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지음, 권진욱 옮김 / 한문화 / 2005년 4월
품절


차례

추천의 말 4
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 12

첫 마음, 종이와 연필 19
'첫 생각' 을 놓치지 말라 24
멈추지 말고 계속 써라 29
글을 쓰는 것은 '내'가 아니다 35
예술적 안정성을 얻는 과정 40
습작을 위한 글감 노트 만들기 45
글이 안 써질 때도 글을 쓰는 법 51
편집자의 목소리를 무시하라 56
눈앞에 있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라 58
글쓰기는 글쓰기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 63
작가와 작품은 별개다 66
사고의 모든 경계를 허물어뜨려라 70
글쓰기는 맥도날드 햄버거가 아니다 74
강박관념을 탐구하라 78

세부 묘사는 글쓰기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다 82
그들의 이름을 불러 주라 84
케이크를 구우려면 87
작가는 비를 맞는 바보 91
글쓰기는 육체적인 노동이다 94
잘 쓰고 싶다면 잘 들어라 97
파리와 결혼하지 말라 102
글쓰기는 사랑을 얻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105
꿈에 대해 써라 110
문장 구조에서 벗어나 사유하라 114
말하지 말고 보여 주라 117
그냥 '꽃' 이라고 말하지 말라 120
몰입하기 124
평범과 비범은 공존한다 126
이야기 친구를 만들라 131
작가들은 위대한 애인이다 135
현상을 넘어 사물 속으로 파고들라 139
-8~9쪽

먹잇감을 응시하는 고양이처럼 141
자신을 믿어라 145
카페에서 글을 쓰는 일에 대하여 148
작업실에 대하여 154
성, 그 거창한 주제에 대하여 157
자신니 사는 마을을 순례하라 161
쓰라, 그냥 쓰라, 그냥 쓰기만 하라 163
충분하다고 느낄 때 한번 더 166
삶을 사랑하라 168
의심이라는 생쥐에게 갉아먹히지 말라 173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천국이다 176
장대 위에서 발을 떼라 178
왜 글을 쓰는가 181
관통하는 글쓰기 187
작가로 살아남기 191
자신이 쓴 글에서 떠나라 194
문학의 형식, 삶의 형식 199

익숙한 초원을 떠나라 204
규칙적인 연습은 창조력을 마비시킨다 209
더 이상 갈 곳이 없을 때 216
음식에 대해 써 보라 220
외로움을 이용하라 223
스스로에게 넌덜머리가 났을 때 226
자신의 뿌리를 이해하라 228
이야기 모임 만들기 234
벌거벗은 자만이 진실을 쓸 수 있다 238
누구에게나 천재의 목소리가 들어있다 244
작품을 평가하는 스스로의 잣대를 가져라 249
사무라이가 되어 써라 252
고쳐 쓰기 256
나는 죽고 싶지 않다 263

에필로그 266
옮기고 나서 269
-9~10쪽

대학을 졸업한 다음에야 비로소 나는 소설을 읽고 시를 암송하는 것으로는 돈을 벌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친구 세 명과 함께 미시간 주에서 인공감미료를 첨가하지 않은 순수 자연식 레스토랑을 개업했다. 그때가 70년대 초반이었고 나로 말하면 ㄹ스토랑 개업 1년 전에야 난생처음 아보카도라는 열매를 먹어 보았던, 그야말로 음식에 관한 한 문외한이었다.


아침이면 나는 건포도나 검은 딸기를 넣은 머핀을 구워야 했다. 간간이 마음이 동하는 날이면 땅콩버터를 넣을 때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만든 머핀을 고객들이 맛있어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내가 정성을 기울여 만들 때만 정말 맛좋은 음식이 만들어진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우리는 그 레스토랑의 창조자였다. 그렇기 때문에 레스토랑의 음식 맛을 결정하는 것은 오로지 우리의 노력에 달린 일이었다. 우리 자신이 아닌 다른 곳에서, 학창 시절 A학점을 받았던 답안지처러 기가 막힌 답이 나올 수는 없었다. 이때가 내가 자신의 마음만을 믿어야 한다는 사실을 배운 최초의 시기였다.

-14쪽

그리고 여러분에게 안정된 삶의 방식을 가지려고 너무 염려할 필요는 없다고 당부하고 싶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시작할 때 이미 당신은 끝까지 그 일을 따라갈 깊은 안정성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엄청난 액수의 연봉을 받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 사람의 인생이 평생 안정될 거라고 그 누가 장담할 수 있단 말인가?

-16쪽

글쓰기를 배우는 길에는 많은 진리가 담겨 있다. 실천적으로 글을 쓴다는 의미는 궁극적으로 자신의 인생 전체를 충실하게 살겠다는 뜻이다. 글쓰기 공부는 일차원적인 과정이 아니다. 좋은 작가가 되기 위해 반드시 A에서 B를 거쳐 그 다음은 C로 가야 한다는 식의 논리는 없다. 이것이 내가 글쓰기에 대해서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진실이다. -17쪽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말은 긴장을 풀고, 몸과 마음 전체로 이 책을 흡수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읽는 데서 끝내지 말라. 부디 써라. 그리고 자신을 믿어라. 자신의 요구가 무엇인지 배우라. 나는 여러분들이 이 책을 쓰임새 있게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

-18쪽

첫 마음, 종이와 연필

나는 첫 번째 수업을 무척 좋아한다. 글쓰기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글 쓰는 사람으로 인생을 살겠다고 다짐했던 그 '첫 마음' 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서 이 첫 마음이야말로 우리가 글을 쓰기 위해 책상 앞에 앉을 때마다 돌아가야 하는 자리일 것이다.

두 달 전에 꽤 괜찮은 글을 썼다고 해서 앞으로도 좋은 글을 쓴다는 보장은 없는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언제나 새롭게 글을 써야 하는 운명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솔직히 나는 새로운 글을 쓸 때마다 전에 어떻게 글을 완성했었는지 의아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글쓰기는 매번 지도 없이 떠나는 새로운 여행이다.
-19쪽

글쓰기는 정신적이면서 동시에 육체적인 작업이기에 사용하는 도구와 장비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나는 감정적인 글을 쓸 때는, 적어도 처음에는 직접 손으로 쓴다. 손으로 쓰는 것이 심장의 운동과 더욱 가깝게 연결되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22쪽

책상을 마주했을 때는 최소한의 제한만으로도 충분하다. 그저 "나에게는 세사에서 가장 쓸모없는 졸작을 쓸 권리가 있다" 라고만 하자. 그저 많은 글을 쓰겠다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라. 미래의 위대한 소설가가 되리라 결심을 했으면서도 정작 단 한 줄도 쓰지 못하는 학생들을 나는 너무나 많이 보아왔다. 만약 당신이 책상 앞에 앉을 때마다 무언가 위대한 작품을 쓰리라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대개 커다란 절망으로 끝나기 쉽다는 걸 명심하라. 이런 기대감이 글쓰기를 포기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나는 한 달에 노트 하나를 채우는 것으로 내 임무를 다 한다(나는 작품을 쓸 대마다 나 자신만을 위한 글쓰기 안내서를 항상 새롭게 만든다). 그저 이 노트를 채우면 그만이다. 이것이 내가 정한 나의 글쓰기 훈련법이다. -32쪽

글을 쓰는 것은 내가 아니다

우리가 경험한 일이 하나의 의식으로 자리잡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예를 들어, 한창 사랑에 빠져 있는 사람이 사랑에 빠진 상태를 글로 적절히 표현해 내기란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오직 "난 미치도록 사랑에 빠져 있어" 라는 소리만 되풀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제 막 새로운 도시로 이사를 온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 사람은 아직 그 도시를 몸으로 겪어 보지 못했기 때문에 잘 알 수 없다. 그는 주변 환경에 익숙치 못해서 물건을 사러 편의점에 나갔다가 길을 ㅇ맇어버릴 수도 있다. 아직 그 도시에서 겨울을 난 적도 없고, 청둥오리가 가을에 호수를 떠났다가 봄이면 다시 호수로 찾아오는 것을 보지도 못했다. -35쪽

헤밍웨이는 그의 작푸 <움직이는 사육제A Moveable Feast>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파리에서 미시간 이야기를 썼듯 어쩌면 나는 파리를 벗어난 후에야 비로소 진짜 파리 이야기를 쓸 수 있을지 모른다. 그것은 내가 파리를 충부히 알지 못했다는 사실을 파리를 떠난 후에야 알게 되기 때문이다."
우릭의 지각 능력이나 판단력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각과 판단력은 우리의 의식과 육체를 거쳐서 나온 경험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나는 이것을 '퇴비를 섞는 과정' 이라고 부른다. 인생이 남긴 쓰레기더미는 자꾸 쌓여 간다. 우리는 그 안에서 특정한 경험들만을 수집하기도 하고, 때로는 버린 것들을 섞어서 새로운 경험으로 삼기도 한다. 우리가 버린 계란 껍질, 시금치 이파리, 원두커피 찌꺼기 그리고 낡은 마음의 힘줄들이 삭아, 뜨거운 열량을 가진 비옥한 토양으로 변한다.
이 비옥한 토양이 우리의 시와 이야기를 꽃 피워 주는 자원이다. 하지만 비옥한 토양은 단시일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세월이 필요하다. 유기적으로 이어진 인생의 모든 세부 항목들을 계속 뒤집고 또 뒤집어서 쓸데없는 찌꺼기들을 걸러 내야만 기름진 토양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36쪽

이다.
똑같은 시간을 주었음에도 남모다 많은 분량의 글을 써내는 학생을 보면 나는 기분이 좋아진다. 물론 긴 글이라고 해서 우수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개 그런 학생들은 자신의 마음을-36쪽

하나의 재료로서 탐색하고 있는 게 보인다. 이런 학생들이야 말로 그저 '나도 글을 써 보겠다' 는 소망에 머물지 않고 실제로 훈련 과정을 충실히 거쳐 앞으로도 계속 글을 써 나갈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고무래로 흙을 파내듯 자신의 마음을 자꾸 써레질해주고, 얕은 개울 같은 생각을 자꾸 뒤집어 주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낯설고 힘든 일이지만, 이런 작업을 계속해 나간다고 해서 신경증적인 위험에 빠진다고 염려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는 자기 내면의 더욱 깊은 곳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우리 안에 들어 있는 그 풍요의 정원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한동안 나는 쓰고 싶은 주제가 늘 똑같았던 적이 있었다. 예를 들어, 1983년 8월부터 12월까지 내 습작 노트를 보면, 거기엔 내가 여러 달 내내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글을 쓰려고 노력한 흔적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때 나는 이 주제에 매달려 거기에 맞는 퇴비를 만들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어찌된 영문인지 지금도 모르겠지만, 12월에 접어들어 정신을 차려 보니 나는 미네아폴리스에 있는 제과점인 크로아상 익스프레스에 멍하니 앉아 있었고, 내 앞에는 아버지의 죽음에 -37쪽

대한 장시 한 편이 놓여 있었다. 내가 말해야만 했던 모든 것들이 갑자기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하나의 통일된 실체를 이루어낸 것이다. 퇴비에서 한 송이 붉은 튤립이 피어난 순간이었다.-37쪽

헤아리지 못할 정도로 많은 비료를 마련해 놓은 다음, 갑자기 당신은 한 순간 별과, 또는 당신 머리 위에 걸려 있는 거실 샹들리에와 연결되는 것이다! 이런 연대가 이루어지면 당신의 몸이 열리게 되고, 이제는 그 몸이 말을 하게 된다.
글쓰기에 이런 과정이 내재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우리는 모든 불안을 잠재우고 인내심을 기를 수 있게 된다. 우리가 모든 것을 다 경영할 수는 없다. 우리는 심지어 자기가 쓰는 글조차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나약한 존재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훈련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스스로의 경영자가 될 수 없다는 말을, 결코 편하게 앉아서 사탕이나 먹으며 살겠다는 핑계거리로 삼지 말라. 우리는 계속해서 비료가 될만한 자료를 수집하고, 발효시키고, 비옥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 비료가 글을 쓰는 데 필요한 우리의 근육이 되어 준다면 우리는 위대한 조류를 타고 더 넓은 곳으로 나갈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면 다른 사람의 성공도 인정할-38쪽

수 있으며 쓸데없는 욕심에도 빠지지 않게 된다. 누구는 성공하고 누구는 그렇지 못한 것은 그저 사람마다 때가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현세에서 그 때를 만날 수도 있고, 죽은 후에야 찾아올 수도 있다. 빠르고 늦은 것은 중요하지 않다. 계속 써라. -39쪽

그러나 나는 내 인생의 밑바닥에서 무언가가 나를 지탱하고 키워주고 있다는 믿음만은 늘 가지고 있었다. 내가 가야 할 나만의 길이 하나 있을 거라는 신념은 놓치지 않았다. 비록 마을은 아무런 감흥없이 무감각하게 가라앉아 있거나 잡념들로 산만하게 채워져 있곤 했지만, 그 시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라곤 오로지 그런 산만한 마음과 그 동안 살았던 인생이 전부였다. 나는 거기서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알려 주는 이 노트를 통해 내가 전보다 발전하고 있음을 안다. 이 노트는 한 인간의 존재 증명이다."
이처럼 당신이 자신의 마음에서 나온 것들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면, 앞으로 5년 동안 쓰레기 같은 글만 쓸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보다 더 많은 세월 동안 글쓰기를 멀리하며 살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스스로가 게으르며 불안정하고 자기혐오나 두려움에 쌓인 존재, 정말 말할 가치도 없는 존재라는 사실과 직면하는 순간을 경험할 필요가 있다. 그때 당신은 더이상 어디로도 도망을 칠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를 것이다. 이제 당신은 별수 없이 자신의 마음을 종이 위에 풀어 놓아야 하며, -42~43쪽

그 가련한 목소리가 들려 주는 말을 경청해야 한다.
이런 쓰레기와 퇴비에서 피어난 글쓰기만이 견고한 글이 된다. 당신은 어느 것으로부터도 도망치지 않게 된다. 당신은 예술적 안정성을 지니게 된다. 안에서 울려나오는 목소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바깥에서부터 쏟아지는 어떤 비평도 무섭지 않다.
실제로 옛날 습작 노트를 다시 읽고 나서, 나는 내가 스스로에게 너무 많이 응석을 부렸으며 정리되지 않은 생각 속에서 너무 오래 방황햇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아는 것도 좋은 일이다. 그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하다. 이런 인식이 생긴 되에는 아름다움과 다정한 배려, 명료한 진실을 선택할 수 있는 튼튼한 갑옷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이제는 두려움을 등에 진 채 무작정 아름다움을 좇아 거칠게 달려가지 않게 된다.-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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