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p.
정말이지, 다로에게는 실망했습니다.
탄소가 사방에 굴러다닌다고 해서 다이아몬드가 어디에나 있다는 뜻은 되지 않습니다. 분명 이야기의 시초는 원시적으로 자연히 떠오르지만 그대로 통용되는 건 하나도 없습니다. 이야기를 하나의 형태로 다듬어 글 또는 영상을 통해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주려면 작업 과정을거쳐야만 합니다.

저를 예로 들어 말하면,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은 프로다운 일을 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착상을 어떻게 한편의 소설로 만들어내는지, 제 작업 진행 과정을 조금만 소개하겠습니다.

미스터리를 쓸 때 필요한 요소는 우선 세 가지입니다.
하나는 이야기 자체. 이것은 심플한 내용이라도 상관없습니다. 아까 다섯 명의 그림에서 탄생한 이야기라도 시초로는 충분합니다.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면 심플한 내용이어야만 합니다. ‘이제부터 쓰려는 건 어떤 이야기인가‘를 한두 마디로 설명하지 못하고 ‘A가 B를 해서 C가 D를 하고 거기에 E가 F를 하려다가......‘ 이런 식으로 질질 늘어지는 경우는 이야기가 좁혀지지 않았을 가능성을 고민해봐야 합니다.

156p.
다음으로 미스터리니 응당 수수께끼가 필요합니다. 솔직히라고 해야 할지, 역시라고 해야 할지, 여기에 시간이 많이 듭니다. 미스터리에서 수수께끼에 접근하는 방법은 오랜 역사 속에서 수도 없이 태어났습니다. 후더닛, 와이더닛, 알리바이깨기, 밀실 트릭, 다중 해결.....
(중략)
이야기와 수수께끼를 유기적으로 결합시키면 미스터리 소설의 골격이 일단 완성됩니다. 가능하면 수수께끼가 풀리는 순간에 이야기가 최고조를 맞도록 구성하고 싶은 법입니다.
(중략)
세 가지 요소 중 마지막은 무대입니다. 어느 곳의 이야기이고, 언제 적 일인가. 이것으로 골격이 살을 얻습니다. 방금 전에 이야기와 수수께끼의 결합은 불가분의 관계여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반대로 무대에는 호환성이 있습니다. 하나의 이야기를 현대 일본을 무대로 해도 좋고 중세 영국을 무대로 해도 좋습니다. 어느 쪽이든 대개는 성립됩니다.
(중략)

157p.
하지만 어디서나 성립된다고 해서 대충 정하는 게 아니라, 어디에서나 성립되기 때문에 더욱 무대에서 힘을 얻을 수 있도록 신중하게 설정해야 합니다.
(중략)

158p.
무대의 또 다른 요소, 시대 설정에 대해 말씀드리면 저는 요즘 완전히 ‘현재‘보다 10년이나 20년, 조금 이전의 시대를 그리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그 이유는 의외로 간단합니다. 지금은 정보기술혁명이 너무 빨라서 ‘현재‘를 써도 2,3년 만에 낡아버리기 때문입니다.
(중략)

159p.
이야기와 수수께끼, 무대, 세 가지가 갖추어져야 비로소 미스터리가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등장인물을 고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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