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남미 - 그래, 난 좀 뜨거워질 필요가 있어
차유진 지음 / 포북(for book) / 2009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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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남미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 멕시코, 페루 여행기 
 

○언제 : 어느 날 불현듯, 현실을 훌훌 털고 7개월 동안 — 책 표지 날개(앞)에서.
○어디서 :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 멕시코, 페루에서 —목차에서
○누가 : 1975년생 차유진 —책 표지 날개(앞)에서.
○무엇을 : 사진을, 글을, 경치를, 요리를, 맥주를, 와인을, 사람을, 친구를, 춤을, 음악을…
○어떻게 : 즐겁게, 행복하게, 여유롭게, 풍성하게, 마음껏, 친절하게, 친근하게, 꼼꼼하게, 잔잔하게…
○왜 : '내 마음에 불씨가 남아 있다면 다시 일으켜보고 싶다는 생각에' ㅡEPILOGUE에서..

남미의 분위기가 그런건지, 책을 쓴 차유진 작가의 성격이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체적으로 밝은 느낌을 주는 책입니다. 사진만 봐도 그래요. 새파란 하늘, 눈부시게 넘치는 햇살, 활기찬 시장, 풍성한 색감, 형형색색 과일, 싱그런 나뭇잎, 노을진 하늘 색이나 심지어 건조한 사막 풍경 조차도 명랑한 느낌을 주네요. 사람도 겉모습만 보고는 모르고 겪어봐야 알 수 있는 거잖아요. 이 책이 특히 그렇습니다. 은회색 바탕에 흰 색 글씨 제목이 주는 표지 디자인만 보고는 별 느낌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책을 받아 속을 들여다보니 분위기가 확 달라지네요.

혼자 여행이지만, 사람 없는 오지 여행이 아닌 이상 어딜 가나 여행자는 사람들을 만나죠. 대개는 같은 처지에 있는 여행자들이거나 여행자를 상대하는 상인들인데, 재미있는 것은, 누가 만나는가에 따라서, 누가 표현하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들이 밝아지기도 하고, 심각해지기도 하고, 특별해지기도 한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책이 시종일관 밝고 명랑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데에는 작가의 성격이 큰 몫을 했겠다는 생각도 드는 거구요.

반면에 작가는 아주 꼼꼼한 성격이기도 한가 봐요. 중간에, 브라질 사우바도르에서 '라바젱 두 봉핑'이라는 행사에 참석했다가 카메라를 잃어버렸다고 했는데(187p.) 사진이 한 장 한 장 아주 구체적이고 섬세합니다. 그 때 그 때 찍은 사진들을 노트북에 정리해두는 꼼꼼함이 아니라면 카메라와 함께 찍은 사진들도 다 잃어버렸을텐데 말이죠.

아무래도 누군가 이렇게 오래 혼자 지낸 이야기를 읽다 보면(그것도 직접 찍은 생생한 사진들과 함께 말입니다) 편안한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고 남의 일기장을 엿보는듯한 느낌이 들어요. 그러면서 나름대로 유추하고 상상하는 거죠. 제가 지금 작가의 성격이 이러니 저러니 추측뿐인 말들로 리뷰를 쓰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구요^^

책을 다 읽고 나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디미트리의 춤과, 난생 처음 비키니를(그것도 터키색 비키니를!) 사 입고 해수욕을 즐긴 느낌을 표현한 대목입니다. '인상깊은 구절'로 정리하면서 리뷰를 마칩니다. 
 


* 인상깊은 구절

98쪽.
난 춤으로부터 무얼 기대하고 있는 걸까? 내 인생에서 춤은 어느 정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일까? 그저 끝없는 '위안'일까. 음악이 잔잔한 물결처럼 나를 가라앉혀주는 위안이라면, 춤은 내 안에 불을 붙여 순간적으로 모든 것을 잊게 해준다. 움직임으로써 그리고 다른 사람과 몸으로 소통하면서. 영어도 포르투갈어도 아닌, 내가 가장 잘 말할 수 있는 언어의 하나라고 자신하는 데 뭐가 이리도 어려운 걸까.

180쪽.
디미트리에게 왜 댄서가 안 되고 침술사가 되었느냐고 물어봤다. 그가 답하기를, 댄서로 인생을 보내는 것은 너무 동적이라서 그랬단다. 자신은 차분히 가라앉는 삶이 필요한데 춤은 너무나 동적이기 때문에 가끔 추는 것은 좋지만 직업으로 삼고 싶지는 않다고.


* 먹어보고 싶어지는 음식
[파일라 마리나]
과일 가게 아저씨가 추천해준 가게 '돈데 아우구스토'에서 레모네이드와 함께 파일라 마리나를 주문한다. 가격은 2천 원 정도. 조그만 돌뚝배기에 홍합이나 여러 가지 조개, 새우가 섞여 나오는데 빵과 고수를 넣은 토마토 살사소스와 촘촘한 질감의 납작한 빵, 엄청나게 즙이 많은 레몬을 두 개 썰어 내온다.
북엇국에 딸려 나오는 새우젓이 그냥 장식이 아니듯, 해물 수프를 먹을 때는 반드시 레몬 즙을 듬뿍 뿌려 먹어야 한다. 온갖 해물이 어울린 강한 맛을 잡아줄 뿐 아니라, 배탈이 나는 것을 막아주기도 하니까. 국물에서는 와인과 홍합 그리고 성게 알의 맛이 진하게 느껴졌다. (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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