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 코울 에세이 읽는 재미 짱!

1991년에 캐나다에서 태어난 사치 코울, 이민 2세대, 부모는 인도인, 현재 뉴욕 거주,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팔로우 어스ㅡ우리 지금 세계] 출연.

사촌 결혼식에 참석한 부분을 읽고 있다.

1. 인도 결혼식에 대해, 어떤 영상을 보는 것 보다 더 자세하게 알 수 있다.

2. 이민 2세대가 살아가면서 피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대처해 왔는지에 대한 속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그것도 아주 유쾌하게!

작가가, 쉴 새 없이 구사하는 유머를 본받아서 나도 무언가 써내고 싶다. 그러고 보니 이것은 번역서다! 번역서라는 것을 잊어버릴 정도로 자연스럽게 사치 코울의 목소리를 들려준 번역가에게 감사를~!!!




(115p.)

서로 춤추는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여자들이 모두 아래층으로 내려와 있었다. 난 불편한 의상에 몸뚱이를 욱여넣은 상태였다. 발 디딜 때마다 삐걱거리는 오래된 마룻바닥처럼 숨을 내쉬는 족족 터질 듯 아슬아슬했다. 그때 남자들은 싸구려 위스키에 우르르 모여들어 생선 튀김과 치킨을 먹고 있었다. 종교 행사로 인해 술과 고기가 모두에게 엄격하게 금지된 그날, 여자들에게 배급된 음식 중에는 맛난 단백질이 한 조각도 없는데 남자들은 술 마시고 고기도 먹는 것에 난 무엇보다 분개했다.


나는 테라스에 있던 아빠한테 다가갔다. 아빠는 나와 비밀 연애라도 하는 것처럼 조심스럽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내게 닭고기를 먹어보라고 했다. 


"왜 남자들한테는 술을 주죠?" 아빠에게 물었다. "여자들은 바보 같은 옷을 입고 아래층에서 구질구질한 것들만 보면서 사이다랑 환타나 마시고 있는데 말이죠."

"원래 그런 거니까 그렇다."

"참 가부장제스러운 헛소리네요." 나는 입에 치킨을 한가득 물고 튀김옷 덩어리를 입 밖으로 발사하면서 말했다. "참 위선적이에요. 페미니즘 관점에서 최악이군요."

"네가 그렇게 생각해야만 한다면 그렇게 여기렴."

"아빠도 한몫 거들고 계시잖아요."

"아, 그렇지." 계속 마시면 은근 취하는 달짝지근한 술을 비우며 아빠가 말했다. "그래서 우짤낀데?"



"그래서 우짤낀데?"

우짤낀데?

흐흐흐

그래서 글쓸낀데!

그래서 춤출낀데!

그래서 그릴낀데!!!!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

,

,

책 낼끼다.




결혼식 주간에는 일곱 개의 각기 다른 행사가 치러진다. 하객들도 각 행사에 맞는 다른 의상을 입어야 하는데 그것을 캐나다에서 다 싸 가지고 올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엄마에 따르면 내가 가져온 옷 몇 벌은, 너무 점잖거나 점잖음 수준에 미달되거나 아니면 색깔이 나를 환자처럼(이 말을 할 때 엄마는 토하는 시늉까지 했다) 보이게 한단다.

본가의 내 오래된 옷장에는 인도 옷이 열두 벌 정도 있었다. - P108

사리는 나보다는 나이가 많거나 기혼자들에게 어울리는 의상이었다. 13미터 정도 되는 천을 위태롭게 추켜올린 채 소변을 볼 수 있을 만큼 평정심을 가진 사람들 말이다(옷핀 아이템을 장착한다고 해서 레벨 업이 되지 않더라). 대체로 10년 전쯤, 내가 10대일 때 오빠 결혼식에서 입은 옷들이다. 그 후로 가슴, 허리, 궁뎅이, 허벅지를 비롯한 모든 곳이 엄청나게 부풀어 올맀다. 심지어 목까지 굵어졌다. - P109

인도 결혼식에 참석하면, 인도 안에서든 외국에서든 내내 남성과 여성에게 기대하는 수준이 달라서 느껴지는 불평등에 맹렬히 얻어맞는다. 아빠와 오빠는 결혼식 어느 행사에서도 전통 의상을 입어야 할 필요가 없다. 대신 대체로 그들은 운동할 때 입는 재킷이나 폴로셔츠, 아니면 티셔츠나 걸쳐 입는다. 그들은 먹고 마시는 데서도 자유롭다. 스위투의 머리 주변에서 경전을 암송하는 의식에도 참여하지 않는다. 그들의 몸은 논의의 대상이었던 적도 없다. 내 몸 때문에 소외감을 느낀 나는 이 사실에 가장 분노했다. -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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