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자신의 참된 가치를 알아주지 않는다면 얼마나세상살이가 어려울까? 나무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선조들과 함께 숨 쉬며 삶을 엮어가던 옛 영화를 아직도생생하게 기억하거늘 이제 세상이 그 진정한 가치를 잊어버려 숲 속의 잡목들 틈에 끼여 힘겨운 일생을 이어가는, 그래서 더욱 외로운 우리 나무가 바로 산사나무이다.

늦은 봄, 주변이 환해지도록 하얗게 모여 피는 작은꽃망울들, 우산살처럼 둥글게 모여 달리는 꽃차례들을바라보면 마치 뭉게구름을 보는 것 같다. 아직은 이른겨울, 유난히 검붉은 둥근 열매를 가득 매달고 밝게 웃고 있는 모습은 바라만 보아도 즐겁고, 여느 잎새와는달리 국화잎처럼 깊이 결각 진 개성 있는 초록빛 잎새와 줄기에 나는 위엄 있는 가시는 산사나무만이 보여줄수 있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게다가 그 앙증스런 열매는 씹으면 사과처럼 아삭하며 새콤달콤하게 맛이 있고여러 가지 약으로도 한몫을 하고 있으니 이 땅에 산사나무만 한 나무가 어디 그리 흔하랴. 아름다운 정원수로도, 과실로도, 약용식물로도 어느 나무와 견주어도 빠지지 않는다. - P26

다래는 다래덩굴, 다래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깊은 산에서 자라는 낙엽이 지는 덩굴식물이다.
꽃은 수꽃과 암꽃이 따로 있고 대개 암나무와 수나무가 따로 자란다. 수꽃과 암꽃이 모두 매화를 닮았다고하는데 그 가운데 암꽃잎은 아주 깨끗한 순백색이며가운데 툭 튀어나온 암술이 있다. 이 암술은 처음 보면작은 나팔같기도 하고 꼬마 분수대 같기도 하다.

다래의 학명은 ‘악티니디아 아르구타Actinidia.
arguta ‘인데 여기서 속명 Actinidia는 ‘방사상‘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아티스aktis‘에서 유래되었으며 바로 이 암술의 모양이 방사상이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수꽃잎은 상아색이며 진한 보라색 화분을 가진 수술이 많이달린다. 손가락 마디 하나 길이쯤 되는 열매(다래)는 가을이 다 되어야 익는다.

산에는 다래나무와 비슷한 나무가 여럿 있다. 사람들은 먹을 수 있는 다래를, 개다래와 쥐다래와 구분하여참다래라 부른다. 참다래는 익으면 녹색이 되고 그 외에는 갈색이 된다.

식물분류학적으로는 여러 차이점이 있지만 개다래는 - P236

잎에 흰 페인트칠을 하다 만 듯한 무늬가 있고 쥐다래는 잎에 연분홍과흰색이 돌아 멀리서도 구분된다. 쥐다래는 지방에 따라서 쇠것다래라 부르고 개다래는 못다래, 묵다래, 말다래라고도 부른다.

요즈음 시중에는 다래의 또 한 종류가 나와 있다. 바로 키위라고 부르는 과일이다. 이 과일은 중국이 고향인데 서양에서 과일로 개발한 것을들여왔으므로 양다래라고도 부른다. 이 양다래, 즉 키위는 처음에는 아주 귀한 수입 과일이더니 이제는 제주도를 비롯하여 남쪽의 따뜻한 지방에서 대량으로 재배하여 흔한 과일이 되었다. 최근에는 우리 토종 다래를 찾기 시작하였는데, 키위를 재배하는 데 큰 병이 일시에 퍼지자 우리땅에서 오래 살면서 저항력을 키우고 추위에도 강한 우리 다래와 교잡을하여 이를 극복해보기 위해서이다.

서울 한복판에 다래나무가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이는 드물 것이다. 비원에는 수백 년이 되어 치렁치렁 줄기를 감당조차 못 하는 오래된 다래나무가 있는데 천연기념물 제251호이다. 비원이 있는 곳이 와룡동이어선지 마땅히 감고 올라갈 나무가 다 사라져서인지 이 다래나무는마치 용이 누워 꿈틀거리듯 줄기를 이리저리 휘돌리며 자라고 있는데 그 - P237

길이가 자그마치 300미터에 달한다고 한다. 중심이 되는 가지는 허리쯤올라온 높이에서 둘로 갈라지고 둘레가 70센티미터나 되어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서인지 곳곳에 지주를 받쳐놓았는데 최근에는 아예 빌딩처럼 단을 올려 이 나무를 지탱하고 있다. 이 줄기가 사방으로 뻗어가서 주변의 나무와 만나면 이들과 다시 엉클어져 덩굴 숲을 만든다. 이 나무의나이는 600살이나 되었다고 하니 조선 시대와 수도 서울의 산 증인이기도 하다.

다래는 약으로도 이용한다. 이른 봄 물이 오를 즈음이나 꽃이 핀 후 뿌리 근처에 상처를 내고 고로쇠나무나 거제수나무처럼 수액을 받아 마시면 신경통에 좋다고 하여 수난을 당하고 있다. 약용식물로는 다래보다 쥐다래가 더욱 유명하다. 쥐다래 중에는 벌레집이 호두처럼 울퉁불퉁한 것이 있는데 이를 목천료라 하여 한방에서 많이 쓴다. 이 벌레 먹은 열매만을 따서 뜨거운 물에 넣었다가 말려 가루로 만들어 손발이 찰 때, 몸을 덥게 하는 데쓴다. 마취, 요통, 류머티즘, 신경통에도 효과가 있다고한다. 또 가을에 잘 익은 쥐다래를 골라 씻어 볕에 말렸다가 쥐다래 한 켜씩 소금을 뿌려담갔다가 한 달이 지나면서부터 식전에 두 개씩 씹어 먹으면 머리가 검어지고 허리가 - P238

아프지 않다고 하여 젊어지게 해주는 신선식으로 알려져 있다. 또 술을 담가 강장제로 마시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이 쥐다래의 약성을 다래보다도더 중요하게 여기는데 여행을 하다 지치면 쥐다래를 먹고 힘을 얻어 여행을 계속할 수 있다 하여 ‘차려‘ 즉 마다다비라고 부른다.

그 밖에 덩굴성이지만 지팡이로도 쓰는데 이 지팡이를 짚으면 요통이사라진다 하여 노인들이 좋아한다.

다래는 꽃도 아름답고 잎도 시원하며 열매도 달려 정원에 키워봄직하나 아직 생육에 필요한 정보가 많지 않다. 파종하거나 삽목으로 번식시킨다. 비옥하고 습기 있는 땅을 좋아하고 양지 음지를 가리지 않으며 추위에 잘 견디고 활착도 쉽다. -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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