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히 말하자면 30대 이하의 ‘욕망하지 않는 세대‘는 태어났을 때부터 풍요로운 환경에서 성장했다. 집집마다 TV와 세탁기, 냉장고 같은 웬만한 가전제품은 갖춰져 있었고 어린 시절부터 컴퓨터와 휴대폰을 접했으며 음악, 미술 같은 양질의 문화생활도 풍족하게 누렸다. 이들은 물질적인 결핍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
이와 달리 이전 세대인 ‘욕망하는 세대‘는 결핍이 많은 환경에서 성장했다.
미국의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Martin Seligman은 행복해지려면 ‘성취, 쾌락, 긍정적인 인간관계, 의미, 몰입‘이라는 다섯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이론을 대입하면 ‘욕망하는 세대는 앞의 두 가지인 ‘성취와 쾌락‘을 중요시하며 살아왔다. 열심히 일해서 돈과 명예를 얻음으로써 성취감을 얻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갖고 싶은 물건을 사면서 쾌락을 느끼는 것이다. ‘욕망하는 세대‘에게는 성공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상류사회 편입이 곧 행복이었다.
하지만 ‘욕망하지 않는 세대‘는 부족한 것 없는 세상에서랐기 때문에 성취와 쾌락을 얻는 데 집착하지 않는다. - P28
이들은 행복의 다섯 가지 조건 중 ‘긍정적인 인간관계, 의미, 몰입‘에 더 높은 가치를 둔다. 물질적인 것보다는 정신적인 것을 추구하는 ‘욕망하지 않는 세대‘는 어떻게보면 이전 세대보다 훨씬 사치스러워졌다고 볼 수 있다.
‘욕망하지 않는 세대‘는 소비할 때도 단순히 1차원적인 욕구를 충족하거나 다른 사람이 부러워할 만한 물건을 사기보다는 자신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물건, 기업의 비전과 생산자의 삶의방식에 공감하고 그에 맞게 생산된 물건을 사고 싶어 한다.
즉, 단순히 ‘아웃‘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세스‘를 공유하는 그 자체에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 P29
벤츠에는 있고 도요타에는 없는 것
경영 컨설턴트이자 작가인 야마구치 슈는 또 다른 관점에서 ‘욕망하지 않는 세대‘가 지닌 새로운 가치관을 설명했다. 그는 <뉴타입의 시대>에서 앞으로는 ‘필요한 것‘보다 ‘의미 있는 것‘의 가치가 더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생활필수품처럼 단순히 필요한 상품이 아니라 나만의 인생을 살아가는 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상품이 더 높은 가치를 갖는다는 말이다.
다음은 <뉴타입의 시대>에서 인용한 글이다.
편의점 선반은 매우 엄격히 관리되기 때문에 상품을 납품해 선반에 진열되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가위나 - P30
나 스테이플러 같은 문구류는 대개 한 종류밖에 진열되어 있지 않다. 그래도 고객은 불평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렇게 상품관리를 엄격히 하는 편의점에 200종류이상 진열된 상품이 있다. 바로 담배다. 왜일까? 담배는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어떤 상표가 지닌 고유한 특징과 맛은 다른 상품으로 대채되지 않는다. 말보로를 피우는 사람에게 말보로라는 상표는 대체 불가능하며, 세븐스타를 선호하는 사람에게 세븐스타라는 상표는 대체 불가능하다. 사람마다 브랜드에서 받아들이는 특징이 다양하기 때문에 상표도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
또 이런 예도 있다. 먼저 32쪽에 나오는 표를 살펴보자. 이 표는 자동차 회사에서 고객에게 제공하는 두 가지 가지를 기준으로 시장을 분류한 프레임이다. 두 가지 가치란 ‘사용가치‘와 ‘의미가치‘를 가리킨다.
필요를 목적으로 사는 자동차는 보통 가격경쟁력이 우수한 몇몇 상품이 시장을 장악한다. 하지만 브랜드가 지닌 의미가 중요한 페라리 같은 경우에는 제품이 희소할수록 가치가 올라간다. 그에 비해 가격 역시 비싸진다. 또한 고객들이 다양한 종류를 원하기 때문에 - P31
하나가 아닌 여러 버전이 시장에 출시된다.
이 두 가지 예에서 알 수 있듯이 단순히 필요해서 사는 물건은 하나만 있으면 충분하다.
편의점에서 두 번째로 잘 잘리는 가위. 세 번째로 잘 잘리는 가위를 사는 사람은 없다.
자동차 역시 하이브리드 차량이 필요하다면 프리우스를 선택하면 그만이다. 제2의 프리우스, 제3의 프리우스까지 구입하려는고객은 없다. 특정 기능을 갖춘 상품은 하나만 보유하면 충분하다. 그래서 한 가지 상품이 전체 시장을 독점한다.
하지만 스토리가 있는 상품이라면 하나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오히려 다양할수록 상품의 가치가 높아진다. 자동차의 기능만 따지자면 람보르기니는 분명 불편한 차다. 비 오는 날에는 타기도 힘들고, 날개처럼 올라가는 걸윙도어Gull-wing door는 걸리적거린다. 적재 공간도 적으며, 후방 시야가 좁은 것도 단점이다. 불편한 점을 꼽자면 끝이 없다. 하지만 람보르기니의 가격은 수억에서 수십억 원대에 달한다. 자동차로서의 기능은 떨어지는데 가치는 하늘을 찌른다.
람보르기니에는 희소성이라는 ‘의미‘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필요보다는 의미가 있는 상품의 시장가치가 더 높은것이다. - P33
야마구치 슈의 글은 현대인의 가치관이 어떻게 변했는지를단적으로 보여준다.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아도 의미가 있는 쪽이 더 가치가 높은 세상에서 우리는 어떤 전략을 활용해 비즈니스를 해야 할까. 야마구치 슈가 말했듯이 사용가치를 추구한다면 승자의 의자는 오직 하나뿐이다.
단 하나의 의자를 차지하기 위해 싸우든지, 아니면 의미가치에 눈을 돌려 다른 시장을 찾아야 한다. 상품이나 서비스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사용가치 혹은 의미가치 중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상품은 금방 도태되고 만다.
그리고 의미가치를 선택한다면 사람들과 프로세스를 공유하고 상품의 의미를 전달하는 프로세스 이코노미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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