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가는 비둘기 똥구멍을 그리라굽쇼? - 디자인, 디자이닝, 디자이너의 보이지 않는 세계
홍동원 지음 / 동녘 / 2009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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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가는 비둘기 똥구멍을 그리라굽쇼?
크하하하하, 웃다가
맞아, 맞아, 박수치다가
이런 이런, 분통터뜨리다가
어쩜 그래, 어머어머, 놀라다가, 침 삼키다가, 사래걸려서 켁켁거리기까지...
오만 포즈로 책을 읽음.

디자이너가 이렇게 입담 좋아도 돼?
하긴 10년 이상 꾸준히 썼다하니, 그것도 자기 분야에 관해서!
재미없다면 그렇게 오래 할 수 있었겠나!
쓰는 사람도 재미있고 읽는 사람도 그랬어야 계속 할 수 있었을 것 아닌가.
그러니까 재미있는 게 당연하지.
난 이번에 정말 탁월한 선택을 한 거야!!
만족, 만족^^ 

 

-밑줄 메모-

■인상적인 등장인물1. 스승 권명광 교수

9쪽 노느니 글을 쓰자
우뇌를 사용하는 디자이너가 글을 쓴다는 것은 좌뇌를 쓰는 먹물들의 영역을 침범한 대역죄다. 내가 글을 쓰게 된 동기는 스승이신 권명광 교수께서 '꼭 글을 쓸 줄 아는 디자이너가 되라'는 당부의 말씀을 하셔서다.

디자이너는 우뇌 쓰고 먹물들은 좌뇌를 쓴다고? 왼손잡이 오른손잡이는 들어봤는데, 그럼 디자이너는 우뇌잡이 먹물들은 좌뇌잡이란 말? 왼 손은 왼 손, 오른 손은 오른 손 따로 노는데 뇌도 정말 왼쪽 오른쪽 따로라고? 흠... 그건 그렇고, 디자이너가 글 쓴다고 무슨 대역죄씩이나!ㅋ
아무튼 참 훌륭한 스승을 만나셨군. '꼭 글을 쓸 줄 아는 디자이너가 되라'는 당부는 아무나 할 수 있는 당부가 아니리라. (스승께서 언제고 한 번 글 못써서 엄청 억울한 일이라도 당하셨던 게지..ㅋ) 좋구나. 그런 당부를 해주시는 스승을 만난 것도 그렇고, 그걸 잊지 않고 간직한 제자도 그렇고!)  

■인상적인 등장인물2. 디자이너가 된 촌놈, 안광욱 직원

(39쪽) 촌놈, 디자이너 만들기
"아래께 먹었던 자루찌개가정말로 맛있던데요..."
사무실 막내인 그를 몸보신 시키려고 뭘 먹고 싶냐 물었더니 알 수 없는 대답을 한다.
"뭐, 자루찌개?"
곰곰이 생각해 보니 며칠 전 부대찌개를 맛있게 먹던 그 친구 얼굴이 떠올랐다.
"자루가 아니라 부대찌개."
(43쪽)...... 그는 요즈음 출판디자인계에서 잘나가는 안광욱이다.

크크크.. 자루찌개!

 

■인상적인 등장인물3. '내탓이오'를 디자인한 신명우 선배>

(49쪽)내 '안내자'였던 신명우 선배
이런 글을 쓰리라 생각을 가다듬고 있을 즈음 명동성당에 신부로 계시는 친구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신명우 씨 별세."
"아, 명우 형이!"

'내탓이오'를 남기고 간 남자..


■인상적인 등장인물4. '니들이 김치를 알아!' 프로젝트 박수호주간

(258쪽)'니들이 김치를 알아!' 프로젝트
...갑자기 박수호 주간이 그리워졌다.
"야, 좀 와 봐라."
그 양반 디자인하우스 단행본 편집주간하실 때 나를 늘 그렇게 불러댔다. 뭐 서로 사귀는 사이가 아니니 일이 있어 부르겠지만, 서둘러 가지 않으면 혼난다. 자기는 디자인이 좋아 다니던 의대를 때려치우고 디자인 책을 만들고 있는데..... 그러니까 디자이너들에게 봉사중이고 희생하고 계시단다. 전화하면 즉각 뛰어가야 한다. 고집은 정말 고래힘줄이다.
"조국과 민족을 위해서 좀 나서 줘야 하겠다."
이 양반 조국과 민족을 팔면 그 다음 레퍼토리는 뻔하다. 깎자는 말이다. 왜냐하면 그런 책은 팔리지 않을 것이 뻔한데, 주제가 조국과 민족이니 허접하게 만들었다간 만들지 않느니만 못한 결과를 초래한다. 똥 묻은 개한테 욕만 먹는다. 그런 사실을 뻔히 아니 돈 생기지 않는 일에 부담만 백 배이다. 늘 그렇듯 그 양반이 근무하는 출판사 근처 생맥주집으로 간다.
전화해서 어디 있냐고 물어봐야 전화비만 아깝고, 돈 깎자고 하면서 생맥주 한잔으로 때운다. 그래도 맨입으로 깎자고 하는 것보다는 훨씬 인간적이다. 내가 너무 박하다고 엄살을 떨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신다.
"내가 이 나이에 디자인이 좋아서..... 이 넓은 서울 바닥에 바늘 꽂을 땅 한 평 없이 사는데.... 내가 돈 있으면서 그러냐? 이 자식, 이름 좀 나더니...."
더 들어 봐야 좋을 것 하나 없으니 그냥 무조건 한다고 해야 한다. 그게 정답이다. 나는 그날 한마디도 안 개겼다.
"일본 놈들이 말이야, 웹스터 사전에 '김치'를 제치고 '기무치'라는 이름을 넣으려고 해요."
이 말씀으로 시작한 그 양반은 생맥주 500cc를 '원샷' 하시더니 여느 날과는 달리 한 잔을 더 주문하셨다. 술에 약한 그 양반, 30분 후 고래고래 소리를 치며 외치셨다.
"지들이 김치를 알아?" 


'지들이 김치를 알아?' 한마디로 끝났다면 별 볼 일 없는 인생. 그러나, 이 사람 저 사람, 능력있고 머리도 있고 가슴도 있는 사람들을 불러서 이렇게 떡허니 책 한권을 만들어냈으니 와우!..? 아니, 아니.. 요새 감탄사가 새로 생겼지, 오~올레! 멋쪄부러^^~~

 

 
■인상적인 등장인물5. '너 혼자 잘나서 큰 줄 아냐.' ... '가서 하나라도 더 팔거라.' ... 어머니, 아, 어머니!(저자 홍동원의 어머니, 책에 실명 언급 없음.)

(209쪽)
"공짜로만 달라고 해 그냥 돌아왔다."
내게 전화를 하면서 공짜 심보에 속이 상해 하셨다.
"어머니, 친구 분들에게 그냥 나누어 주셔도 돼요."
나는 그래봐야 몇 개나 되겠나 하는 생각에 어머니께 여유를 가지시라고 말씀을 드렸다. 어머니께 그 말씀을 드리고 혼이 났다.
"야 이놈아, 내가 너 대학 보내고 그것도 모자라 대학원 보내고 유학도 보냈는데 그 돈은 뭐 하늘에서 공짜로 떨어진 것인 줄 아냐, 니 애미 허리가 휘었다."
그 말에 눈물이 찔끔 나왔다. 외제라고 특별소비세가 붙어 엄청 비싼 물감을 사느라고 나는 라면도 굶었고, 어머니는 버스 서너 정류장 거리는 걸어다니셨다. 아니 내가 한 절약은 어머니에 비하면 절약도 아니었다. 그 아까워 못쓰고 꼬깃꼬깃 모아 둔 돈을 놀음판에 미친 서방이 들고 튀듯 아들이 날름 들고 나가니 서러워 눈물로 곡도 못하고 마른 침만 꼴깍꼴깍 삼키신 양반이다.
"너 혼자 잘나서 큰 줄 아냐."
이 말이 내 가슴에 꽂힌 어머니의 결정타였다.
한번은 어머니가 노안으로 글자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숫자가 아주 큰 달력을 만들어 드렸다. 어머니는 달력을 받아 들고 아주 흐믓해 하시더니 내게 다시 주셨다.
"가서 하나라도 더 팔거라."
그 말씀이 너무 단호해 나는 달력을 그냥 가지고 돌아와야 했다. 

안다.
나도 안다, 그거. 
달력을 만든이의 심정, 달력 만드는 이를 키운이의 심정..
너무도 잘 알겠다.
"엄마! 죄송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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