라도 3권을 채워서 빌립니다.
<내 인생의 글쓰기>를 그렇게 빌렸습니다.
도서관 끝나는 시간도 얼마 안남은 때 가서 더 서둘러서 손에 잡히는대로 빌려온 책.

그런데 이상합니다.
책에 자석을 달아놨나?
3권 중에 제일 먼저 <내 인생의 글쓰기>를 집어들었습니다.
(전문 용어로 뭔가 따로 부르는 말이 있을테죠. 이런 판형을 무어라하는지.
암튼 제가 딱 좋아하는 책사이즙니다. 크기로 보나 두께로 보나.)
가볍게 집어든 만큼 가볍게 읽어나갑니다.

김용택(아? 알라딘서재 글쓰기 한자 지원 안되나요?)_
시인. 1948년 임실에서 태어나 순창농림고등학교를 나왔다.
스물한 살에 자기가 졸업한 덕치 초등학교 선생이 되어 지금까지
38년 동안 고향에서 선생을 하고 있다.
(11쪽)

몰랐더랬습니다.
김용택 샘의 이력에 미끄덩- 발이 빠지는걸 느낍니다.

오랫동안 나는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살았다.(13쪽)

무슨 묘비명을 읽는 것 같습니다.
환청입니다. 김용택샘이 자기 목소리로 자기 묘비명을 읽고있습니다.
(후르륵~ 정신차려야지!)
13쪽을 읽고 14쪽,15쪽을 읽고, 또 16,17,18,19... 가슴까지 빠져들다가,
20,21,22,23,24,25,25,25, 책은 넘쳐났다. 나는 책값을 다 대지 못했다.
보고 싶은 책들을 다 사 보지 못한 나는 일요일이면 몇 권의 책을 사고
나머지는 책방에서 읽었다. (25쪽)

26,27,  "여보, 드디어 책 외상값을 다 갚았어!" 
나는 눈물이 났다. 아내를 얼싸안았다. 월급날이 되면 밀린 외상 책값을 갚고,
또 그만큼의 책을 외상으로 샀던 것이다. 그러기를 13년이었다.(27쪽)
 
나도 눈물이 납니다.
정수리 꼭지까지 빠져들어서 이제 나는 없습니다.

28,29, 나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 지금도 산다.(29쪽)
부럽습니다..만! 그렇다고 뭐? 어쩌겠습니까. 부러운건 부러운거지요.
그 뿐이지요. 부르르~ 다시 정신차립니다.
빠져들다가 완전 푹 빠져 어디로 툭 떨어져서 정신차려보면,
빠져든 그 자리가 다른 세상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는 통로일때도 있고,
다시 튕겨져 올라 허공에서 발을 휘젓고 있을 때도 있습니다. 
아무튼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합니다.
 
사는 게 별것이 아니라는 것을 일찍 알았다. 삶은 허망한 것이고
바람 같은 것이라는 것을 나는 일찍 알았다. 별것이 아닌 삶을 살기 위해
사람들은 사람이기를 버린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 나는 그 어느 것에게도
머리 숙이기를 거부했다. 내가 머리를 숙이는 곳은 어린아이들이 노는
땅이었다. 저 무구한 어린이들의 모습이 내 앞에서 꽃이었다. 나는
그 꽃밭에서 오래오래 산 것이니, 그렇게 되기를 원했더니, 마침내
내 삶은 그렇게 된 것이다. (30쪽)

 
나 혼자만 빠져들자니, 그의 세상이 차마 보고만 앉아있기 미안합니다.
그의 삶이 그렇게 된 것이면, 당신의 삶은 어떻게 된 것입니까?
한 번 따져보고싶습니다.
그러자면 당신도 저와 함께 빠져들어야만 합니다.
1년 전, 또는 10년 후? 
여기 또는 거기?
좀 다른게 대수겠습니까?
어차피 정신차리고 보면 다 같이 웃고 있을 것입니다.
끅끄끄... 좀 이상한 웃음소리로 웃는 나도 눈 마주칠겝니다. 끅-   

* 얼른 반납하고 주문해서 새로 읽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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