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효의 글쓰기 만보(안정효,모멘토,2006) 글쓰기의 공중부양(이외수,해냄,2007) 글쓰기 생각쓰기(윌리엄 진서,이한중 옮김,돌베개,2007) 스누피의 글쓰기 완전정복(몬티 슐츠,바나비 콘라드,김연수 옮김,한문화,2006) 아티스트웨이(줄리아 카메론,임지호 옮김,경당,2003) 네 멋대로 써라(데릭 젠슨,김정훈 옮김,삼인,2005) 문장강화(이태준,임형택 해제,창비,2005) 우리글 바로쓰기1,2(이오덕,한길사,1992) 우리 문장 쓰기(이오덕,한길사,1992) 인디라이터(명로진,해피니언,2007) 내 인생의 자서전 쓰는 법(린다 스펜스,황지현 옮김,고즈윈,2008)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박현찬,설흔,위즈덤하우스,2007) 즐거운 글쓰기(루츠 폰 베르더,바바라 슐테-슈타이니케,김동의 옮김,들녘,2004) 최근 3년 동안 글쓰기에 관해 읽은 책이다. 특별히 좋아하는 책은 《네 멋대로 써라》, 《우리 문장 쓰기》, 《스누피의 글쓰기 완전정복》, 《글쓰기 생각쓰기》다. 좋아하는 이유는 한 가지, 이 책들을 읽다보면 쓰고 싶다는 욕구와 써야겠다는 필요를 느끼기 때문이다. 오늘 《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를 읽으면서도 '뭐라도 좀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16쪽에서 47쪽이면 몇 페이지지? 하나, 둘, 셋, 넷... 장장 서른 두 쪽이다. 단행본에서 이 정도 분량이면 서문으로는 너무 길지 않나? 적어도 위에 쓴 책 가운데서는 제일 길다. 말이건 글이건 서론이 긴 사람은 반갑지 않다. 더구나 그 긴 내용이 결국 '스스로 속이지 말라, 정직하라'는 한 마디로 압축할 수 있는 것이니 이 얼마나 장황한 설명이란 말인가! (아아.. 정말 내 스퇄(스타일) 아니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읽고 나서 '뭐라도 좀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래 이런걸 무심하게 넘기다보면 금방 뇌에 살이 붙어. 뱃살 붙는 것도 갑갑해 죽겠는데 뇌까지 군살이 생기면 어쩌겠어. 뭐 그건 그렇고. 즉각적 판단 기준이 되버린 '내 스퇄'이라는 것 부터 좀 따져볼 필요가 있겠지만, 그리 급한 문제는 아니니까 우선은 리뷰 본분에 따라 써보자. 내 스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의 프롤로그가 나에게 영향을 끼치는 이유는? 간단하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물에 걸려들었다. 그것도 치밀하게 짠 커다란 정치망에! 정치망이 뭔가. 영어로 set net, 한자로 定置網(고기떼가 다니는, 일정(一定)한 곳에 상당(相當)한 기간(期間) 동아나 고정(固定)시켜 놓고 물고기를 잡는 그물 자리그물) 참 촘촘하게도 짜 놓았네. 중간 중간 매듭도 꼼꼼하게 짓고, 걸려들었다 하면 빠져나가지 못하게 그렇게 빈틈없는 그물. 여기 걸려들었으니 하다못해 그 날 일기라도 몇 줄 써야하지 않겠나. 그래 이왕 쓰려면 좀 참신한 걸로 하지 그러면서 시작한 리뷰. (잘 하고 있나? 흐흐) 하나 걸고 넘어갈 게 있다. 저자는 2006년부터 <연구공간 수유+너머>에서 글쓰기 강좌를 진행해 왔고, 이 책은 결과물이다. 강좌에는 강사와 수강생이 있다. 강사만으로 강의를 진행할 수 없고, 수강생만으로도 안된다. 그런데 그 강좌의 결과물로 나온 책의 저자가 한 사람이라는 점은 부당하다. 밭 갈고 씨 뿌리고 물 주고.. 땀은 여럿이 흘리고 열매는 한 사람이 독차지하는 것 아닌가. 물론 수강생들도 나름대로 자기를 찾고, 길을 찾고 배운 것으로 보람을 찾을 수 있겠지. 그래도 수강생들이 낸 '초보 습작'이 없었다면 이 책은 애초에 나올 수 없는 것 아닌가. '책을 내며' 한 쪽에 수강생 명단이라도 올려놓았다면 좀 좋을까! 뭐 아무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프롤로그부터 시작해서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쓰라'고 나를 자극한다. 장황한 설명이 지루한데도 계속해서 내가 자극 받을 수 있었던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금방 답이 나온다. 강사도 수강생도 모두 우리나라 사람, 저자도 나도 우리나라 사람이라는 점! 그래 확실히 《글쓰기 생각쓰기》나 《네 멋대로 써라》와는 다르다. 두 번역서가 퓨전요리라면 이 책은 어릴 때부터 먹어온 밥,김치,된장찌개다. 매일 먹어도 물리지 않는 밥, 매끼 먹어도 또 먹고 싶은 김치... 그래서 바란다. 밥같은 김치같은 글쓰기 책이 더 많이 나오기를! 이왕이면 나하고 좀 더 죽이 잘 맞는 책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