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생각쓰기
윌리엄 진서 지음, 이한중 옮김 / 돌베개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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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난 여행 경험이 많은 기타리스트와 긴 대화를 나누었다.  
그 사람 말로는 60년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도, 누구 못지않게 연주를 잘했다고 한다. 그는 카를로스 산타나에서 랜디 캘리포니아, 지미 헨드릭스, 지미 페이지까지 온갖 사람과 무대에 함께 섰단다. 그러나 그에게 가장 많은 걸 가르쳐준 기타리스트는 그가 풋내기일때 만났던 한 나이든 블루스 연주자였다고 한다. 어떻게 연주하는지 가르쳐달라고 부탁했더니 이렇게 대답해주었다고 한다.
"난 자네에게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걸 15분 만에 가르쳐줄 수가 있네. 그러면 자네가 해야 할 건 집에 돌아가서 15년 동안 연습하는거야."
                                                                  - 데릭젠슨 <네 멋대로 써라> 에서


 

"어떻게 쓰는지 가르쳐주십시요."
나이든 작가 윌리엄진서에게 부탁했다.
"난 자네에게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걸 15분 만에 가르쳐줄 수가 있네.
그러면 자네가 해야 할 건 집에 돌아가서 15년 동안 연습하는 거야."

그리고 15분 동안 그가 알려준 것, 그것이 이 책 내용이다. (내가 좋은 작가가 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15년이 지나봐야 알 수 있을것 아닌가! 훗-)

 

   
  글은 써야 는다. 그거야 당연한데, 이 말이 당연한 것은 그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글쓰기를 배우는 유일한 방법은 강제로 일정한 양을 정기적으로 쓰는 것이다.

신문사에서 매일 글 두세 편을 써야 하는 일을 하면 여섯 달 안에 훨씬 잘 쓰게 될 것이다. 반드시 좋은 글을 쓰게 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군더더기와 진부한 표현이 가득할 수 있다. 하지만 종이 위에 언어를 펼쳐놓는 힘과 자신감이 생기고 일반적인 문제를 알게 될 것이다.

모든 글쓰기는 결국 문제 해결의 문제이다. 어디서 사실을 수집하느냐의 문제일 수도, 자료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의 문제일 수도 있다. 접근법이나 태도, 어조나 문체의 문제일 수도 있다. 무엇이건 간에 그것은 부딪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다. (49p.)
 
   


   
  궁극적으로는 글 쓰는 이가 팔아야 하는 것은 글의 주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다. 나는 전에는 한 번도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과학 분야의 글을 재미있게 읽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때 나를 사로잡는 것은 자기 분야에 대한 글쓴이의 열정이다. 그는 왜 그 문제에 끌렸을까? 그는 그 문제에 대해 어떤 감벙을 품고 있을까? 그것이 그의 삶을 어떻게 바꾸었을까? 월든 호수의 체험을 쓴 작가를 이해하기 위해 월든 호숫가에서 혼자 일 년을 살아야 할 필요는 없다.

이것이 좋은 글쓰기의 핵심이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가 여기에서 나온다. 바로 인간미와 온기다. 좋은 글에는 독자를 한 문단에서 다음 문단으로 계속 나아가도록 붙잡는 생생함이 있다. 이것은 자신을 꾸미는 기교의 문제가 아니다. 가장 명료하고 힘 있는 언어를 사용하는 방식의 문제다.

그런 원칙은 가르칠 수 있는 것일까?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원칙은 대개 익힐 수 있는 것들이다. (17p.)
 
   

 
이부분을 읽으면서 나는 '인간미'와 '온기'에 동그라미를 쳤다. 그리고 더욱 집중하여 책을 읽었고, 이 책이 어째서 30년동안이나 많은 사람에게 읽혀졌는지 그리고 내가 이 책을 읽게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건 바로 작가가 말했던, '글쓴이의 열정'이다. 지난 30년이 문제가 아니다. 윌리엄진서가 살아있는한, 아니 그가 죽더라도 오랫동안 이 책은 많은 사람에게 읽혀질 것이다. 

*

   
  글쓰기는 종이 위에서 생각하는 행위다.(128p.)
 
   

 

*

인상깊은 구절이나 도움이 되었던 부분을 쓰자면, <글쓰기 생각쓰기> 책 전체를 옮겨놔야 직성이 풀리겠지만 그럴수는 없는 노릇아닌가? 그럼 어떻게 해야 직성이 풀리는 리뷰가 될 것인가?  적어도 이 책에서 배운 한가지는 연습해봤다는데 의의를 둘 수 있다면 좋다. 그 한가지란? 바로, 더 쓰고 싶더라도, 끝이라고 느낀 곳에서 곧바로 끝내야한다는 것, 끝.


물론이다. '이 생각은 내가 스무살때 일기쓰면서 했던 생각인데!' 라면서 잠깐 억울한 표정을 지어봤지만 실은 이건, 글을 쓰는동안 누구라도 느낄 수 있는 말이다. '그럼 작가는 '생각'을 파는 사람인가? 아니면, '생각하는 행위'를 업으로 하는 사람인가? 그건 좀 더 생각해봐야겠다' 이런 생각이 곁들여지면서 재미있게 책을 다 읽었다. 지금 생각으로는 작가는 생각을 파는 일이라기보다는 '생각하는 행위'를 보여주는 일이 맞다. 음악 분야로 생각해보면 '작곡가'도 있고 '가수'도 있고 그렇지만, 작가는 분명 노래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사람들에게 노래를 들려주는 사람'이라고 해야겠다. 그렇다면 더욱 분명해진다.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는 것이라면 더 이상 나 혼자만의 노래가 아니지 않은가! 아직까진 '생각하는 행위'를 라이브로 공연하는 일은 없지만, 누가 알아? 언젠가는... 언젠가는? 그런 끔찍한 '언젠가'는 없었으면 좋겠구먼! 아아아! 혼자 너무 멀리 가지 말고 이제 좀 돌아오시지! 지금 당신 <글쓰기 생각쓰기> 리뷰 쓰는 중이라고! 아참참참...    

나로 말하자면, 예전부터 스트레스해소법으로 글쓰기만한것이 없다고 느껴왔고 내가 다른 사람에게 하고싶은 이야기를 전하는 방법도 '말'보다는 '글'이 더 효과적이었던 사람이다. 아직까지 글쓰기를 업으로 해본적은 없지만 이 책을 읽고 한번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 간단히 결정할 문제가 아닐텐데? 생각해봐. 글쓰기는 지금 니가 유일하게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이야. 그런데 그걸 '일'로 한다구? 일로 한다는건 책임이 따르는거쟎아. 책임지는 거 지긋지긋하지 않아? 니가 '책임'이라고 느낀 순간, 너는 또 다른 사람 책임까지 떠안게 될 거야. 그럼 또 싫증낼거구. 그땐 어쩔래? 

그런가? 그럴지도.. 나참. 근데 왜 이렇게 소심해진거야? 책에서 가르쳐준건 이런게 아니쟎아? 리뷰를 왜 써? 나 자신이 <글쓰기 생각쓰기>에 대한 생각을 더 하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한거지. 좋은 책이구,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있는 '글쓰기'에 대한 답이 될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생각을 표현하고 싶었던거쟎아? 그런 책임감이라면 얼마든지! 꼭 돈받고 하는 일만 일인가, 조금이라도 내가 '책임'을 느끼는 일이라면 그게 일이 될 수도 있는거지! 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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