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린 해부학자입니다 - 기린 덕후 소녀가 기린 박사가 되기까지의 치열하고도 행복한 여정
군지 메구 지음, 이재화 옮김, 최형선 감수 / 더숲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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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사가는 아니지만, 내가 만일 작사가였으면 이 책을 읽고 최소한 노래 100 곡은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작사가는 아니지만, 그래서 더 마음놓고 큰소리 뻥뻥 칠 수 있는 것이지만, 어쩌면 이 책 덕분에 작사가가 될 지도 모르지. 인생이란, 언제나 갑자기!


이상하지? 이 책을 읽다보면 수없이 많은 노래 제목이 떠오른다. 내 눈엔 이 책이 수많은 노랫말이 살고 있는 연못 같다. 바람이 물결 한 번 휘이, 저어 놓으면 여기 저기서 둥둥 떠올라, 신나게 반짝 반짝, 반짝놀이 하고 놀다가 숨어버리는 노랫말. 이번에 한 개, 다음에 또 한 개, 적어 둬야지.  



# 저 긴 목

저 긴 목을 어떻게 하면 좋아.

저 긴 목으로 어떻게 해.

저 긴 목을 봐.

저 긴 목,

저 긴 목,

저 긴 목으로 살아왔지.

저 긴 목으로 사랑했지.

저 긴 목으로 울었어.

저 긴 목,

저 긴 목


#열아홉 살의 겨울

#해부는 언제나 갑자기

#골격 표본

#기린 우리 앞에서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기린이 좋다.

#연상의 기린

#심장이 쉼없이 두근거렸다.

#해부와 해체의 차이

-오늘은 해부하는 거야?

-아니, 이번에는 해체해야겠지.

-상태가 꽤 좋은 표본을 얻었으니까 이번에는 진득하게 해부할 참이야.

-겨우 해부가 끝났어. 이제 제육만 하면 돼.

연구실에서는 이런 대화가 종종 오간다.

#다시는 처음으로 돌아갈 수 없다.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머리가 좀 더 좋아진 뒤에(웃음) 다시 도전해 보세요.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게다가 그분은 '목 전문가'

#뭐, 일단 근육 이름에는 그렇게 연연하지 않아도 괜찮잖아?

#간신히 머리를 써서 해부할 수 있게 된 순간

#항인대

#데스 포즈

#'니나ㆍ시로' 부부 기린

#완신경총

#기린과 오카피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그야말로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로 깊이 생각한 끝에

#어둠에 묻힌 '기린의 경추 8개설'

#졸업한 지금도 생일에는 서로 "축하합니다."라고 메일을 보냅니다.

#기린과 오카피가 죽으면 연락 주세요.

#일단 냉동해 둘까

#그토록 원했던 오카피 사체가 손에 들어왔다.

#기린의 뿔

#어엿한 뿔

#새끼 기린이라면

#목장에 남은 것은 나뿐이었다.

#이것 또한 하나의 운명이다.

#기린의 사체는 크지만 손발이 길어서 지레의 원리를 잘 이용하면 나 혼자도 뒤집을 수 있다. 기린보다 가벼운 동물이라도 사실 손발이 짧은 동물이 더 뒤집기 어렵다.

#기린의 8번째 목뼈설

#목뿐만 아니라 사지도 매우 길다.

#기린이 물을 마시기 위해 머리를 숙일 때

#머리를 들고 먼곳을 멍하니 바라보는 모습

#어린아이의 마음

#어린아이의 마음을 지닌 채 

#10만 마리

#아프리카코끼리 45만 마리

#하마 12만 5천 마리

#야생 기린 10만 마리

#사모테리움 메이저

#시바테리움 기간테움

#지라파 시발렌시스

#절멸

#어머니는 전업주부입니다.

#미야자와 겐지를 약간 닮았다고 할까요?

#어머니는 제게 "비가 내리는데도 학교에 가다니 대단해."라며 자주 칭찬했습니다.

#나가는 말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

#3무(無)

#무목적, 무제한, 무계획

#돈이 듭니다.

#수많은 표본이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자주 공격받는 지금이야말로 '3무'를 잊지 않고 소중히 지켜 나가고 싶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처음으로 기린을 해부한 것은 열아홉 살의 겨울이었다. 그로부터 대략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30마리의 기린을 해부해왔다. 북쪽으로는 센다이부터 남쪽으로는 가고시마까지 전국 각지의 동물원에서 기증한 기린 사체 덕분에 수많은 해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 P9

사실 ‘기린을 해부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제법 있다. 기린을 한 번이라도 해부한 적 있거나 견학한 적 있는 사람이라면 일본에도 100명 정도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십 마리의 기린을 완전히 해부한 사람은 아직 본 적이 없다. 외국 연구자 중에서도 나보다 많이 기린을 해부한 사람은 만난 적이 없다. 어쩌면 내가 세상에서 가장 기린을 많이 해부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 P10

기린의 해부는 동물원 직원이 보내온 부고로 시작한다. 나에게 도착하는 기린의 사인은 수명이 다했거나 질병에 걸려서 또는 사고를 당해서 등 다양하다. 때로는 "오늘 밤이 고비일지도 모릅니다."라는 연락을 받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언제 죽을지 예상할 수 없다. 그래서 해부는 언제나 갑자기 시작된다. 사전에 일정을 짜 둘 수는 없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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