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머뭇거리며 주위를 탐색하는 모습을 떠올려 보자. 아기는 아장아장 걷다가 테이블 위에 놓인 값비싸고 깨지기 쉬운 유리 조각상을 만지려고 손을 뻗는다. 먼저 눈으로 조각상의 색깔과 반짝이는 모습을 보고 난 후, 조각상에 손을 대 보고는 그것이 매끈하고 차갑고 무겁다고 느낀다. 그때 갑자기 엄마가 나타나 아기의 손을 잡아 내리면서 "이건 절대 만지면 안 돼."라고 말한다. 아기는 지금 막 그 조각상에 대해서 구체적이고 중요한 지식을 몇 가지 배웠다. 먼저 조각상의 감각적 특성을 분명히 파악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게 배운 건, 조각상에 손을 대면 위험하며 그것을 만지기보다는 그대로 두고 보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아기는 조각상이라는 하나의 대상에 관해 실증적 관점에서 접한 동시에, ‘사회와 문화 속에서 결정된 대상의 지위’를 배웠다. 실증적 관점에서 접한 대상의 감각적 특성은 그 대상에 ‘내재된’ 특성으로 간주된다. 한편 대상의 ‘지위’는 대상의 의미, 다시 말해서 대상이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말한다. 아이가 접하는 대상들은 모두 이렇듯 두 가지 특성을 지니고 있지만 아이는 대상을 통합된 전체로 경험한다. 모든 대상에는 ‘본질’과 ‘의미’가 있는데, 이 본질과 의미는 서로 구별되지 않을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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