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김정현 지음 / 자음과모음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 당최 사람은 믿기 어려운 세상이 되어버렸다.
배웠다는 사람들 마주하기가 더욱 무섭다.
저마다 자신들의 집에서는 어쩐지 몰라도
아비들에게 너무 험한 소리를 가리지 않는다.
저들의 아비는 그렇지 않다고 여길지 몰라도
결국 따지고 보면 모두 같은 삶을 산
다르지 않은 사람들인데 말이다.
신문에도 책에도, 심지어는 연속극에까지
역사는 거울이라는 소리가 흔하다.
거울은 들여다보고 자신을 가다듬는 것이지
깨트리는 것은 아닐 진데…….」
- 소설 [가족] 중에서..



깨진 거울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세상이 급해지고 있어요. 모든 면에서...
급할 것 없는 시간은 도도히 흘러가는데,
세상은, 사회는, 사람들은 왜 이렇게 서둘러 가나…
제 모습 참지 못하고 깨뜨려버린 거울…
깨진 조각 치워버리기나 할 일이지,
그마저 남탓하면서 시간 보내다가,
이리 찔리고 저리 찔리고…
피흘리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내가 내 거울을 깨뜨려버리면,
반드시 쩍- 금이 가는 거울이 하나 있는데,
그건 다름 아닌 '가족의 거울' 입니다.

이 책을 통해 김정현 작가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처절하리만치 '가족의 거울'을 지켜내려는 아버지의 사랑,
아버지의 아버지의 사랑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지난 4월에 봤던 영화 <우아한 세계>가 생각나더군요.
'혹시 원작이 이 책인가?' 싶을 정도였는데,
너무나 확연히 다른 결말을 보면
특별히 상관은 없는 모양입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또 하나,
십수년전에 읽었던 소설 <사람아, 아, 사람아>가 떠올랐습니다.
등장인물 각자가 화자(話者)가 되는 공통점때문이었기도 하고,
같은 상황을 놓고도 각자 마음속엔 얼마나 다른 그림이 그려지는지 잘 나타나,
'저마다의 진실'이라고 믿는 것들을 붙들고 살아가는 불완전한 인생이
아련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었습니다.

갈등이 시작되고, 갈등이 무르익고, 잘 터져나와 결말은 완벽한 해피앤딩입니다.
완벽한 해피앤딩...
언제부터인가, 어른이 읽는 소설에서 이런 결말은 사라진 줄 알았는데,
처음부터 시작된 '갈등'의 소용돌이가 속시원하게 싹- 걷혀져 나가고,
따뜻하고 부드러운 햇살이 떨어지는 창가에 앉아있는 느낌이,
꽤 만족스럽네요.(난 역시 해피앤딩이 좋다! ㅎㅎ)

시작은 이렇습니다.
<갈등이 시작되는 장면, 아버지(광수), 2쪽>
「하지만 1년 남짓 흐른 뒤부터는 부자간에 큰소리 낼 일이 없어져 버렸다.
그렇다고 녀석이 백팔십도 달라진 건 아니었다. 그저 녀석이 눈을 흘기지도
대들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아니 숫제 입을 닫아버린 것이었다. 뒤늦게 생각
하면 그게 이를테면 대화의 단절 같은 것이었다. 아마 녀석은 무식한 아비라
고 무시한 것일 거다. 공부는 그랬지만 주먹질은 제법 하는 눈치였으니 나름
대로 학교에서 잘나가는 녀석들과 어울렸고, 그네들과 이것저것 비교해보자
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한편 서운한 마음도 어쩔 수 없었다. 아무튼
속이 끓기는 했지만 부닥치지 않으니 아비된 처지에 먼저 시비를 걸 수도 없
었고……. 그렇게 데면데면 지난 지 이제는 꽤 오랜 세월이 되어버렸다.」

밤 12시, 잠이 올때까지만 읽자고 잡았던 책인데,
이 장면, 처음 시작 장면이, '나 자신과 아버지'와 너무나 흡사해서,
그만 새벽 4시까지 잡혀버린것죠.. (잠깐 눈붙이고 출근해야지 했다가..
그만.. ㅜㅜ 업무에 쫌 영향을 받았다는...ㅋㅋ)

그만큼 재밌고, 전개가 빠른 이야기입니다!
속도에 주의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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