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의 문장들》
김지수 2021-08 해냄출판사




1장은 달라진 일터의 주어들을 위한 디테일한 선언문에 가깝다. ‘당장, 소박하게‘로 시작하는 이 세계의 문장을 써 내려갈 일터의 현자는 김미경, 김용섭, 송길영 그리고 알베르토 사보이아다. 디지털 우주가 열어젖힌 진정성 사회에서 우리는 소박하고 평등한 소울을 가진 행동주의자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 P7

(알베르토 사보이아)

저는 지금은 업계의 거인이 된 두 스타트업(선마이크로시스템스과 구글)을 연이어 성공으로 이끌었습니다. 그래서 자만했죠. 나는시장이 원하는 것을 안다고. 결과적으로 아니었어요. 5년 동안 무려2,500만 달러를 투입해서 창업한 회사가 망했거든요. 당시 표적 시장이 우리에게 들려줬던 말은 "만들기만 하면 우리가 사줄게"였죠. 홀륭한 제품을 만들었지만 시장의 약속은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제품은 훌륭하지만 시장 반응이 싸늘한 경우를 종종 봅니다. 일명 저주받은 걸작은 시대를 앞서 태어난 경우가 꽤 많아요.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중요한 건 우리가 표적 시장이 원한다고 말했던 바로 그 제품을 만들어 내놓았다는 거예요. 제품이 너무 완벽해서 더 충격이었죠. - P89

[우리가 시장을 착각하고 있다는 건가요?]

맞아요. 나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기업이 시장조사를 하는 방식에심각한 결함이 있어요. 몇 달간의 시장조사. 수십 명의 잠재 고객과의대화. 모든 게 오류였어요. 시장 데이터를 위한 더 나은 방법이 필요했어요. 그게 바로 제가 발견한 프리토타이핑(pretotyping)입니다.

[될 놈이냐 안 될 놈이냐프리토타이핑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지요.]

프리토타이핑은 특정 서비스나 제품, 공간을 만들기 전에 ‘이것이 시장에서 원하는 게 맞나?‘를 확인하는 소비자 테스트예요. 그러니까 프리토타이핑은 ‘우리가 정말 이것을 만들어야 하나?‘에 답하는 과정입니다. 반면 프로토타입(prototype)은 ‘우리가 이걸 만들 수 있나‘를 시험해 보는 물건이지요.
프리토타이핑을 거친다면 저주받은 걸작을 만들기 위해 어마어마한 돈과 시간을 쏟아붓는 일이 없겠지요. - P90

[IBM의 음성인식 컴퓨터 실험 사례는 프리토타입이 복잡할 거라는 선입견을 깨뜨려줬어요. 음성을 타이핑하는 사람을 몰래 숨겨놓고 소비자 반응을 체크하다니! 왜 이런 실험을 할 생각을 못 했던 걸까요?]

생각의 함정이죠. 타이피스트(기사)를 숨겨놓고 음성 인식 컴퓨터의 소비자 반응을 테스트해 봤던 IBM의 실험 덕분에 나는 ‘프리토타이핑이라는 핵심 기법을 개발했어요. 시장 반응을 보기 위해 꼭 완벽한 시제품을 만들 필요는 없다는 거죠.

코인 세탁소에서 옷을 개어주는 기계도 마찬가지죠. 개발자와 투자자는 옷 개는 사람을 기계 안에 숨겨놓고 고객 반응을 살폈어요.
옷개는 로봇 시제품을 만드는 데 수백만 달러를 투자하기 전에 고객들이 그 서비스를 원하는지부터 알아낸 거죠.

세탁과 건조에 2달러를 지불하는 이용객들이 옷 개어주는 데 1달러를 지불할 것인가? 아이디어가 먹히면 먹히는 대로 실패하면 실패한 대로 나만의 데이터(옷 개기에 1달러를 지불한 고객 수)는 유용한 정보가 돼요. 그렇게 얻은 나만의 데이터 1그램은 모두의 데이터 1톤보다 가치 있습니다.


[여러 가지 프리토타이핑 기법 중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메커니컬 터크(mechanical turk)입니다. 요즘엔 머신 러닝, 인공지능, 로봇 공학, 자율주행 자동차 등 신기술을 중심으로 사업이 구상되고 있어요.
메커니컬 터크 기법은 기술에 대한 인간 행동을 시뮬레이션하기 위해 구상 중인 기계 대신 사람을 활용합니다. - P91

[작은 나무 토막에 그린 가짜 PDA를 들고 다니면서 스마트폰 사용 패턴을 스스로 관찰해 나간 ‘피노키오 프리토타입‘이나 빈 건물에 서점 출입구를 그려 넣고 방문자들을 조사한 ‘가짜 문 프리토타입‘도 흥미롭더군요. 사업가에게 공감각적인 상상력은 필수일까요?]

기업가들은 이미 수많은 상상을 해요. 그들의 상상 속에서 소비자들은 그 제품이 출시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어요. 현실은 아닙니다. 테스트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상상력이 아니라 현실 감각입니다.

저는 이것을 ‘불변의 사실(hard facts)‘이라고 불러요. 제가 제시한 ‘피노키오 프리토타입‘과 ‘가짜 문 프리토 타입‘ 같은 기법들은 ‘내가 그 물건을 실제로 사용한다면‘ ‘내가 그곳에 실제로 가본다면‘이라는 가정법이에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 P92

[닐슨 리서치에 따르면 신제품의 80퍼센트가 실패한다는 사실이 충격이었어요. 한술 더 떠서 당신은 신제품 아이디어의 90퍼센트가 실패할 거라고 가정하라고 했습니다. 시도해 보기도 전에 실패를 가정하는 태도가 열정에 김을 빼진 않을까요?]

거의 모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는 시장에서 실패합니다. 놀랍지만 사실입니다. 통계치가 그 말을 하고 있어도 저 역시 성공만을가정했어요. 결과는 참혹했죠. 해당 아이디어에 너무 일찍 과감한투자를 했고 그 실패로 더 큰 비용과 고통을 치렀어요.
실패 가능성이 크다는 걸 받아들이면 신중하게 일을 진행할 것이고, 시장이 그 아이디어에 관심이 없다고 밝혀져도 다른 대안을 생각할 시간과 자원이 남아 있을 겁니다.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뭐죠?]

계획했던 걸 만들지 못해서 실패한 적은 없습니다. 수백만 개의실패 제품, 서비스, 기업을 조사해 본 결론은 일관되게 하나였어요. - P93

시장이 그 제품에 관심이 없었어요. 그 제품이 얼마나 잘 디자인되었든 가성비가 좋든 상관없어요. - P94

생각랜드(thoughtland)는 추상적 공간입니다. 생각만으로는성패를 판단할 수 없어요. 자기 생각은 물론 다른 이들의 생각을 통해서도 판단은 불가합니다. 생각과 의견은 데이터가 아니에요. 생각랜드 바깥으로 아이디어를 꺼내와야 합니다. 현실 시나리오 속에놓고 진짜 테스트를 해야죠. - P95

내 것이든 남의 것이든 많은 의견은 필요치 않아요. 필요한 것은 데이터입니다!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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