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p.)물론 감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다음에 해야 하는 말하기 위한 노력을 포기한다면 그건 사고의 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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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 위한 노력을 포기한다면 그건 사고의 태만이다‘ 이런 말에 자극 받는다. ‘노력‘, ‘성실‘, ‘최선‘ 같은 말에서 죄책감을 느낀다. ‘정말 노력했나? 정말 최선을 다 했냐고?‘ 자책으로 이어진다. 어떤 노력을 했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왜 포기했는지, 그런 것을 말하자니 자괴감이 들었고 그런 나와 마주하기 싫었다. 맞다. 생각하기 싫어서 도망친 거, 외면한 거.

그렇다고 멀리 도망치지도 못했다. 이렇게 화창한 가을날, 이런 책을 들고 집에서 뒹굴뒹굴, 에혀, 고만하고 자리 잡고 앉아야지. 정식으로 ‘나‘에게 만나자고 약속을 잡았다. 시간은 내일 오후 2시, 장소는 우리집 작은 방. 논의할 건 한 가지 뿐, 오래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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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p.)˝논의할 여지가 없다니 말도 안 된다. 세상에는 논의할 여지뿐이다.˝ 수험생 시절, 학원 선생님에게 배운 말이다. 당시 아이돌의 수영복 화보를 볼 때 가슴에 눈이 먼저 가는지 엉덩이에 눈이 먼저 가는지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었다. 물론 이 논의가 인생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논의할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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