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삶을 살았더라면..
다른 일을 했더라면..
후회 남기지 않으려고, 지금부터라도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려고, 이것 저것, 여기 저기, 신청서를 내놓았더니 아이고 삭신이야,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나는데 이리 뛰고 저리 뛰느라 녹초가 되서 집에 온다. 꿀잠 잔다. 좋다.
![](https://image.aladin.co.kr/product/29565/95/cover150/8932922608_1.jpg)
가끔은 우리한테도 낚싯대가 건네어졌다. 물고기 살점을 미끼로 단 낚싯줄은 배가 물을 차고 나감에 따라 손 안에서 팽팽해졌다. 그러다가 ㅡ그 흥분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ㅡ 휙 잡아채는 느낌이 전해져 오고, 또다시 잡아채면 줄을 당긴다. 그러면 마침내 하얀 물고기가 몸을 틀며 수면 위로 올라와 갑판 위로 던져져서, 거기 떠 놓은 바닷물 속에서 이리저리 퍼덕이게 된다. 한 번은 우리가 성대와 가자미를 연거푸 낚아 올리며 한참이나 열중해 있자, 아버지가 내게 말했다. "다음에 너희가 낚시하러 올 때는 난 오지 말아야겠다. 물고기들이 잡히는 걸 보고 싶지 않아. 하지만 너는 원하면 와도 된다." 완벽한 교훈이었다. 무엇을 비난하거나 금지하는 대신 단지 자기의.느낌을 말하고, 그 점에 대해 내가 생각하고 스스로 결정하게 한 것이었다. 미끼를 문 물고기가 낚싯줄을 휙 잡아채는 느낌은 내가 그때까지 알던 가장 짜릿한 전율을 주었지만, 아버지의 말에 그 매력은 서서히 사라졌다. 하지만 나 자신의 열정의 기억으로부터 나는 여전히 그런 활동의 즐거움을 떠올려 볼 수 있다. 사람이 모든 경험을 충분히 해볼 수는 없을진대, 그것은 다른 사람의 삶을 그려 보는 무엇을 키울 수 있는 무한히 소중한 씨앗 중 하나이다. 종종 우리는 그런 씨앗으로 만족해야 할 때도 있다. 다른 삶을 살았더라면 일어날 수도 있었을 일의 씨앗 말이다. 나는 그렇듯 ‘낚시‘를 다른 여러 일시적으로 스쳐 간 일들, 예컨대 런던 거리를 거닐 때 지하층에 흘긋 던지는 일별 같은 것들과 함께 분류해 두고 있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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