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반짝이던 순간 - 진심이 열리는 열두 번의 만남
이진순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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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재능이 있으신가봐요.

ㅡ재능이 있거나 없거나 난 상관없어요. 내가 하고 싶은 거라 하는 건데 재능이 있거나 말거나 무슨 상관이야? 말고 혼자 했어요. 하도 (연습을) 하니까 지하절을 타면 사람들이 다 면으로 보이더라고.

 

한두 달 기초적인 강습을 받고 나니 혼자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내 맘대로 휘둘러보고 싶어" 시작한 미술이었으니까. 제일 그리고 싶은 대상을 마음속으로 떠올렸다. 어머니였다. 시어머니 모시고 사는 집으로 일주일에 두 번 씩 친정어머니를 오시라 해서 그리고 또 그렸다. 그림에 입문한 지 3년 만에 지인의 권유로 1982년 첫 개인전을 열었다. 단 일주일간의 전시회였지만 예상 밖의 호평을 받았다.

 

미술 시작하고 3년 만에 개인전을 할 만큼 작품이 되던가요? 작품 물량이 많아야 하잖아요.

ㅡ그때 전시한 게 한 서른 점 돼요. 집중하면 깅장히 속도를 내는 것 같아요. 난 꽂히면 거기에만 올인하고 유유자적하는 게 안 되는 사람이에요. 여럿이 공동화실을 썼는데 남들 차 마시고 잡담할 때도 난 구석에 가서 그림만 그렸어요. 아침에 아이 학교 보내고 설거지하고 집에서 나갔다가, 오후 3시에 애가 학교에서 올 시간 되면 집에 돌아오고 저녁 6시에 밥 먹이고 다시 화실 가서 12시까지 있다 왔죠.

 

서울대와 홍대 미대의 양대 산맥이 버티고 선 화단에서 독학으로 익히다시피 한 그림으로 전업작가가 되겠다고 결심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요.

ㅡ글쎄, 오히려 득이 되지 않았을까? 어느 쪽에도 안 속하니까 견제받을 일도 없고. 아니, 솔직히 얘기할게요. 난,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어. 아이 돈 케어I don't care. 누가 끌어주든지 말든지! 근데 그런 배짱이 어디서 나왔을까?

 

하하하. 그게 제 질문입니다. 그런 배짱이 어디서 나왔냐고요?

ㅡ나도 모르겠어요. 처음 그림 그리기 시작할 떄는 누구나 유명한 화가가 되고 싶죠. 세계적인 화가가 되고 싶고. 근데 그게 내 목표는 아니었던 것 같아. 그냥...... 내가 살아갈 어떤 방법을 찾는 것, 내가 존재할 이유를 찾는 것, 그게 제일 우선이었죠.

 

초기에 신문에 소개될 때는 '규수작가' '주부화가'로 호명되었던데요.

ㅡ그런 호칭 많이 썼어요. 정말 거지 같았어.

 

 

 

『당신이 반짝이던 순간 』(251~253p.)

핑크 소파를 박차고 나온 '우아한 미친년' 윤석남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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