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를 좋아한다. 생존식량이다. 맨밥은 먹기 힘들어도 맨김치는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 엄마 김치가 제일이고 그 다음은 내가 만든 김치지만, 늘 물량이 부족하므로 오늘도 나는 종가집 김치를 먹었다. 이러한 사정이다 보니, 내가 가진 얼마간의 저축을 깨서 주식을 사는 과정에서 이런 저런 책을 읽고, 또 이런 저런 동영상을 본 뒤에 6월 중순, 드디어 '대상우' 주식을 샀는데, 내 참, 그럴거면 그냥 처음부터 종가집 김치 '대상' 주식을 살 일이지 뭣하러 그렇게 책 보고, 동영상 보고, 재무제표 보고 따지고 그랬냐 하는데, 아니 그게 그러니까, 내가 김치를 좋아해서 종가집 김치를 잘 먹어서, 대상 주식을 사고 싶어서, 이런 저런 주식 다 사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으니까 제일 먼저 사고 싶은 주식을 사는 데 있어서 확신을 갖고 싶었달까, 아무튼 그래서 책을 봤는데, 뭐, 뭐가 문젠데? 큰소리 쳤지만, 난 이미 주식을 사버렸고, 한번에 다 사버렸고, 고민따위 없었고, 오래 들고 있을 자신 있었고, 그땐 그랬지만, 으아아.
나여, 나여, 나여!
잠들지 못하는 나님이여.
10년까지는 아니어도,
5년, 3년, 1년,
아니다. 그냥 연말까지,
5개월만이라도 잊고 살자.
배당이라도 조금 받는다면 갓김치, 파김치, 총각김치, 백김치, 열무김치, 맛김치, 오래 아삭한 김치, 동치미까지 다 사서 먹으며, 그렇게 또 한 달, 두 달, 1년, 2년, 계속 살아보자.
아,
아,
아,
가젤이여,
커피 마시는 가젤이여,
김치없이 못 사는 가젤이여,
인간의 뇌를 가진
가젤이여,
가젤!
주식시장에서는 휴리스틱heuristic(체험적 발견)이라는 예외가 있는데, 여기서는 사회적 결합력이 논리에 우선한다. 당신은 사회에 모나지 않게 융합되어야 하지만, 투자에서는 남을 앞서야 한다. 당신은 에고를 보호하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지만,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에고를 이겨야 한다. 뇌에서는 ‘왜 그런가?‘라는 질문이 더 자연스럽지만, 투자자는 ‘왜 안 되는가?‘라고 질문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우리의 도시와 교회, 건국 문서, 자본시장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불가능한 것에 충성을 바치기로 맹세했기 때문이다. 결국 당신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은 공통의 신화와 신념에 대한 신뢰다. 그러나 무언가를 하지 않는 방법을 배워야 당신은 투자자로 성공할 수 있다. - P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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