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 시작되기 전, 공연의 연출자로서 무대 앞에 앉아 번잡한 시장 안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심오한 슬픔의 감정이 몰려든다. 사람들은 흥청망청 먹고 마시고 사랑을 나누고 애인을 차버리는가 하면, 웃음을 터뜨리기도 하며, 한편에서는 담배를 피우고, 속이고, 싸우고, 춤을 추고, 바이올린을 켜기도 한다. 깡패들이 사람들을 위협하며 돌아다니고, 멋부린 사내들이 여자에게 추파를 던지며, 소매치기들은 다른 이의 주머니를 털고, 경찰들은 경계를 서고, 약장수들은 매대 앞에서 소리를 질러대고(또 다른 돌팔이 사기꾼들, 죄 염병에나 걸려 죽었으면!), 시골뜨기들은 소매치기들이 뒤에서 그들 주머니를 터는 동안 번드르르한 옷을 입은 무희들이며 연지를 바른 늙고 처량한 곡예사들을 올려다본다. 그렇다, 이곳이 허영의 시장이다.(1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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