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데 필요한 것은 시간인가 돈인가
기다리는 데 필요한 것은 전기인가 물인가
기다리는 데 필요한 것은 밥인가 술인가
다 필요없다.
나만 있으면 된다.
그곳이 어디든,
그때가 언제든,
이 모양 이 꼴이든,
저 모양 저 꼴이든,
정신 차리고
나만 있으면 된다.
기다리는 실력이 점점 늘어간다.
올 것은 오고야 말테니.
올 때까지,
내가 있으면 된다.
2020년 한 해,
기다리는 실력이 엄청 늘었다.
사람이든 날씨든,
손님이든 친구든,
택배든 시간이든,
책이든 뭐든,
다,
모조리,
죄다 기다려주마.
싹다 기다려주마.
나는야 기다리는 나라의 대마왕
대대대 대대 대마왕
움화하하하하하
*
결국
기다리는 자가 맞이할
도서목록.
『놀라운 나비들』
놀라운 가격
놀라운 그림
놀라운 나비
놀라운 나,
놀라운 나의
놀라운 기다림
『경이로운 동물들』
경이로운 그림
경이로운 동물
경이로운 시간
경이로운 세상
아 나 기다림의 대마왕인 나에게도 힘든 시간이다.
금요일 오후 네 시.
다 팽개치고 뛰쳐나가고 싶은 시간.
아 진짜.
♬밖으로~ 나가버리고호~
정신차리자.
아직 아니다.
잊지 말자.
나는야 기다리는 나라의 대대대 대대 대마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