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웃의 범죄 - 미야베 미유키 단편집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장세연 옮김 / 북스피어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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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씨의 소설을 정말 좋아한다. 
보통 살인 사건 등과 같은 '범죄'가 주요 소재가 되지만 실질상 다루고 있는 것은 범죄 그 자체가 아니라 '인간'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인간'을 보다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미야베 미유키씨의 책들을 전부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웠기에 이 분의 책을 고르는데는 망설임이 별로 없다. 그렇기에 단편집이라고 해도 망설임없이 보게 되었다. 
사실 이분의 단편 소설은 어떠할까하는 기대감이 더 컸었던 것 같다. 

 책 속에는 총 다섯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우선은 '우리 이웃의 범죄'편.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짖어대는 이웃의 강아지 때문에 온 가족이 힘겨워하는 와중에 집에 놀러온 삼촌이 묘안을 낸다. 방법인즉 옆집의 강아지를 납치하여, 보다 더 잘 키워줄 수 있는 사람에게 넘기자는 것. 범죄라는 생각에 잠시 멈칫했던 조카들은 그 방법이 강아지와 가족들에게 절대 해가 되지 않을 거란 생각에 실행에 옮기기로 한다. 그리고 행동이 있던 날, 삼촌은 생각지도 못한 이웃의 범죄를 발견하게 되고 일은 묘하게 진행되게 된다. 

 첫 번째 이야기였던지라 가장 강한 인상을 갖게 된 이야기였다. 아파트가  보급된 지가 일, 이년이 아닌지라 이웃과 벽을 맞대고 살아가는 것이 일상인 요즘인데, 과연 자신과 이웃한 사람들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가하는 의문을 갖게 한 이야기였다. 이제는 이웃한 분들의 얼굴도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허다한지라..

 두 번째는 '이 아이는 누구 아이'편. 
제목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두 번째 이야기는 한 아이의 친아버지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주인공 소년이 부모님께서 외출하시고 혼자 있던 중에 예상치 못한 밤손님(?)이 온다. 자신을 아버지의 정부라 소개한 그녀는 자신과 함께 온 아이가 소년의 배다른 동생이라 말한다. 부모님께서 오셔야 해결이 날 수 있는 상황인지라 하루 동안 모녀와 함께 있게 된 소년. 과연 이 아이의 친아버지는 누구일까?

 처음에는 너무 흔한 이야기가 아닌가 했다. 아버지의 불륜, 그리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동생..이후에 전개되는 이야기 또한 조금은 뻔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역시 생각지 못한 전개가 있었다. 덕분에 뻔뻔하게만 여겼던 여자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고. 처음 생각과는 다르게 의미가 있었던 이야기였다. 

 세 번째는 '선인장 꽃'편. 
졸업식날 반 별로 주제를 선정하여 발표를 해야하는 상황에서 6학년 1반의 아이들이 보통은 받아들일 수 없는 독특한 주제를 발표 내용으로 선정한다. 담임 선생님조차 거부하려 했던 아이들의 발표 주제는 '선인장의 초능력'과 관련된 것이었다. 지역의 역사나 문화에 대해 발표를 준비하는 다른 반 아이들과는 너무나도 달랐기에 학부모의 반대까지 있던 상황에서 교감 곤도는 아이들을 지지한다. 과연 아이들은 졸업식 날 제대로 된 발표를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곤도 교감은 체면을 유지할 수 있을까?

 좀 엉뚱한 내용이라고 생각했었다. 초반엔 판타지를 기대하기도 했었고. 그런데 읽어보니 마지막엔 감동을 살짝 느꼈다. 아이들이 교감 선생님께 보내는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흐뭇한 이야기였다. 

 네 번째는 '축 살인'편. 
주변인들로부터 평가가 좋았던 한 남자가 무참하게 살해된다. 범인이 누구인지, 어떤 이유로 살해 되었는지가 전혀 짐작되지 않는 사건. 경찰은 도통 수사의 방향을 잡지 못한다. 그 즈음 신입 형사인 히코네는 결혼식장에서 전자 키보드를 연주했던 여자를 만난다. 그녀는 히코네가 형사임을 알고 앞서 살해된 남자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단순히 가정에 불과한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히네코는 사건의 해결에 접근하게 된다. 

 다섯 편의 단편들 중에서 가장 추리가 중심이 되는 이야기였다. 역시 미야베 미유키구나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사건을 해결하는 사람이 경찰이나 탐정이 아닌 평범한 여자라는 점에서는 좀 의외였지만, 사건을 추리해가는 과정을 읽는 것이 즐거웠다. 

 마지막 다섯 번 째는 '기분은 자살지망'편. 
산책 중에 만난 중년 신사로부터 자신을 죽여달라는 부탁을 받은 추리 소설 작가. 그는 남자의 사연을 들은 후 그를 죽이기 보단 살리기 위해 노력한다. 자신의 전공(?)을 살려 보다 나은 방향으로 중년 신사를 돕기로 한 그! 과연 그 방법이란 것이 무엇일까?

 제목이 참 묘하다고 생각했었다. 기분은..기분은 자살지망? 기분은 그렇지만 본심은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제목이었다. 내용 또한 말로는 죽고 싶다고 하지만...사실 정말 죽음을 원하는 인간이 얼마나 있을까..어쩔 수 없다는 말도 '죽음'앞에서는 좀 시시한 핑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아주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오랜만에 미야베 미유키의 책을 읽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휘리릭 읽어버렸다. 미야베 미유키 다운 내용도 있었고, 아닌 것 같은 내용도 있었다. 그럼에도 역시!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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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복 수사 제복경관 카와쿠보 시리즈 1
사사키 조 지음, 이기웅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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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키 조. 처음 이 작가분의 이름을 읽었을 때 든 생각이지만 정말 추리 소설에 딱 어울리는 이름이 아닐까? 왠지 이름에서부터 묘하게 추리 소설 느낌이 나는 작가분의 이름! 묘한 이름에 끌려서 보게 된 이 분의 전작은 참 인상적이었다. 전작에 대한 만족감 때문에 신작이 나왔다고 했을 때 반가운 마음으로 보게 된 책이었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역시 만족스러웠다. 
사실은 전작보다 조금 더 ! 

 전 강력계 형사였던 카와쿠보가 작은 마을로 발령을 받으면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워낙에 작은 마을이기에 경찰이라 할 수 있는 인물은 카와쿠보 한 명 뿐이었다. 그렇지만 작고 평화로운 마을이었기에 혼자라도 별 무리는 없을 듯 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부임하고 얼마 후 밤늦게 싸움이 난 것 같다는 전화를 받게 된 카와쿠보, 출동을 해야하는 상황일 수도 있었지만 그는 마을의 유지들과 친분을 쌓고 있었기에 적당히 그 상황을 얼버무린다. 
그러나 그는 곧 자신의 안일함을 후회하게 된다. 

  조용한 마을인 줄 알았던 그 곳에선 연이어 사건이 터진다. 그곳이 도시였다면 충분히 '사건'이라고 불릴만한 일이 연이어 터졌지만 작은 시골마을 이라는 이유로 일은 쉽사리 사건화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마을엔 방범협회(책 속에 '방범'을 '방법'이라고 쓰여져 있는 부분이 좀 있더라구요. ㅡ.ㅡ;;)라는, 마을 사람들에겐 거의 '법'에 가까운 존재가 있었기에 더더욱 범죄는 감춰지고, 쉽사리 숨어버릴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실제로 정의감을 갖고 동네의 방범 활동에 참여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책 속에서와 같은 경우가 있진 않을까 하고 슬쩍 걱정이 되기도 했었다.  

 책 속엔 여러 가지 사건이 발생한다. 그러나 그 대부분이 존재하는 범죄자를 원치 않는 마을 사람들 덕분에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는다. 카와쿠보 역시 자신이 경찰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사건을 끝까지 파헤치진 못한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기가 죽거나 마을 사람들의 경향에 푹 녹아들지는 않는다. 때로는 반항(?)도 살짝 해보곤 한다. 특히 폭력 전과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억울하게 직장을 잃고, 마을을 떠나야 했던 남자의 일을 겪으면서 카와쿠보가  상사에게 던진 한 마디! 정말 속이 다 후련했다. 그 전에는 왜그리 소심한 모습만을 보이는가, 정말 이 책의 주인공이라 할 만한가 싶었는데 그 장면에선 정말 주먹을 불끈 쥐었었다.  

 마을 사람들을 보면서, 마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보면서  '악'한 것, '추한' 것들은 감추려 할 수록 그 썩은내가 더욱더 진동을 하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애초에 그 싹이 보일 때 숨기려만 들지 말고, 단칼에 베어버려야하지 않을까. 아무런 죄 없이 희생되는 사람들이 발생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보다 강하게 처분 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조금 아쉬움이 남고, 범죄에 희생당한 사람이 오히려 죄인이 되어야 했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정말 불편했다. 그 점만 빼면 이번 책도 '역시~!'를 외칠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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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빅터 - 17년 동안 바보로 살았던 멘사 회장의 이야기
호아킴 데 포사다.레이먼드 조 지음, 박형동 그림 / 한국경제신문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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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봤을 때, 표지를 보고는 따뜻함이 느껴졌다. 비록 제목에는 '바보'라는 단어가 붙어 있지만 표지를 통해 느껴지는 분위기는 따스함이었다. 조금은 익숙한 듯 한 그림이다 싶었는데,  역시 전에 보았던 '리버보이'의 표지를 그린 분이 그리신 표지였다. 그때도 표지가 참 마음에 들었었는데 이번에도! 표지부터 마음에 들었다. 

 책 바보 빅터 속에는 자신이 바보인 줄로만 알고 살아온 소년과 자신이 못난이인 줄로만 알고 살아온 소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자신에 의해서가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서 자신을 단정 짓고, 제대로 된 꿈을 펼쳐보지 못했던 두 사람. 곁에서 그들을 위로해 주시는 좋은 선생님과, 그들을 지켜주고팠던 가족이 있었지만 무서우리만치 단단한 편견 속에 사로잡힌 두 사람은 쉽사리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있었다. 

 우선 빅터! 그는 남들이 보기에 조금 모자란 아이였다. 사람들 앞에서 말도 당당하게 못하고, 모든 행동에는 자신감 부족에 수줍음이 넘쳤다. 사람들은 그를 바보로만 여겼다. 더욱이 두 자리수인 그의 아이큐가 공개되면서 사람들은 그를 더욱더 놀림거리로 만들었다. 아무도 그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빅터 또한 자신감을 가지라는 선생님의 말을 믿지 못하고, 더욱더 움츠리기만 했다. 

 그리고 로라!!! 그녀는 자신을 못난이로 여겼다. 어렸을 때부터 집안 내에서 별명으로 불렸던 못난이가 곧 그녀의 모습이 된 것이다. 그녀에겐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었지만 그를 실천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았다. 어짜피 되지 못할 거란 마음이 항상 그녀의 행동을 제약하고 있었던 것이다. 

 잠재되어 있던 능력의 날개를 펼치기 전의 빅터와 로라의 모습은 너무나도 평범했다. 그들의 모습은 우리 주변에서 조금은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좀 슬펐다. 어쩌면 빅터같이, 로라와 같이 본인의 의지에 반해서 꿈을 펼쳐보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싶어서. 

 그럼에도 그들이 꿈의 줄을 끝까지 놓지 않고 있던 모습에선 흐뭇함을 느꼈다. 희망이란 단어도 떠올려보고. 책 속의 인물들이 실존인물이라고 하니까 더욱더 전해지는 감동이 컸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꿈을 향해서 걸어간다면(자신감을 잃지 않고!!!) 언젠가는 꿈이 실현될 것이란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다.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가장 많이 건네는 말이 있다. 
"힘내, 넌 할 수 있을 거야." 라는 짧은 말. 
그렇지만 이 짧은 말 한 마디가 듣는이로 하여금 정말 힘을 내게 해 줄 수 있다는 것, 잃어버린 자신감을 혹은 잊고 있었던 자신감을 조금이나마 되찾을 수 있게 해 준 다는 것. 

 전작인 '마시멜로 이야기'처럼 읽는 동안은 흐뭇함을 느끼고, 읽은 후엔 좀 더 기운을 내게 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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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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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봤을 땐 무슨 내용인가 싶었다. 그간 공지영씨의 책들 중에 주로 소설을 읽어왔기에 이번에도 혹 소설인가 싶었는데 제목만으로는 도저히 내용이 짐작이 가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데 몇 장 넘겨보고는 소설이 아님을 알게 됐다. 그러자 이번엔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전에 읽었던 에세이(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에서는 아픔 혹은 상실에 대해서 말하고 있어서 읽는 내내 같이 아팠었었는데 이번엔 어떨까 싶었다. 

 주르륵 읽고 나서 얻은 결론은 최소한 이번엔 아픔은 아니구나였다. 아픔이라기보다는 자랑(??) 같아 보였다. 나 지금 이들 덕분에, 내가 지금 이렇게 살고 있어서 행복해요라고. 
때문에 읽는 내내 부러웠고, 배가 아팠다. 부러우면 지는거라는데....책을 읽으면서, 책 속의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단지 부러웠던 것이 아니라 그 부러움에 무릎을 꿇은 것만 같았다.

 책 속엔 지리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스스로 가난해진 사람들, 그렇지만 절대 스스로 불행해지지는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복잡하고, 늘 바빠야만 조금 더 나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도시와는 다르게 그 곳에선 시계 바늘이 무척 천천히 가고 있었다. "소유"에 대한 개념도 남달라서 내 것을 누군가에게 나눠준다거나 함께 무언가를 나눈다는 것에 있어 손해본다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없었다. 물론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일조권이라고 하나? 암튼, 새로 건물을 지을시 햇빛을 좀 덜 받게 된다고 소송을 걸었던 사람들, 정치적인 일로 쫒겨났던 사람들의 경우는 좀 많이 씁쓸했다. 그곳이 지리산임에도 불구하고 이익을 우선시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서.

 책을 읽는 중에 직접 지리산에 가서 이 분들을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참 많이 했었다. 특히 버들치 시인님! 정말이지 꼭 한 번 만나뵙고 싶다는 생각이..^^ 그런데 이런 내 생각을 알기라도 한 듯이 한 방송사에서(아마 MBC였던 듯) 지리산 행복학교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진으로만 봤던 분들의 모습을 방송으로 보니 생각보다 더 편안하고 행복해 보였다. 더불어 행복학교 학생들 또한 그 어떤 명문대의 학생들보다 즐거워 보였다. 

 삶에 관련된 어떤 가치는 판단하는 사람에 따라 이리저리 달라 질 수 있는거라지만 공통적으로 행복을 추구한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것 같다. 또한 내가 꿈꾸던 삶을 살고 있는 다른이의 모습을 보았을 때 느끼는 그 부러움, 시기, 배아픔이란...

 나중에 늙으면 꼭 한적한 시골에 집 짓고, 텃밭 가꾸며 살거야라는 생각을 품고 있는 내게 이 책은 그야말로 자극과 같았다. 지금 내 삶을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해 주었고. 또한 나를 자꾸만 떠밀고 있었다. 생각만 하지 말고 제발 좀 움직이라고. 그래서 읽는 동안 즐겁고, 설레였지만 읽고 나니 좀 씁쓸해졌다. 이렇게 자꾸만 등만 떠밀리다 보면 언젠가는 넘어지지 않을까 싶어서. 그래도! 그런 씁쓸함을 좀 가만해서도! 삶에 활기를 불어넣어줄 만한 멋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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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은 절하는 곳이다 - 소설가 정찬주가 순례한 남도 작은 절 43
정찬주 지음 / 이랑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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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불자가 아니다. 그렇지만 한 때 불자인 척 했던 적이 있었다. 어릴 적에 불교를 믿으셨던 할머니를 따라서 행사가 있을 때마다 절에 가곤 했었다. 절이 바로 동네 뒷산에 있었기 때문에 절에 큰 행사가 있지 않을 때도 종종 친구들과 놀러가곤 했었다. 동네가 외진 시골이었기에 특별히 아이들이 놀 만한 곳이 없었고, 어른들은 모두 농사일에 바쁘셨다. 그때 우리들이 마음껏 뛰어놀고, 때로는 맛있는 간식도 얻어 먹을 수 있는 곳! 바로 절이었다. 덕분에 절은 당시 어린 나의 놀이터였다. 아! 놀기만 한 것은 아니다. 가끔은 스님의 일손을 거들기도 했었다. ^^;; 

 벌써 20여년 전의 일인지라 그때 절에 머무르셨던 스님의 성함도, 스님의 얼굴도 기억이 흐릿하다. 그럼에도 그때를 생각하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아무 걱정없이 뛰어놀 수 있었던 시기였기에. 그래서 그런지 현재는 불자가 아님에도 '절'이라는 공간을 생각하면 절로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낌다. 그때의 산세와 그때의 평화로움이 자동적으로 생각나기 때문이다. 

 2년 전 쯤에 몸과 마음이 천근만근이었을 때, 친구가 바람을 좀 쐬러 가자고 했을 때 나도 모르게 "절에 가볼래?" 했었다. 특정 절을 원했던 것도 아니었고, 그냥 '절'이라는 곳에 가보고 싶었다. 그럼 좀 몸과 마음이 편안해 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때 사정상 멀리 가보진 못했지만 그래도 근처의 작은 절에 가서 기웃(?)거리고 왔었는데 생각했었던 모습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을 생각하고 갔었는데 절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좀 부산했던 것 같다 - 아니었다. 그럼에도 몸과 마음은 한결 가벼워 졌었다. 

 늘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 한 켠에 '절'이라는 공간이 자리잡고 있어서 이 책을 알게 되었을 때 바로 읽어보고 싶었다. 가끔 TV에서 절에 대해서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꼭 가봐야겠다고 마음은 먹는데 막상 실천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았다. 아무래도 정보가 많지 않았고, 시간도 여유롭지 않았고.. 그래도 만약을 대비해서 이렇게 절에 관한 정보가 담겨있는 책을 보고 싶었다. 

 책은 저자분께서 경상도, 전라도, 제주도의 여러 절을 직접 답사를 하신 후에 쓰신 책이다. 절에 관련된 이야기나 발걸음을 옮기면서 보고 느낀 이야기들, 그리고 절에 관한 정보-가는 길이 짧게나마 적혀 있다 - 들. 예상보다 더 기분을 좋게 하는 책이었다. 

 아무래도 다루고 있는 소재가 소재이다 보니 책을 읽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경건해진다. 그리고 편안해진다. 산 속에 위치하여 주변의 환경과 조화를 잘 이루고 있는 절들과 그에 속해 있는 탑들을 보고 있으니 정말 그 곳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 

 '산중불교'라는 말-원래는 그렇지 않았다가 조선 이후 불교 억압정책에 의해 그렇게 됐다는 말도 있다고 한다-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몰라도 왠지 '절'이라고 하면 고요한 산 속에 자리잡고 있어야 할 것 같지만 최근에는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우리 동네에만 해도 도로변에 절이 두 곳이나 자리잡고 있는데 몇 년째 봐도 어색한 모습이다. 이건 단지 내 편견일 수도 있는데 과연 차들이 쌩쌩 달리는 시끌벅잡한 곳에 위치한 절에서 '수행'이라는 것을 할 수 있을까?물론 수행이라는 것이 마음의 문제이니 그렇지 않을수도 있지만..

 이제 겨우 이 책을 딱 한 번 읽었다. 그래 그런지 그냥 좋았다라는 느낌이 대부분이다. 한 번 읽고 고이 간직해야하는 책은 아닌 것 같다. 두고 두고 읽는 편이 이 책에게도, 내게도 좋을 거란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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