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이 책을 봤을 땐 무슨 내용인가 싶었다. 그간 공지영씨의 책들 중에 주로 소설을 읽어왔기에 이번에도 혹 소설인가 싶었는데 제목만으로는 도저히 내용이 짐작이 가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데 몇 장 넘겨보고는 소설이 아님을 알게 됐다. 그러자 이번엔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전에 읽었던 에세이(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에서는 아픔 혹은 상실에 대해서 말하고 있어서 읽는 내내 같이 아팠었었는데 이번엔 어떨까 싶었다. 

 주르륵 읽고 나서 얻은 결론은 최소한 이번엔 아픔은 아니구나였다. 아픔이라기보다는 자랑(??) 같아 보였다. 나 지금 이들 덕분에, 내가 지금 이렇게 살고 있어서 행복해요라고. 
때문에 읽는 내내 부러웠고, 배가 아팠다. 부러우면 지는거라는데....책을 읽으면서, 책 속의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단지 부러웠던 것이 아니라 그 부러움에 무릎을 꿇은 것만 같았다.

 책 속엔 지리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스스로 가난해진 사람들, 그렇지만 절대 스스로 불행해지지는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복잡하고, 늘 바빠야만 조금 더 나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도시와는 다르게 그 곳에선 시계 바늘이 무척 천천히 가고 있었다. "소유"에 대한 개념도 남달라서 내 것을 누군가에게 나눠준다거나 함께 무언가를 나눈다는 것에 있어 손해본다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없었다. 물론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일조권이라고 하나? 암튼, 새로 건물을 지을시 햇빛을 좀 덜 받게 된다고 소송을 걸었던 사람들, 정치적인 일로 쫒겨났던 사람들의 경우는 좀 많이 씁쓸했다. 그곳이 지리산임에도 불구하고 이익을 우선시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서.

 책을 읽는 중에 직접 지리산에 가서 이 분들을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참 많이 했었다. 특히 버들치 시인님! 정말이지 꼭 한 번 만나뵙고 싶다는 생각이..^^ 그런데 이런 내 생각을 알기라도 한 듯이 한 방송사에서(아마 MBC였던 듯) 지리산 행복학교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진으로만 봤던 분들의 모습을 방송으로 보니 생각보다 더 편안하고 행복해 보였다. 더불어 행복학교 학생들 또한 그 어떤 명문대의 학생들보다 즐거워 보였다. 

 삶에 관련된 어떤 가치는 판단하는 사람에 따라 이리저리 달라 질 수 있는거라지만 공통적으로 행복을 추구한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것 같다. 또한 내가 꿈꾸던 삶을 살고 있는 다른이의 모습을 보았을 때 느끼는 그 부러움, 시기, 배아픔이란...

 나중에 늙으면 꼭 한적한 시골에 집 짓고, 텃밭 가꾸며 살거야라는 생각을 품고 있는 내게 이 책은 그야말로 자극과 같았다. 지금 내 삶을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해 주었고. 또한 나를 자꾸만 떠밀고 있었다. 생각만 하지 말고 제발 좀 움직이라고. 그래서 읽는 동안 즐겁고, 설레였지만 읽고 나니 좀 씁쓸해졌다. 이렇게 자꾸만 등만 떠밀리다 보면 언젠가는 넘어지지 않을까 싶어서. 그래도! 그런 씁쓸함을 좀 가만해서도! 삶에 활기를 불어넣어줄 만한 멋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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