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때 있으시죠? - 김제동과 나, 우리들의 이야기
김제동 지음 / 나무의마음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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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희 선생님은 국어 담당이셨는데, 수업시간에 논설문이 나오면 "쉬는 시간에 너희들끼리 싸우는 거 있지? 그게 다 논설이야. 내가 가르칠 게없어. 너희들끼리 토론해." 연설문이 나오면 "이건 들어, 선생님이 가르쳐줄 수 있는 게 아니야." "시, 이거야말로 우리가 얘기해봐야 할 주제야."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마치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키팅 선생님 같았죠. 그보다는 좀 우악스럽긴 하셨는데 감수성이 있으셨죠.
(265p.)

20년이 훨씬 지난 일인데도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유리왕의 황조가를 칠판에 적으며 하셨던 말씀이 기억납니다.

‘펄펄 나는 저 꾀꼬리 암수 서로 정다운데.‘

"여기에 밑줄 그어. 꾀꼬리 두 마리가 날아. 둘 다 암놈일 수도있고 둘 다 수놈일 수도 있는데 암수로 보인다는 건 더럽게 외롭다.
는 얘기야. 화자의 정서가 그대로 묻어나 있어. 너무 외롭다는 의미야. 그런데 꾀꼬리는 주로 암수가 날아. 그건 알아야 해."
외로워라 이내 몸은 뉘와 함께 돌아갈꼬.
" 외로워라 이내 몸에 밑줄 그어. 그렇게 많은 신하들이 있는데,
도 왜 외로워?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고 혼자 돌아오는 길은 권력(267p.)

도 아무 소용없고, 이렇게 다 외로운 거야."

 그러면 시詩가 네 줄인데, 모두 밑줄을 긋게 됩니다. 이때 선생님이 그러셨어요.

"자, 네 줄 모두 밑줄을 그었지? 시는 말이야, 한 줄도 버릴 게없어."

 그 시절에 시에 대한 감수성을 배운 것 같아요. 선생님이란 직업이 멋있다는 생각도 하게 된 거죠. 그때부터 누군가 저에게 "꿈이뭡니까?"라고 물으면 "선생님이요." 라고 대답했어요.(26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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