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삶을 살았더라면..
다른 일을 했더라면..

후회 남기지 않으려고, 지금부터라도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려고, 이것 저것, 여기 저기, 신청서를 내놓았더니 아이고 삭신이야,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나는데 이리 뛰고 저리 뛰느라 녹초가 되서 집에 온다. 꿀잠 잔다. 좋다.



가끔은 우리한테도 낚싯대가 건네어졌다. 물고기 살점을 미끼로 단 낚싯줄은 배가 물을 차고 나감에 따라 손 안에서 팽팽해졌다. 그러다가 ㅡ그 흥분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ㅡ 휙 잡아채는 느낌이 전해져 오고, 또다시 잡아채면 줄을 당긴다. 그러면 마침내 하얀 물고기가 몸을 틀며 수면 위로 올라와 갑판 위로 던져져서, 거기 떠 놓은 바닷물 속에서 이리저리 퍼덕이게 된다.
한 번은 우리가 성대와 가자미를 연거푸 낚아 올리며 한참이나 열중해 있자, 아버지가 내게 말했다. "다음에 너희가 낚시하러 올 때는 난 오지 말아야겠다. 물고기들이 잡히는 걸 보고 싶지 않아. 하지만 너는 원하면 와도 된다." 완벽한 교훈이었다. 무엇을 비난하거나 금지하는 대신 단지 자기의.느낌을 말하고, 그 점에 대해 내가 생각하고 스스로 결정하게 한 것이었다. 미끼를 문 물고기가 낚싯줄을 휙 잡아채는 느낌은 내가 그때까지 알던 가장 짜릿한 전율을 주었지만, 아버지의 말에 그 매력은 서서히 사라졌다. 하지만 나 자신의 열정의 기억으로부터 나는 여전히 그런 활동의 즐거움을 떠올려 볼 수 있다. 사람이 모든 경험을 충분히 해볼 수는 없을진대, 그것은 다른 사람의 삶을 그려 보는 무엇을 키울 수 있는 무한히 소중한 씨앗 중 하나이다. 종종 우리는 그런 씨앗으로 만족해야 할 때도 있다. 다른 삶을 살았더라면 일어날 수도 있었을 일의 씨앗 말이다. 나는 그렇듯 ‘낚시‘를 다른 여러 일시적으로 스쳐 간 일들, 예컨대 런던 거리를 거닐 때 지하층에 흘긋 던지는 일별 같은 것들과 함께 분류해 두고 있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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