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드러커의 위대한 혁신
피터 드러커 지음, 권영설.전미옥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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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를 팔아라

고객 창조 전략의 마지막 부분은 제조업자에게 '제품'을 ㅈ공하는 일에 관한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일과 관련된다. 사실 이 전략은 고객의 현실을 제품의 일부로서 이해하고 구매 후에 대가를 받는 전략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다.

미국 중서부에 위치한 어느 중규모 회사는 초대형 토목공사에서 사용하는 장비에 필요한 특수 윤활유의 절반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예를 들면,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토목회사들이 사용하는 불도저와 굴착기, 노천광산의 표층토를 제거하는 데 사용되는 중장비, 광산에서 석탄을 운반하는 데 사용되는 트럭 등의 특수 윤활유를 공급하는 것이다.

이 회사는 모든 분야의 윤활유 전문가를 동원할 수 있는 메이저 석유 회사들과 경쟁관계에 놓여 있다. 그러나 이들 메이저 회사들과 윤활유 판매 경쟁을 벌이지 않았다. 이 회사가 팔고 있는 것은 윤활유가 아니라 -130쪽

사실상 '보험'에 가까운 것이었다.

건설업자에게 '가치'가 있는 것은 윤활유가 아니라, 건설 장비를 '중단시키지 않고 계속 가동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건설 현장에서 대형 장비가 고장이 나서 가동이 중단될 경우 건설업자가 한 시간남다 입는 손실은 1년 내내 윤활유 비용을 지출한 것보다도 훨씬 더 크다. 또 건설 작업 과정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공사 기일을 맞추지 못한 건설업자에게 지연 손실금을 물린다는 점이다. 따라서 건설업체들은 공사 기일을 가능한 한 정확하게 계산하고 그 시간을 놓고 경쟁해서 공사 계약을 따내는 것이다.
-131쪽

이 회사는 건설업자들에게 장비의 유지 및 보수 필요성을 분석해주었다. 그런 다음 연간 가격 기준으로 유지ㆍ보수 프로그램을 계약하는데, 이 프로그램은 대형 장비가 윤활유 문제 때문에 연간 일정 시간 이상 멈추지 않을 것을 건설업자에게 보증해 주었다. 이 프로그램이 항상 자사의 윤활유를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건설업자가 산 것은 윤활유가 아니었다. 건설업자들은 그들에게 엄청난 가치를 제공해주는 것, 즉 '중단 없는 공사'를 구입한 것이다.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한 또 다른 사례는 '제품에서 시스템으로의 이동'이라고 명명할 수 있는 것으로, 미시건 주 지랜드Zeeland 소재 가구 제조회사인 허먼 밀러Herman Miller다. 이 회사는 처음에는 초기 현대적 디자인 작품들 가운데 하나인 에임스 체어의 제조업체로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다른 모든 가구업체들이 디자이너 의자를 출시하기 시작하자, 밀러는 회사 사무실 전체가 필요로 하는 가구와 병원의 업무용 가구를 제조ㆍ판매하는 사업으로 분야를 바꾸었는데, 두 분야 모두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다.
-131쪽

그 후 '미래의 사무실'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기 시작하자 밀러는 가구나 비품을 파는 대신 회사 업무의 원활한 흐름과 높은 생산성을 위해, 그리고 종업원의 사기를 올리는 데 필요한 사무실 배치 및 필요한 비품 구매에 대해 컨설팅하는 설비관리 연구소를 만들었다.

밀러가 하는 일은 고객의 '가치'를 재정립하는 것이었다. 이 회사는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귀사는 가구를 구입하지만, 사실 그것은 업무ㆍ사기ㆍ생산성 향상을 구입하는 것입니다. 귀사가 돈을 지불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132쪽

이들의 성공 사례는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될지 모른다. 확실히 조금만 머리를 쓰면 누구든지 이런 전략, 그리고 비슷한 전략들을 구상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이론경제학의 아버지 데이비드 리카도David Ricado는 "이윤은 남다른 현명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남다른 어리석음에서 나온다"라고 말했다.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전략 자체가 우수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공급업체들이 (서비스뿐만 아니라 제품 공급업체들이)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전략들은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에' 효과를 발휘한다.

그런데도 왜 그런 전략을 제대로 사용하는 기업이 드물까? 사례에서처럼, "고객이 정말로 구입하는 것은 무엇인가?" 라고 묻는 사람이면 -132쪽

누구나 게임에서 이길 수 있는데도 말이다. 사실, 같이 달리는 경쟁자도 없으므로 그것은 게임이라고 할 수도 없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이유는 경제학자들과 그들의 '가격' 개념으로 풀어볼 수 있다. 모든 경제학 교과서는 제품의 '가격', 즉 고객이 재화 또는 용역을 점유하거나 소유하기 위해 지불하는 금액으로 결정되는 그 가격 이외에는 모든 것을 고려 대상에서 제외한다. 제품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효용에 대해서는 두 번 다시 언급하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공급업체들은 제품을 공급하든 서비스를 공급하든 간에 경제학자들의 이론에 따르는 경향이 있다. -1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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