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나는 스웨덴의 공동묘지 두 군데를 '관광'했다. 유명한 현대건축가에 의해 설계된 광활하고 아름다운 묘지들이었다. 산 자들의 지척에 죽음이 있음을 온전히 이해한 영혼이 깨인 건축가에 의해, 손 안 댄 듯이 손 댄 거룩하되 따사로운 공간이었다. -97쪽
그 공동묘지 둘 중 하나에 있었지 싶다. 작지작은 채플이었다. 땅속에 묻히기 전에 다시 한번 이별하는 그 처소의 입구에 해독할 수 없는 짧은 스웨덴어 문장이 동판에 새겨져 붙어 있었다. 통역을 불러 물어보았다.
"오늘은 나, 내일은 너."
통욕의 입에서 간단히 이 말이 떨어졌다. 눈물이 왈칵 솟구쳤다. 사자가 우리에게 전하는 그 통절한 메시지가 어두운 내 눈을 찔렀던 것이다.
이 글은 『샘이 깊은 물』 주간이었던 설호정 씨가 쓴 「삶 그리고 마무리」라는 글의 한 부분입니다.-97쪽
오늘 하루하루를 충만히 사는 것이야말로 죽음에 대한 가장 이상적인 준비입니다. 죽음을 전제로 하지 않고 사는 생은 가짜 보석과 같습니다. 어느 호스피스의 말에 의하면 사라미 죽어가면서 마지막으로 하는 세 마디는 "그때 좀 참을걸, 그때 좀 베풀걸, 그때 좀 재미있게 살걸"이라고 합니다. -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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