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율리시스》를 처음 읽었을 때가 그때였나요?

ㅡ 아닙니다. 그 책은 군 복무 시절 처음 읽었죠. 당시엔 신병이 부대에 배치되면 소위 받아쓰기를 거쳐야 했습니다. 설문 양식을 채우는 일이었지요. 나는 ‘교육 수준‘란에 ‘무‘ 라고 적었습니다. ‘장교가 되고 싶습니까?‘ 란 질문에는 ‘아니요‘ 라고 답했죠. 부대의 인상에 대해 묻는 항목도 있었습니다. 나는 조종사가 되고 싶었지만 대번에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설문지에 이렇게 썼지요. ‘너무 재지 마라. 하늘은 모든 사람의 것이다.‘ 하사관들이 나를 보며 웃음을 터뜨렸고 장교들은 나를 역겹다는 눈초리로 쳐다봤습니다. 대위가 신병 대열에 선 나를 보더니 나오라고 했습니다. 설문지를 내밀면서 물었습니다.
"뭘 쓴 거지?"
"콕토요."
"콕토, 뭐?"
"콕토가 1920년에 쓴 시입니다."
그 후 나는 군기교육대로 불려갔고 거기서 고생을 좀 했죠.(124p.)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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