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 실버 스트리트의 하숙인
찰스 니콜 지음, 안기순 옮김 / 고즈윈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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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는 하숙인이었고,
위층에 사는 신사였고,
셰익스피어라는 이름의 나리였다. (p.15)

어쨌거나 연극계에서 차지하는 셰익스피어의 위치,
희곡작가인 동시에 배우이자 극단의 주주였던 그의 직업.. (p.32)

셰익스피어는 수입이 많았다.
추정 재산의 범위는 상당히 넓지만 대략 연간 250파운드는 족히 되었을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1602년까지 스트래트퍼드에 집 세 채와 북쪽의 107에이커에 달하는 소작인 딸린 농지를 소유했고, 3년 후에는 440파운드를 투자해서 10분의 1세(稅) 농지에서 산출되는 수입의 절반을 획득했다.(p.39)



요즘 유행하는 '예능프로'를 보고 있으면 연예인 누구 누구랑 친하고 자주 만나느냐는 질문과 대답이 아주 자연스럽다. 지난주 MBC의 『놀러와』를 보니까 오누이 특집이라고 해서 '이경실-이훈', '김태현-김신영' 커플이 게스트로 나왔다. 특별히 친하게 된 사연을 이야기하고, 사석에서 있었던 에피소드 몇개씩 엮어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연예인이 결혼을 하면 결혼식장에 누가 누가 하객으로 왔나 찾아가서 인터뷰까지 하고 방송도 많다. 사는 집을 보여주는 방송은 너무나 많아서 오히려 연예인들은 집장만 하거나 인테리어공사 한번씩 하면 방송으루 신고식을 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런 방송이 계속 만들어진다는 것은, 그런 방송을 보는 사람,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연예인들도 사생활을 상품화하는데 동의했다고 할 수 있다. SBS는 앞장서서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어 재미를 보고있다. '스타주니어쇼 붕어빵', '스타부부쇼 자기야'가 대표적이다.

가만 생각해보면 연예인만 그런건 아닐것이다. 요즘은 개인들도 블로그를 통해서 공격적으로 자신의 사생활을 노출하는 시대가 아닌가.

물론 신비주의 수애나 이영애, 배용준, 장동건처럼 사생활 노출을 꺼리는 연예인도 많다. 하지만 그런 연예인조차도 영원히 그러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노출이 덜 된 만큼 상품가치는 더 높아지고 그걸 원하는 사람들을 더욱 집요하게 만들테니까.

그런 면에서, 『실버 스트리트의 하숙인 셰익스피어』의 가치는 엄청나다. 물론 단서가 되는 문서 몇 장과 셰익스피어의 작품, 관련 자료, 글쓴이의 상상력이 재료라는 점이, 지금처럼 생생하게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을 수 있는 동영상이나 예능프로그램과 비할바는 아니다. 그러나, 인도를 줘도 셰익스피어랑 바꿀 수 없다는 영국인들의 셰익스피어 사랑과 세계적인 대문호에 대한 독자의 관심, 상상력이 더해진다면 어떤가.

384쪽 옮긴이의 글에 보면, '많은 작품이 후세에 전해지고 있지만 정작 그의 삶은 베일에 가려 있어서 실존 인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고 한다. 실존 인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제기될 만큼 베일에 가려 있는 셰익스피어의 사생활. 그것이 이 책의 단서다. 당연히 이 책을 통해 400년 만에 그려진 셰익스피어의 사생활은 개인의 사생활 그 이상이다. 셰익스피가 살던 집, 거리, 도시, 사람들을 통해 그려지는 1600년 즈음의 영국 런던은 아주 상세하고 가깝게 느껴진다. 외국이라고는 20년 전에 일본 한 번 다녀온 것이 전부인 내가 이런 말을 하는게 좀 그렇긴하지만 말이다. 내가 뭐 400년 전 영국 런던이 궁금해서 이 책을 읽은 건 아니니까!

좋아하는 연예인의 사생활에 대한 호기심같은 심정으로 책을 읽었다.
그러다가 뜻밖에 세계지리,역사까지 접하게된 것이다.
물론 내 기억 속에 남는 것은 아래와 같은 이야기다. 


셰익스피어는 열여덟살에 결혼했데.
결혼한 이듬해에 바로 딸을 낳았데.
또 딸을 낳은 그 다음 해에는 딸ㆍ아들 이란성 쌍둥이를 낳았데.
그런데 아들은 11살에 죽었데.
셰익스피어는 크게 상심했데.
셰익스피어는 희곡작가였고, 배우였고, 동시에 극단주주였데.
셰익스피어는 작은 돈도 소흘히하지않는 사람이었데.
셰익스피어는 수입이 많았구 그걸 부지런히 모아서
집두 세 채나 되구 소작인 딸린 농지도 많았데.
셰익스피어는 공동집필을 싫어했지만 시대분위기에 어쩔수없이 공동작업두 많이 했데.
셰익스피어는 한창 활동할 시기에는 런던에서 하숙생활을 했데.
셰익스피어는 52세에 죽었데.

앞으로 셰익스피어 이야기를 듣거나 할 때는, 아는 사람 이야기하듯 편안한 마음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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