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p.) 이 책은 글쓰기에 관한 책이다. 보통 글쓰기 책은 글쓰기의 테크닉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다. 어떻게 해야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주제와 소재의 적절한 배합, 유창한 수사학, 탄탄한 논리구조 등등.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글쓰기를 평생 동안, 또 생업으로 하려면 무엇보다 글쓰기의 원리에 대한 통찰이 필요하다. 사람은 왜 쓰는가? 쓴다는 것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인가? 본성과 쓰기의 관계는 무엇인가? 등등. 그래서 존재론을 먼저 구축한 다음 실전에 들어가는 것이 좋다. 실전부터 했다가는 금방 밑천이 바닥나 버린다. 그렇게 되면 무엇보다 글쓰기를 지속할 수 있은 동력을 상실해 버린다. 뭐든 근본에 닿아 있어야 삶의 기술로 운용할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실용주의다.

(15p.) 같은 국문과라도 현대문학 쪽은 시인과 소설가를 겸하기도 하지만 고전문학은 영 풍토가 다르다. 이쪽은 문헌학 아니면 역사학이 기본이다. 당시는 모더니즘과 역사주의가 풍미하던 시절이라 더더욱 엄숙주의와 근엄함이 대세를 이루었다. 문학평론조차도 곁눈질해서는 안 되었다. 리포트를 발표할 때 비평적 스타일이 조금이라도 감지되면 바로 ‘경박하다‘ ‘고전의 권위를 훼손했다‘는 평이 돌아왔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 덕분에 공부의 기본기는 제대로 익힐 수 있었다. 돌이켜보니 무려 15년에 걸쳐 기본기만 쌓은 셈이다. 그래도 좋았다. 남들은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내 안에선 ‘읽고 쓰는 것‘의 즐거움이 날마다 조금씩 차오르고 있었으니까. 어쩌면 기본기란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진정으로 무언가를 원하고, 그 기쁨을 소소하게 누릴 수 있는 능력 말이다.

(22p.) 나는 타고난 소질이 없다. 게다가 게으르다. 대신 천천히 끈질기게 간다. 나의 유일한 자부심은 길을 제대로 들어섰다는 사실뿐이다. 생각해 보면 기막힌 생존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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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밑줄 그으며 재미있게 읽어내리다가 30쪽 넘어 돌원숭이 얘기부터 산만해져서 띄엄띄엄, 휘릭휘릭 넘겨대다가 오늘은 여기까진가보다 하고 덮어둔다.

자야겠다.
나는 자영업자다.
자자.
내일도 가게 문 열어야지.
내일 가게 문 닫고 와서
마저 읽자.
자자.
자장자장.
자장자장?
오호호호.
그게 그러니까 자장가라는 게 자자고 니가 자야 나도 잘 수 있으니까 너부터 얼른 자! 라고 어르고 달래는 노래였구먼!
흰소리 그만하고 진짜 자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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