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의 습관
최장순 지음 / 홍익 / 201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엣지 오브 투모로우

무척 좋아하는 영화다. 톰 크루즈의 액션도 액션이지만, 영화의 시나리오가 참 좋았다(더그 라이만 감독, 톰 크루즈/에밀리 블런트 주연, 2014년).
주인공 빌 케이지는 광고인이었다. 광고 회사가 망하자군대의 홍보 장교가 된다. 외계인과의 전쟁에 나가 용감히싸우자는 광고에 출연해 수많은 청년들을 군대로 끌어들이는 역할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전쟁터에 직접 나가 홍보하라는 명령을 받게 된다. 자신은 전투 병력이 아니라며 명령에 불복하지만 전쟁터에 억지로 끌려온다. 그리고 상관명령에 불복해 탈영하려 한 파렴치한 군인으로 낙인찍혀계급까지 병사로 강등된다.
케이지는 첫 전투에 참여하자마자 외계인의 피를 뒤집어쓴 채로 죽음을 당한다. 외계인의 피에는 시간을 되돌리는초능력이 담겨 있어, 그는 전투에서 죽을 때마다 다시 당일아침으로 돌아와 영원히 하루를 반복하는 군인이 되고 만다.
(31p.)

매일 아침 일어해야만 하고, 야근을 밥 먹듯 하고도 억지 회식에 이르출근에 몸을 혹사시키고, 그 가운데에서도 버티는 삶을 사고 있는 이 땅의 많은 직장인들. 하지만, 좀처럼 바라는일‘은 오지 않고 언제나 ‘내일의 가장자리에 머물러 또 하루를 반복하고 있는 우리들.
 감독은 바로 그 지점을 놓치지 않는다. 바에 앉아 술을 마 시는 케이지의 한숨과 표정을 통해 수도 없이 똑같이 반복되는 전투에 대한 지겨움, 회의감, 매너리즘을 표현한다. 삶 에 대한 우리의 태도와 비슷하지 않은가.
니체Friedrich Nietzsche는 ‘영원회귀‘라고 말한다. 이 개념은직역하자면, ‘동일한 것의 영원한 반복Ewige Wiederkehr des Cleeichen‘을 의미한다. 시간은 순환적이고, 동일한 사건들이 동일한 순서로 계속 반복된다는 것이다.
출근, 상사의 지적, 클라이언트의 끊이지 않는 요구, 가계대출의 발생, 가족 문제, 취업 문제, 취업에 성공해도 여전히 반복되는 진로의 문제, 반복되는 고민과 술자리, 이식을해도 해결되지 않는 커리어의 고민… 우리의 삶은 어찌 보면 ‘영원회귀‘의 생이라 할 수 있다.(34p.)

‘반복되는 생활‘은 우리에게 주어진 공통 조건이다. 하지만 그 공통 조건 하에서 그저 시간을 버티며 순응하고 살것인지, ‘내일의 가장자리‘를 넘어 ‘내일‘로 나아가려 노력할 것인지, 그 삶의 태도를 결정짓는 건 각자의 몫이고 각자의 능력이다.
니체는 차라투스트라Zarathustra의 입을 빌어, 입 속에 뱀이들어가 목구멍을 꽉 물어버린 한 양치기의 이야기를 전한다.
그 양치기는 몸을 비틀고 캑캑거리고 경련을 일으키며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아마 숨이 붙어 있는 한 계속 그 상태를 유지하다 죽을 것이다. 이 상황을 보고 차라투스트라는 손으로뱀을 잡아당기고 또 잡아당기지만, 아무리 힘껏 당겨도 뱀은꼼짝하지 않는다. 그러자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명령한다.
"뱀 대가리를 물어뜯어라! 물어뜯어라!"
양치기는 뱀 대가리를 단숨에 물어뜯고 멀리 뱉어내고는(35p.)

벌떡 일어나 환히 웃었다. 니체는 이 양치기가 더 이사전의 양치기가 아니라, ‘변화한 자‘, ‘빛으로 감싸인 자‘가 되었다고 말했다. 양치기는 생을 억누르는 필연적 조건을극복한 사람이다.
 영원할지도 모를 동일한 조건 속에 사는 우리들, 그 안에서 내일의 가장자리‘에 머무르는 대신, 조금씩 꾸준히 생활에 틈새를 낼 수 있는 ‘차이‘의 습관을 마련할 수 있다면,
좀 더 나은 ‘내일‘을 기획할 수 있지 않을까.
동일한 ‘내일‘이 아니라, 좀 더 다른 ‘내일‘을 기획하기 위한 작은 차이의 연습은 지금 우리 생활을 다른 무언가로 바꿔준다. 이 작은 ‘차이의 습관‘을 통해 우리는 생활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러한 습관이 반복되면, 우리는일체의 반복되는 억압의 조건들을 극복해 살아 움직여야한다‘는 당위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비로소 생활生活‘은 ‘살아 움직인다."
(3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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