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 - 한국경제 대전망
심영철.선대인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08년 10월
평점 :
일시품절



2002년에 아버지 사업이 부도났다.
아버지는 사업에 올인하셨기에, 사업체 부도와 더불어 우리집도 넘어갔다. 아버지는 충격으로 쓰러지셨고, 끝내 일어나지 못하셨다. 2002년에 우리 엄마는 남편을 잃고, 집도 잃었다.

엄마는 완전히 절망했다.
한 달, 두 달... 계절이 바뀌고 또 바뀌도록 엄마가 웃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엄마가 절망에서 헤어나오기까지 2년여가 흘러갔다. 엄마가 기운을 차리고 제일 먼저 의욕을 보이신 일은 집을 사는 일이었다.

“환갑이 지난 나이에 내 집 한칸이 없다니. 이러고는 못살겠다. 나는 당장 집부터 마련해야겠다. 니들 가르칠만큼 가르쳐놨으니 이제부터 먹고 사는 건 니들이 책임져라. 나는 내 이름으로 된 집부터 마련해야겠으니까.”

그러고 2년만에 정말 집을 샀다. 대단한 우리 엄마!
경기도 용인 구성에 서른 두 평짜리 아파트를 1억 8천 오백만원에 샀다. 그리고 1년 정도 지났는데 집값이 3억이 되었다고 좋아하시는 걸 보았다. 우리에게 얘기하신다.

“니들이 아무리 새벽부터 나가서 밤늦게까지 고생해도 1년만에 1억 모을 수 있냐? 나는 배운 것도 없는 사람인데 아무튼 1년만에 1억을 벌었다. 어떠냐. 엄마를 보고 배워라. 니들도 무조건 돈 모아서 집부터 사라.”

그러고 또 2년이 지났다.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를 읽고, 엄마에게 전화했다.

“엄마! 엄마 아파트 지금 값이 얼마나 나가?”
“모르지. 뭐 매매가 있어야 집값을 얘기하지. 집 내놓은 사람들이 부르는 값은 소용없어.”
“그럼 어떡해. 앞으로 집값 더 내려간다는데?”
“어떡하긴 뭘 어떡해. 그냥 사는거지. 요즘은 집 사고 파는 사람 없어. 그냥 가만히 있어야 되. 너는 어째.. 일 좀 맡았냐?”
“그냥 작은 거 하나 했어. 금방 끝나서 지금은 일 없어. 분양받은 사람들 중에 잔금 못치뤄서 입주를 못하는 데가 반이 넘는데.”
“그럼 어떡하냐. 일도 없는데 거기서 계속 있으면 뭐해.”
“그래도 계속 일 찾아봐야지.”
“날 추워지는데 감기 걸리지 않게 잘 해라.”
“네.”

울 엄마 아파트는 사실, 울 엄마가 집주인이라는 데 가장 큰 의의가 있다. 엄마 말대로, 먹고 사는 거야 뭐, 나하고 막내하고 벌면 되고. 울 엄마도 집값이 오르면 좋기야하겠지만 그렇다고 집을 팔아 생활비 쓸 일도 없을 것이고, 설령 산 값보다 더 떨어진다고 해도 역시 집주인이 엄마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고, 또 집이 어디로 도망가는 것도 아니니 크게 걱정할 것 없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 한가지는, 나는 아직 집이 없다.

그래서,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를 읽은 내 머릿속엔 한가지 생각뿐이다.

‘부디! 제발! 플리~즈! 지은이 말대로만 되라!’

흐흐흐. 너무 이기적인가?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고 생겨난 작은(?) 바램이 하나 있다.
거품이 꺼지고 바닥이 보이는 시기와, 내가 집을 살 수 있을만큼 돈을 모으고 현금흐름도 튼튼해지는 시기가 일치하기를! 부디! 제발! 플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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