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쓴다』는 서평 모음집이다. 머리말에, 「이 책은 '정희진의 글쓰기' 시리즈 다섯 권의 첫 책임을 밝혀 둔다.(18쪽)」는 말이 반갑다. 내가 온갖 서재 글과 책소개를 읽는 이유는 사실, 내 자신이 어떤 책을 읽고 싶은 지 알고 싶기 때문인데, 『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쓴다』를 펼쳐 들 때마다 읽고 싶은 책이 생기니 나로서는 고마울 따름이다. 


「삶은 본질적으로 비극이다. 이 사실처럼 우리가 자주 잊는 현실도 없다. 기억하기엔 너무 벅찬 숨소리인가. 슬픔과 우울은 소비의 적이다. (43p.)」


'슬픔과 우울은 소비의 적이다.' 이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때는 '과연 그렇네!' 했다가, 그 사이 장례식장에 다녀올 일이 생겨서(두 번이나) 돌아보니 '과연 그럴까?' 싶다. 지금은 이미 소비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세상이다. 슬퍼도 소비하고 우울해도 소비한다. 죽어없어지지 않는 한, 도시에 살면서, 소비하지 않기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소비만 하면서 살다가 죽을 순 없지. 삶이 비극이라 해도 소비하면서 버텨내고, 그리하여 마지막 순간, 아니 삶의 어떤 순간만이라도 희극을 만들어 내자고, 그럴려고 산다고! 





ㅡ 이어지는 책,


『노년은 아름다워』 품절.















"저들을 용서하소서! 그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알지 못하옵니다."(루가복음 23장 34절) - P79

이 문장의 위대함은 특정 종교를 넘어선다. 나는 이 구절이 역사와 인간의 본질을 요약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사를 평정하는 압도적인 언어다. - P80

대부분의 인간은 자기가 하는 일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고 산다. 내 행동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 가해든 자폭이든 갖가지 결과, 그 여파...... 하긴, 생각할 시간도 없다. 모든 사유는 (뒤늦게) 아픔이 찾아올 때, 피해를 당하고 적을 응시할 때 시작된다.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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