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글쓰기 - 퓰리처상 수상 작가가 들려주는 글쓰기의 지혜
애니 딜러드 지음, 이미선 옮김 / 공존 / 2008년 12월
구판절판


서두르지도, 쉬지도 말라.
괴테-(10)쪽

글쓰기는 한 줄의 단어를 펼쳐놓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 줄은 광부의 곡괭이이고 목각사의 끌이며 의사의 탐침이다. 글쓰는 이가 휘두르는 대로 그 줄은 그에게 길을 파서 내준다.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새로운 땅에 깊숙이 들어가게 된다. 그것이 막다른 골목일까, 아니면 진짜 주제를 찾아낸 것일까? 그 답은 내일 나타날 수도 있고 내년 이맘때쯤 나타날 수도 있다.
용감하게 길을 내고 조심스럽게 길을 따라 길이 이끄는 곳으로 가다보면 길 끝에 협곡이 나타난다. 그러면 글 쓰는 이는 망치로 두드려서 보고서도 작성하고 속보도 내보낸다.-11쪽

글은 글 쓰는 이의 손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생각의 표현에서 인식론적 도구로 변해 버린다. 새로운 곳은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항상 그의 흥미를 끈다. 그는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인다. 겸손하고 조심스럽게 단어들을 펼쳐 놓고 온갖 각도에서 바라본다. 그러면 이전에 쓴 글이 또렷하지 않고 서투르게 보인다. 과정은 아무것도 아니다. 지나온 발자취는 지워라. 길은 작품이 아니다. 무성하게 풀이 자라 글 쓰는 이가 지나온 길이 사라져 버렸길 바란다. 그가 흘려놓고 온 빵부스러기를 새들이 이미 먹어 버렸길 바란다. 그가 그 모든 것을 던져 버리고 뒤돌아보지 않길 바란다. -12쪽

그렇게 작가는 여러 권의 책을 쓴다. 각 책에서 작가는 절박하고 생생한 몇 가지 요점을 의도하지만 책의 형태가 굳어짐에 따라 그중 많은 것을 희생한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 미국 수필가 겸 시인)는 이것을 다음과 같이 애처롭게 표현했다.
"젊음은 달에 닿을 다리를 지을 재료를 모은다. 아니면 지구 위에 궁전이나 사원을 지을 재료를 모은다. 그러다 마침내 중년이 된 남자는 결국 그것으로 나무 헛간을 짓기로 결정한다."-14쪽

때로 작가는 감사하는 마음에서 이전에 쓴 장들을 남겨두기도 한다. 그 부분에 대해 생각하거나 읽을 때마다 작가는 그 단어들이 처음 떠올랐을 때 느꼈던 그 즐거운 안도감을, 어쨌든 자신이 뭔가를 쓰고 있다는 그 안도감을 다시 느끼곤 한다. 그는 그런 시작 덕분에 자신이 지금 가고 있는 곳으로 갈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한다. 독자들에게도 당연히 그것이 토대로서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16쪽

한 사진작가 지망생이 자신이 찍은 최고의 사진들을 한 자루씩 들고 명망 높은 노老사진작가의 자문을 구하러 해마다 찾아왔다. 해마다 그 노작가는 사진을 살펴보고 그것을 형편없는 사진과 괜찮은 사진, 두 더미로 나눠서 쌓으라고 지시했다. 해마다 노작가는 풍경 사진 한 장을 형편없는 사진 속에 넣었다. 마침내 그가 젊은 지망생에게 한마디 했다.
"자네는 매년 이 똑같은 풍경 사진을 가져오고 나는 매년 그것을 형편없는 사진 속에 넣고 있네. 그런데 자네는 왜 그 사진을 그렇게 마음에 들어 하는 건가?"
젊은 지망생이 대답했다.
"그걸 찍으려면 산을 올라가야만 하거든요."-16쪽

뉴욕에서 택시를 탔을 때 택시 기사가 내게 여러 곡의 노래를 불러준 적이 있다. 어떤 노래는 둘이 함께 불렀다. 그는 미터기를 끄고 시내를 운전하고 돌아다니며 노래를 불렀다. 그가 긴 곡을 두 번이나 불렀다. 그것은 그가 부른 곡 중에서 유일하게 싱거운 노래였다. 내가 "그 노래는 아까 불렀으니까 다른 걸 불러 봅시다."라고 하자 그가 대답했다.
"이 노래를 다 외우는 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요."

작가가 용기를 내서 탯줄을 끊어 버리지 못했던 책들을 우리는 얼마나 많이 읽게 되는가? 작가가 가격표 떼는 것을 깜빡한 선물을 우리는 얼마나 많이 받게 되는가? 작가가 얼마만큼의 대가를 지불했는지 굳이 우리에게 알려줘도 괜찮은 것일까? 그것이 예의범절에 어긋나지는 않는 것일까?-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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