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터 -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선물
글렌 벡 지음, 김지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나에게는,
가슴 아픈 이야기,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하나 있다.

이야기에는 세 사람이 등장한다.
6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 막내 동생 철수(가명), 그리고 나.

내가 중,고등학생 시절 가장 많이 시간을 보낸 곳은, 집이나 학교가 아닌, 바로 '교회'였다. 그런데 어떤 이유로 나는 스무살 때부터 교회에 나가지 않았다. 막내 동생과 나는 5살 차이다. 내가 교회에 나가지 않는 것과 동시에, 철수가 교회에 나가기 시작하더니 나의 중, 고등학교 시절 패턴을 그대로 따라서 생활했다. 중간 중간 나에게 교회로 돌아올 것을 권하기도 하면서 철수는 정말 열심히 신앙 생활을 했다. 나와는 달리 대학에 가서도 철수는 여전히 교회에서 아동부, 중고등부 교사를 하면서 꾸준한 모습을 보여줬다.

2002년에 아버지가 가까운 사람에게 사기를 당하고, 회사가 어려워 지면서 눈에 띄게 쇠약해지시더니, 어느 날 갑자기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고 그만 세상을 떠나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철수와 나는 '믿음'에 대해서 다른 행동을 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마자 철수는 교회에 나가지 않았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신은 없다'면서 종교 자체를 부정하고 나섰다. 나와는 정반대였던 것이다.

아버지가 너무 갑작스럽게 돌아가셨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 아버지가 지고 계셨던 짐은 커다란 산이 되어 우리 가족을 덮쳐 눌렀다. '이렇게 무거운 짐을 정녕 아버지 혼자 전부 짊어지고 계셨단 말인가', 생각하면 할수록 죄책감은 커졌고, 한편으로는 그 짐을 감당하기가 너무 벅차서 정말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때 나는 결국 하나님을 다시 찾았다. 그 후로 지금까지 주일마다 다시 예배를 드리면서 나는 몰라보게 안정을 되찾고, 힘을 얻어 살고 있다.

다시 교회에 다니기 시작한 어느 토요일 저녁에 밥을 먹으면서 철수에게 말했다.

"내일 같이 예배드리러 가자."

"싫어"

"왜 싫은데?"

"싫어. 하나님은 없어. 하나님은 없는 건데 누구한테 예배를 드리라는 거야?"

"하나님이 없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하나님이 있다면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면 안되지. 아니, 세상 일 뿐이 아니야. 이제와서 얘기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내가 새벽마다 뭘 했는지 알아? 나 새벽기도 다녔어. 하루 빨리 부모님 전도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하루 빨리 우리 가족 모두 구원 받고 다 함께 예배드릴 수 있게 해달라고 말이야. 그런데 이게 뭐야. 하나님이 있다해도 내 기도는 들어주지도 않는데 그런 하나님이 무슨 소용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한테 교회 가자는 얘기 하지 마."

나는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부모님이 싫어하시니까 집에다가는 새벽에 운동하러 간다고 말하고 매일 새벽기도를 드렸다는 이야기도 처음 듣는 거였고, 그렇게 열심히 부모님을 전도하게 해달라고 기도했는데 그렇게 갑작스레 아버지가 돌아가셨고(집에 혼자 쓰러져 계신 아버지를 처음 발견해서 응급차를 부른 것도 철수였다.), 별별 극악무도한 범죄와 사기가 들끓는 세상 뉴스 역시, 하나님이 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그런 논리가.. 참 어린애같은 생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에 대해 뭔가 더 이상 이어갈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이런 나에게 『스웨터』는, 동생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해야할 지 알게 해 준 책이다. 등장인물과 배경, 소재는 분명 다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왜 하나님을 외면하고 살았는지, 그런 하나님을 어떻게 다시 찾게 되었는지, 옛날 일기장을 다시 꺼내 읽어보는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이 책이 고마운 것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대화를 멈춘 상태'에서 벗어나 동생을 위해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어떻게 기도할지, 어떤 일을 할지. 따뜻한 사랑을 느끼게 해 주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는 점이다. 

 

[인상깊은 구절]

"때때로 너무 마음이 단단한 것도 약점이 된단다. 정말 강해지고 싶다면 먼저 약해져야 할 필요가 있어. 네 몫의 짐을 다른 사람과 나눠보렴.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기대는 것도 필요하단다. 어려운 일인 건 알아. 하지만 가족은 네가 살아가면서 만날 수밖에 없는 폭풍 속에서 쉴 곳을 마련해주는 사람들이야." (178쪽)

"왜 거짓말인줄 아세요? 하나님은 없기 때문이에요. 우릴 사랑하지 않아요. 우리 같은 사람 따윈 안중에도 없다고요." (186쪽)

"삶의 길을 걸어가면서 부딪치는 가장 어려운 일은, 그 여행을 이어갈 합당한 자격을 스스로가 갖추었다고 믿는 일이란다." (2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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