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말

 

 

베토벤의 교향곡을 주제로 새로운 책을 쓸 때는 타당한 이유가 필요하다. 독자들은 클래식 콘서트 레퍼토리의 핵심으로 남아 있는 이 유명한 작품들을 이미 충분히 잘 알고 있는데 굳이 보탤 것이 남았을까 하는 의문을 품을 수 있다. 정보의 바다에 광속으로 접속할 수 있는 시대이므로 마우스만 누르면 베토벤에 대한 중요한 것은 거의 무엇이든 알아낼 수 있다고 여길 만도 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아직 베토벤의 삶과 경력의 많은 측면들이 밝혀지지 않았고, 그의 작품 세계와 예술적 발전을 더 깊이 이해하려면 갈 길이 멀다. 이 책은 베토벤 교향곡 하나하나의 역사적, 전기적 사실과 창조적 기원에 초점을 맞춘 입문서다. 베토벤만큼 자신이 작곡한 거의 모든 작품의 초기 모습들이 담긴 방대한 자료를 후대에 남긴 대 작곡가도 없다. 그가 집에서 사용했던 스케치북, 그리고 특히 말년에 외출할 때 들고 다녔던 작은 수첩들이 남아 있다. 여기 보면 1802년 하일리겐슈타트 유서(청력 상실로 절망에 빠진 31살의 베토벤이 요양차 가 있던 빈 근교 하일리겐슈타트에서 두 동생에게 썼던 유서로, 동생들에게 전달되지는 않았다. ㅡ옮긴이)에 썼듯이 "내 안에 있다고 느낀 모든 것을" 꺼내놓겠다는 평생의 다짐을 열심히 실천한 작곡가의 모습이 드러난다. 그가 갈수록 쌓여가는 이런 스케치 자료를 대부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던 것으로 볼 때, 그는 오랜 세월 자신의 내적 창조의 세계를 하루하루 힘겨운 삶으로부터 보호하고 있었던 것 같다.(7-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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