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 데레사 나의 빛이 되어라
브라이언 콜로디척 신부 엮음, 허진 옮김 / 오래된미래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왜 사나...’

가끔.. 요즘들어 꽤, 자주, 수시로, 아무 때나 떠오르는 생각입니다. 왜 사냐건 웃지요? 아니요.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거든요. ‘왜 사나’ 그런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그저 흐응~ 하고 웃는다면... ㅋㅋ 사람들한테 실없단 소리나 듣기 십상이죠 뭐.

하루도 빼먹지 않고 하는 일을 꼽아봅니다. 내가 왜 사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요. 그랬더니 헉- 끼니 찾아 먹고, 커피 마시고, 잠자는 것. 그게 다예요. 이럴수가! 그래도 나름 책도 많이 읽고, 일도 열심히 하고, 뭐 재밌는 일 없나 찾아다니며 ‘오픈 마인드’로 산다고, 그러니까 나름 한 몫 하며 산다고 생각했는데, 하루도 안 빼먹고 하는 일은 그러니까 그게 그저 먹고 마시고 자는 거라니!

휴~

이거 정말 ‘모냥 빠지는’ 결과네요. ㅜㅜ

지난 6월에 둘째 딸을 낳은 제 여동생을 살펴보면, 엄마로서 하루도 빼먹지 않고 아이를 돌보고 있습니다. 젖 먹이고, 달래고, 재우고, 놀고, 쓰다듬고, 웃고, 사랑하고 그러기를 단 하루도 빼먹지 않고 하더란 말입니다. 참 대단합니다. 존경스럽습니다.

작년부터 연애를 하고 있는 스무살 조카를 보면, 정력도 좋지, 정말이지 감탄이 나올 만큼 열심히 데이트를 합니다. 하루도 안 빼먹구요. 문자하고 전화하고 영화 보고 여행 가고 선물 하고 편지 쓰고 같이 알바해서 맛있는 거 사 먹고 옷도 사고 신발, 가방도 사고 심지어 병원도 같이 다니더군요. 1년 동안 하루도 안 빼 먹고 데이트라니! 놀랍죠?

그런데 여기,
‘대단하다’는 말로는 한참 부족한,
‘존경스럽다’는 말로는 너무 낯간지러운,
‘놀랍다’는 말로는 너무 순간적인것 같아 죄송스럽기만한,
마더 데레사의 하루 하루를 담은 책이 있습니다.

1년도 아니고, 10년도 아니고, 일평생!
평생 하루도 안 빼먹고 ‘그리스도의 빛’을 밝힌 마더 데레사!
이 세상을 떠나서도 여전히 빛나고 있는 그 빛!


책을 읽으면서 차차 내가 ‘왜 사나...’ 그러고 한숨짓던 시간들이 덧없이 느껴져 회개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그 빛을 쬔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마더 데레사는 "오늘날 그리스도께서는 여러분을 통해서, 또 저를 통해서 이 세상을 여전히 사랑하고 계십니다" 라고 자주 말했다. 마더 데레사는 그리스도께서 그렇게 하시도록 하고 있었다.(447p.)

각각의 수녀원은 또 하나의 성당이었고, 그곳에서 "생명의 빵"을 먹고 힘을 얻은 수녀들은 가난한 이들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이들 가운데 숨어 계신 "굶주린 그리스도"를 찾아서 겸손하게 봉사했다. 기도와 봉사는 이러한 두 가지 "숨김" 안에 존재하시는 예수님에 대한 관상에서 흘러나왔다. 그렇기 때문에 마더 데레사는 항상 "우리는 사회복지사가 아닙니다. 우리는 세계의 중심에서 관상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하루 24시간 예수님과 함께입니다." 라고 되풀이해서 말했다. (448p.)

위와 같은 내용이 계속 나옵니다. 마더 데레사가 지극히 청빈한 생활을 했고, 가난한 사람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찾아가 헌신했다는 내용이요. 사실 이런 구절을 읽으면서 대단하다, 존경스럽다, 뭐 그런 생각만 한 건 아닙니다. 

‘예수님은 죄인을 부르러 세상에 왔다고 하셨는데? 물론, 마음이 가난한 자에게 복이 있다고도 하셨고, 부자는 천국에 들어가기가 어렵다는 말씀도 하셨지만, 아무튼 예수님은 ‘가난한 자’가 아니라 ‘죄인’을 불러 회개시키러 왔다고 하셨는데... 왜 마더 데레사는 ‘가난한 이들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이들 가운데 숨어 계신 “굶주린 그리스도”를 찾아서 봉사하신 걸까?’

이런 철없는 생각도 했다는 것을 밝힙니다. 이게 왜 철없는 생각이냐면 말이죠, 예를 들어 이런 거죠. ‘철수와 영희가 서로 좋아했다. 결혼을 하려고 했는데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혔다. 사랑의 힘으로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드디어 결혼식을 올렸다.’ 그러고 뚝 끝나버리는, 그 다음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는, 그런 습관? 이라면 습관이랄까 교육이라면 교육이랄까, 뭐 아무튼. 딱 거기까지밖에 생각못하는 철없음...

이 책은 그런 철없는 생각도 고쳐줍니다. 이렇게요. 
  


마더 데레사는 "내 형제들 중 가장 작은 이에게 한 것이 바로 내게 한 것이다"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충실히 지키며 만나는 모든 사람들 속에서, 특히 가난한 이들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이들 속에서 예수님을 찾았다. (523p.)

우리가 마더 데레사를 성인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고통을 견뎠기 때문이 아니라 온갖 고통 속에서도 사랑을 간직하며 살았기 때문이다. (525p.)



600쪽에 달하는 책에 대해서 말하려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되는 건지 막막했지만, 아침 해가 솟을 때 어디 한 곳부터 순서대로 비추던가요? 그냥 한순간에 온세상을 쫙- 다 밝혀주듯이, 그렇게, 책을 읽고 난 뒤에 보니 제 몸과 마음 구석 구석 어디 하나 안 빼먹고 다 따뜻한 빛을 쬐서 뽀송 뽀송 산뜻합니다. 이런 제 마음이 조금이라도 전해졌다면, 앞뒤없는 글이나마 보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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