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소설 《야채에 미쳐서》
아사이 마카테 | 이규원 | 2020 북스피어

˝이놈의 오사카, 지긋지긋해!˝



지사토는 나가야 하수구 덮개 널판을 꽝꽝 밟으며 울화통을 깡그리 터뜨리려는 듯 악을 썼다.
"이놈의 오사카, 진짜 지긋지긋해!"
- P9

그래요, 여보, 나도 기대했어요. 에도를 출발하기 전부터 《나니와 명소를 혼자 돌아보는 안내도》를 여러 번 보았고, 아직 가 보지 못한 그 물의 도시를 꿈에서도 만났어요. 봄이면 도시락을 들고 노다등나무꽃을 보고, 여름엔 스미요시 해변에서 조개를 잡고, 가을이면 송이 따러 가고, 겨울에는 고즈의 명불 두부전골을 먹어 봐요, 도보여행 중에 그런 이야기를 하자 "당신은 맨 먹을 것 생각뿐이네" 하며 흐믓하게 웃었지요. - P24

하지만 막상 와서 살아 보니 듣던 것과는 딴판이었다, 이 도시는.
다들 너무 노골적이고 쓸데없이 참견하고 한번 입을 열면 그칠 줄 모른다. 잘 모르는 사람하고도 오랜 친구처럼 편하게 웃고, 별로 웃지기도 않는데 잘 웃는다. 웃지 않으면 손해라고 믿나. 그래, 오사카 사람들은 ‘손해‘를 끔찍이 싫어한다. 툭하면 남과 경쟁하려 들고, 남의 손바구니를 들여다보며 "그건 얼마 주고 샀수?"하고 묻고는 상대보다 1몬이라도 싸게 사면 이겼다는 듯 우쭐해한다. 다들 머릿속에서 주판알을 튕기며 산다. 그래서 손익과 승패에 예민하고, 셈이 안 맞는다 싶으면 빌려준 사다리라도 가차 없이 거둬가 버린다. 게다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에도라고 하면 쌍심지부터 세우고, 어떻게든 트집을 잡아 오사카보다 아랫자리에 두고 싶어 한다.
아아, 싫어. 이젠 질렸어.
"이놈의 오사카, 지긋지긋해." - P25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오하요 오카에리(빨리 돌아와요)."
오사카의 상가에서는 ‘다녀오세요‘를 그렇게 말한다. 처음에는 성미도 급하지, 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귀가를 기다려 주는 말처럼 들려서 가슴이 살짝 따뜻해진다.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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