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경제학의 진실
폴 크루그먼 지음, 김광전 옮김 / 황금사자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경제학의 진실?
사실 그런건 관심밖이다.
그냥 '경제'라면 모를까 '경.제.학'이라잖나!
배고픈 사람에게 밥이 진실이다.
배고픈 사람이 희든 검든 오목하든 넙적하든 밥그릇 모양 따지랴?


그래도 책을 펴본다.
"상식을 뒤집는 유쾌한 통찰"이라는 표지 문구가 눈에 들어와서다.
'통찰'이라는 것이 궁금했다. 더구나 '유쾌한 통찰'이라는 것이.
상식을 뒤집는!
가만... 상식을 뒤집는?
여기서 상식이란 경제 상식을 말하나?
가만... 뒤집을 꺼리가 될만한 변변한 경제상식이 없는 나같은 사람은 우째?
읽지 말까?
흠.. 망설이며 뒷표지를 살펴본다.

「...이 책에서 저자는 기업에게 중요한 요소인 경쟁력이 국가에는 왜 무의미한 것인지, 빈국이든 부국이든 간에 자유무역이 어떻게 모든 국가에 도움이 되는지, 세계화가 왜 새로운 개념이 될 수 없는지, 대한민국과 싱가포르 같은 아시아 신흥국가들의 경제발전에 숨겨진 진실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해 준다. _<워싱턴 포스트>」

오우! 대한민국! 살기좋은 우리나라!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 (환절기마다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고생하는 것만 빼면 뭐 사계절 있는 게 나쁠 건 없지 뭐~ 쩝~) 아무튼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숨겨진 진실을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니 급관심! 그래서 계속 읽었다. 

뒤집을만한 경제상식은 커녕 기초적인 경제상식도 별로 없는 내가 이 책을 읽는다는건 사실 한글을 막 깨우친 다섯 살 꼬마가 박경리의 『토지』를 읽는 것과 다를게 없다. 그래도 계속 읽었다. 머리말에 "나는 비경제전문가들을 위해 명료하고 효과적이며 재미까지 겸비한 글을 써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도 그 글을 읽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글에는 전문적 경제용어를 전혀 쓸 수 없었다.(17쪽)"라는 대목을 읽고 저자의 노력과 능력을 믿어보기로 했기때문이다.

쉽지는 않았지만 책을 읽고 허탈감에 빠질만큼 그렇게까지 어려운 얘기도 아니었다.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은 그냥 이해하지 못한채로 넘겨버리면 그뿐. 중요한 건 내가 이야하지 못한 대목이 아니라 이해하고 받아들인 의견이 아니겠나! 내가 밑줄쳐가며 동의하고 적극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한 대목은 세 군데다.


첫째, 국제무역은 기업간 경쟁과 달리 포지티브섬게임이라는 의견.


전반적으로 교역 상대국보다 생산성이 낮은 나라는 우수한 생산성이 아니라 낮은 임금을 근거로 경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나라도 파멸적인 재앙을 겪지는 않을 것이고, 실제로는 일반적으로 국제무역을 통해 이득을 볼 것이다.
중요한 점은 국제무역이 한정된 시장을 놓고 싸우는 기업들 간의 경쟁과 달라서, 한 나라의 이득이 다른 나라의 손실이 되는 제로섬 게임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은 포지티브섬(positive-sum) 게임이다. 그래서 '경쟁력'이라는 단어를 국제무역에 사용할 때는 그 의미가 잘못 이해될 위험이 크다.(135p.)


 
둘째, 아시아 성장은 행복을 뒤로 미룬 결과라는 의견.
저자가 경제학자여서 이렇게 말해도 별로 무식해보이지 않는다. 행복을 뒤로 미룰 수 있는 그것조차 사랑이고 그래서 행복일 수 있다는 건 저자가 고민해야할 분야는 아닐테니까.
만일 아시아 성장에 어떤 비결이 있다면 그것은 단지 행복을 뒤로 미룬다는 것이다. 즉 미래의 이득을 위해 현재의 만족을 기꺼이 희생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수용하기 어려운 해답이다. 특히 적자를 줄이고 국민저축률을 높이는 처량한 업무에 염증을 느끼는, 미국의 정책을 맡은 지식인들에게는 더욱 그럴 것이다. 경제학이 우울한 학문인 것은 경제학자들이 그 방식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결국 우리가 그 숫자뿐 아니라 그 숫자가 표시하는 논리의 힘에 구복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44p.

셋째, 맨 마지막 장(13장) '세계경제의 지역화'라는 의견.
'지역화! 아하! 그래! 맞아! 그거야! 세계는 세계화 될지 모르지만 경제는 지역화라 이거지! 올레!' 이건 아주 본능적인 행위다. 책 읽은 시간을 가치있게 만들고싶은 마음에서 나오는 자연스런 행동. 내 삶에 적용시켜볼 만한 연결고리 만들기. 『폴 크로그먼 경제학의 진실』 13장의 내용이 설명해주는 건 다름 아닌 바로 나의 모습, 내 가족의 모습, 내 친구의 모습이었다. 

이 책 가지고 내가 무슨 경제학 논문 쓸 일 있는것도 아니고, 경제학과 나온 사촌이랑 논쟁을 벌일 일 같은건 더더욱 안생기겠지. 그래도 이 책은 나에게 의미가 있다. 경제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진실이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나의 일을 하는 바로 그것이라는 걸 확인했다는 점에서! 브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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