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31 | 32 | 33 | 34 | 35 | 36 | 37 | 38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우아한 거짓말 창비청소년문학 22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작인 "완득이"를 정말 즐겁게 읽었고, 김려령이라는 작가의 책에 대한 얄팍한 믿음이 생겼다. 절대 "완득이"란 책이 김려령이라는 작가에게 굳건한 믿음이 갈 많큼 좋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다. 단지 내게는 첫 작품이니까 이후에 어떤 책이 나올지 모르니까..거기에서 "얄팍한"이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그래도 일본 문학을 주로 읽는 편이기에 국내 작가분에게 이렇게 흥미를 갖게 된 것이 무척이나 오랜만이었다. 하여 신작이 나왔다 했을 때 정말 설레였다. 어쩌면 "얄팍한"에서 "굳건한"으로 갈 수 있을지도 모르기에.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제는 정말 "굳건한"쪽으로 기울었다는 것이다. 해서 "우아한 거짓말을 덮는 순간부터 김려령 작가분의 다음 책이 읽고 싶어졌다.   
 

 하지만 책의 내용만을 놓고 보면 절대 즐겁지많은 않은 이야기다. 인터넷이며 TV를 통해 하도 접해본지라 익숙해진 단어 "자살", 그리고 슬프지만 이제 막 익숙해지려는 단어 "청소년 자살". "우아한 거짓말"은 그 "청소년 자살"에 대해서 대놓고 말하고 있는 책이었다.   

  엄마와 두 딸이 살고 있는 가정. 아버지가 없어 어머니의 삶은 늘 고달프지만 차가운 듯 하면서도 착한 큰 딸과 말은 없지만 누구보다 믿음직 스러웠던 둘째 딸. 그녀에겐 종교고 신념이었던 아이들과 함께 사는 생활이 힘들었지만 즐거웠다.  평소와 같았던 아침, 둘째 딸이 하지도 않던 짓을 한다. 무턱대고 생일 선물로 비싼 MP3를 사달라는 것이다. 생소한 행동에 엄마와 큰 딸 모두 의외다 싶었지만 아무일 아니라 여겼었다. 그리고 그날 둘째 딸이 죽었다. 유서 한 장 없이, 아무런 예고 없이 죽음을 택한 둘째 딸. 견고한 줄로만 알았던 성에 큼직막한 금이 가는 순간이었다. 무너질 줄 알았던 어머니는 둘째 딸의 죽음 앞에 더 강해졌고, 어머니 앞에선 아픔을 숨기려던 큰 딸은 동생이 왜 죽음을 택해야했는지 그 원인을 찾아나선다. 큰 딸은 동생의 삶을 뒤돌아보던 중에 자꾸만 자신의 잘못이, 동생의 외로움이 보였다. 동생의 죽음은 자신의 소리 없던 슬픔을 알리는 최후의 수단이었던 것이다.

 

 솔직히 이렇게 무거운 책인 줄은 생각지 못했다. "완득이"만큼 발랄하고, "완득이"만큼 즐거운 이야기가 있을 거란 생각을 은연중에 했던 것이다. 그런데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 수록 마음에 납 덩어리 하나씩이 쌓여가는 듯 했다. 그리하여 책을 덮던 순간에는 마음이 납덩어리로 가득 차는 듯 해 온 몸이 축 쳐지는 것만 같았다.

 

 얄밉게도 둘째 딸의 죽음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에선 쿨하면서도 슬픈 글들이 이어진다. 어짜피 견뎌내야 하는 아픔이기에, 그 아픔 앞에 무릎꿇기 보다는 뚫고 나감을 택했던 어머니와 큰 딸. 그리고 그녀들의 주변 사람들. 

 

 책 속엔 죽은자로 인한 아픔과 산자로 인한 아픔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어머니와 큰 딸이 죽은자로 인해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큰 딸의 친구이자 작은 딸의 친구인 자매는 산 자로 인한 아픔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자기 자신으로 인한 아픔을 앓고 있는 사람이 있다. 작은 딸의 친구, 그녀의 죽음에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아이.

  모두 아픔을 앓고 있었지만 그 아픔을 겉으로 표현해 내려 하지 않는다. 특히나 자신으로 인한 아픔을 앓고 있던 아이의 경우엔 그 표현 방법을 모르는 듯 했다. 아니, 어쩌면 심각하게 잘못 알고 있었을지도. 그런 아이를 두고 사람들은 못됐다고만 했다. 너 왜그러냐며 질책하고 때로는 매질을 가했다. 아이는 그 과정에서 더더욱 자신의 아픔을 숨겼고, 다른 이를 아프게 함으로써 자신의 아픔을 숨기려 했다. 그것이 그 아이가 터득한 아픔의 극복 수단이었다. 죽은 둘째 딸과 그녀의 가족들의 모습에서 슬픔을 느꼈지만,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자신과 가장 가까웠던 이를 잃은 아이가, 잘못했다고 사과의 기회조차 갖지 못하게 된 아이가 정말 안타까웠다. 
자신이 지닌 짐의 무게를 좀 덜어내고자, 그러면 자신이 좀 편안해 질까하여  자신과 가장 가깝다 여긴 이에게 잘못된 방식으로 짐을 넘겼다가 그 보다 더 큰 짐을 양쪽 어깨에 이게 된 것이.

 

 아이든 어른이든 혹은 여자든 남자든 주어진 삶의 무게는 각자 다르고, 그 무게를 느끼는 정도 또한 각자 다를 것이다. 무거울 수는 있지만 이고 나아갈 수 없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끔은 누군가에게 그 짐을 좀 덜어가면서.  때로는 가족에게, 때로는 친구에게. 정 안되면 낯선이에게라도.  

 

 거짓말 앞에 "우아한"이라는 단어가 들어갔길래 좀 고상한 이야기가 있을 줄 알았다. 시작부터 그런 기대를 거침없이 무너뜨리는 글에 살짝 불편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다 읽고 보니 역시나 고상함이 있긴 있었다. 단지 그 표현 방식이 김려령 작가 다웠을 뿐. 
보석을 휘감고 부드러운 손짓으로 임하는 마나님같은 고상함이 아니라 한 겨울 찬물로 빨래를 하다가도 손주가 오면 행여나 손주가 차가움을 느낄까봐 두 팔을 쭉 펴서 가슴으로 꼭 안아주는 우리네 어머님만이 지니시는 고상함이. 그 거부 못 할 고상함에 눈물이 나기도 했지만, 그 생각에 마음이 묵직해 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작가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은 책이었다. 이런 책을 읽게 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비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한결 같다. 밝고, 강하고, 활발하다는 것. 다른 듯 하지만 결국엔 하나로 이어지는 이미지들. 실제로 본 적도 없고, 그녀가 쓴 책이라곤 "지구 밖으로 행군하라" 한 권 뿐. 그런데도 그녀는 이상하게도 친근하게 여겨진다. 압박 진행으로 유명한 강호동MC앞에서도 속사포같은 말들을 쉴 틈없이 하던 모습을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난다. 그 열정적인 모습. 한비야씨를 생각하면 그 모습이 절로 떠오른다.

 

 제목처럼 이 책은 한비야씨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녀 자신을 사랑하는 이야기, 그녀가 사랑하는 하느님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가
사랑하는 일에 대한 이야기.

 

 글을 읽는 와중에도 그녀가 즐겁게 말하는 모습이 눈에 어른거렸다. 정말이지 그녀가 나에게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현장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만 같았다.  그녀에 대한 이미지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녀의 맛있는 글 솜씨 또한 커다란 이유가 되었다. 어쩜그리 입에 딱 맞는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었다. 한비야씨께서 제발 자신의 글솜씨를 인정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천길 벼랑 끝 100미터 전.

하느님이 날 밀어내신다. 나를 긴장시키려고 그러시나.

10미터 전. 계속 밀어내신다. 이제 곧 그만두시겠지.

1미터 전. 더 나아갈데가 없는데 설마 더 미시진 않을거야.

벼랑 끝. 아니야, 하느님이 벼랑 아래로 날 떨어뜨릴리가 없어.

내가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너무나 잘 아실테니까.

그러나, 하느님은

벼랑 끝자락에 간신히 서 있는 나를 아래로 밀어내셨다.

.
.
.

그때야 알았다. 나에게 날개가 있다는 것을.

- P.89-   

 

  어릴 적에는 부모님을 따라 혹은 할머니를 따라 절에 다녔던 내가, 조금 큰 후에는 친구들을 따라 교회에 다녔었다. 그리고 지금은 아무곳에도 가지 않는다. 그렇기에 좋은 글을 보면 종교를 따지지 않고 그저 글의 의미만을 생각하게 된다. 한비야씨의 책에 위와 같은 구절이 나온다. 한 번 읽고 페이지를 넘겼다가 다시 또 페이지를 제자리로 돌렸다. 89페이지를 몇 번을 보고 또 봤다. 읽고 있다보니 마음이 참 편안해졌다.

 

 종교를 떠나서 오로지 그녀의 말과 행동, 그리고 그녀의 마음이 담긴 참 따뜻한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악의 추억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전작인 "바람의 화원"에서 우리 나라 작가만이 쓸 수 있는 소재를 가지고, 기가막힌 이야기를 만들어 낸 작가 "이정명". 그로 인해 드라마와 영화로까지 "신윤복"이라는 인물이 널리 소재로 쓰여지게 만들었다. 그만큼 "바람의 화원"이라는 책은  그간 너무나도 유명해서 조금은 지루한감이 있는 인물들을 현대에 살아 숨쉬고 있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신선한 존재로 되살린, 그정도의 위력을 지닌 산뜻하고 충격적인 책이었다. 그래서 그의 다음 작품에도 자연히 관심이 가고, 기대가 되었다.
 

 오래만에 그가 선보인 책은 조금은 뜬금없다 생각될 만큼 조금은 예상외의 범죄 소설이었다. 이미 "뿌리 깊은 나무"에서 여러 건의 살인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썼던 지라 "살인"이라는 범죄가 등장하는 내용이 낯선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그들이 살아가는 배경은 낯설기 그지없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곳은 "뉴아일랜드"와 "침니랜드"라는 곳이다. 그곳은 원래는 하나의 섬이었던 것이 개발로 인해 두 개의 섬이 이어져 하나의 공간이 되었다. 그리고 새로 생긴 "뉴아일랜드"는 가진자들이 살아가는 곳이 되었다. 반면에 "침니랜드"는 남겨진 자들, 가진 것 없는 자들이 살아가는 곳이자 늘 벗어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비참한 곳이 되었다.

두 섬을 이어주는 케이블카에서 시체가 발견된다. 흔한 살인 사건으로 처리되었을 수도 있었지만 시체가 "웃음"을 띄고 있다는 점에서 뭔가 심상치 않은 조짐이 보였다. 그리고 연이어 발생하는 살인 사건들. 해당 살인 사건들은 하나의 살인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마치 고리처럼 이어져 또 다른 살인을 불러 일으킨다. 쉽게 끝나지 않을 듯한 사건 해결을 위해 정직 중이었던 형사 매코이까지 투입되지만 사건 해결은 쉽지가 않다.

 

 "뉴아일랜드"와 "침니랜드"라는 가상의 공간이 등장하고, 매코이와 라일라라는 외국 이름들의 인물들. 그래서 초반엔 외국 작가의 책을 읽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게 과연 우리나라 작가 이정명이 쓴 글이 맞는가라는 생각도 자꾸만 들었고.

 

 전작들과 비교해보면 이 책은 작가에게 도전이라 할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읽는 독자들도 조금은 낯설다 싶은 이야기에 약간은 어리둥절 할 수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책에 대한 집중도는 금방 올라간다. 처음부터 시작되는 살인 사건의 장면이 자극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달아 일어나는 사건들 또한 지루함을 전혀 느낄 수 없게 해준다. 

 

 마지막에 가서는 "어라?"싶은 반전 또한 기다리고 있다. 그러니 낯설다 싶음  사건 전개에 따른 긴장감을 느끼고, 긴장감을 느낀다 싶으면 알 수 없는 반전으로 인해 재미를 느끼게 된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이야기 전개도 빠르고, 재미도 있고, 반전도 있지만 뭔가 깊이는 덜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심리분석가 라일라가 사건을 보고 범인을 짐작하는 부분이나 매코이와 상담을 하는 부분을 보면 이 책은 심리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말하기엔 뭔가 살짝 아쉽다는 기분이 든다. 조금더 깊이 있게 써 주셨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물론 개인적인 욕심이라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일단은 작가분의 새로운 소설이 반갑고, 새로운 시도 또한 반갑다. 주변에 이 책을 읽어보신 분이 있다면 함께 이야기해 볼 만한 것들도 많은 것 같다. 살인사건 발생과 해결이라는 큰 테두리를 가지고는 있지만 그 안에 가진자와 그렇지 못한자, 인간이 자신의 것이라고 믿고 살아가는 기억들에 대한 진실과 같이 충분히 토론의 주제가 될 만한 것들도 많기 때문이다.

 

 시작은 낯설었을지 몰라도 마지막엔 정말 즐거웠기 때문에 작가분의 다음에 나올 책 또한 정말 기대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울지 않는 여자는 없다
나가시마 유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요즘들어 우울한 생각이 문득문득 스치는 내게 있어 이 책의 제목은 이상하게 가슴에 와 닿았다.

매일 보는 사람이 문득 낯설어 보이는 것과 같은.

 

작가인 나가시마 유는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소개를 보니 나가시마 유는 여성의 감정을 섬세하고 세심하게 표현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작가라고 했다.

과연. 책을 읽는 내내 과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마치 내가 그대로 느끼는 것과 같이 표현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니까.

 

책은 두 가지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울지 않는 여자는 없다"라는 표제작과 "센스 없음"이라는 이야기.

 

먼저 첫 번째 "울지 않는 여자는 없다"는 직장 동료에게 좋아하는 마음을

고백하지 못하는 여자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주인공 무쓰미는 그다지 원하지는 않았던 회사에 취직을 하게 된다.

자신이 작성했던 답안을 사장이 보는 앞에서 수정을 하면서까지 말이다.

함께 사는 남자친구에게 뭐 이런 곳이 다 있냐며 푸념을 늘어놓지만 회사를 그만두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 곳에서 만난 직장 동료 히카와.

다른 직장동료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지내는 그녀에게 유일하게 자신의 선을 지키면서도

그녀를 지켜봐주는 듯한 느낌이 드는 사람.

다소 무뚝뚝한 느낌이 드는 그 사람에게 자꾸만 마음이 가는 무쓰미.

결국 함께 사는 남자친구에게 다른 사람이 생겼다고 말한다.  

화를 내며 떠나는 남자친구.

홀로 남겨졌지만 그녀는 히키와에게 고백을 하지 못한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헤어진 남편과의 일상 정리를 차분하게 하는 이야기이다.

그가 남기고 간 연체된 성인 비디오를 반납하면서.

 

 

솔직히 책의 내용이 재미는 없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제목만 보면 책을 보면 왠지 울어버릴 거 같았는데.

전혀. 울기 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보면서 나의 이야기를 생각하게 되다니.

잔잔하게 흐르는 이야기가 나를 그렇게 만든다.

 

제목처럼 세상에 울지 않는 여자는 없지 싶다.

그러나 세상엔 마음대로 울 수 있는 여자는 드물다.

울어버리면 그걸로 끝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일까. 울어버리기보다는 참아버리기를 택하기 쉬운 것이다.

그것이 이기는 방법이라고. 그것이 어른이 되는 방법이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듯.

 

잔잔한 이야기가 닫혀 있던, 이기려고만 했던 , 어른이 되려고만 했던 마음을 울려버리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피터팬과 그림자 도둑 1
리들리 피어슨.데이브 배리 지음, 공보경 옮김, 그렉 콜 그림 / 노블마인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어릴때 가장 하고 싶던 일 중에 하나가 구름 위에서 실컷 뛰어 노는 것이었다. 그때는 하늘 위에 떠 있는 구름이 푹신푹신한 솜이불 정도 되는 줄 알았다. 그래서 그 위에서 뛰어논다면 땅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고 그저 즐거울 것이라고만 생각했었다.   

이런 소원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어릴적 부터 피터팬이라는 존재가 무척 부러웠다. 마음대로 하늘을 날아다닐 수도 있고, 구름을 안아 볼 수도 있다. 더불어 그의 곁에는 항상 작고 아름다운 요정친구가 함께 한다.

어린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그런 요정친구가.

 피터팬을 책으로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미 만화로 너무 익숙해져있기 때문에 책으로 만나는 피터팬은 조금 어색하기도 했고, 그만큼 기대가 크기도 했다. 책 속에는 피터팬이 왜 피터팬이 됐는지에 대한 소개가 있었다. 이미 처음부터 무조건 하늘을 날아다니는 늙지 않는 소년이라는 존재로만 각인되어있던 내게는 다소 의외의 설정이었다. "별가루"를 만졌기에 평범한 소년에서 피터팬이 되었다는.

그 외에도 책 속에서는 조금 의외의 피터팬을 만나볼 수 있었다.

후크 선장을 장난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그를 놀리기를 즐기는 피터팬.

날 수 없는 친구들을 보면서 우월감같은 감정을 갖고 있는 피터팬.

무엇보다 가장 의외의 모습은 그가 자신의 정체성으로 고민을 하는 부분이었다.

"넌 나랑 같은 종류라고"라는 팅크(팅커벨)의 말에 자신은 이제 사람이 아니라 전혀 색다른 생물이 되어버린 것일까? 라며 고민을 하는 피터팬의 모습.

  이 책은 기본적으로 피터팬의 모험이야기이다.  상대방의 그림자를 통해 상대방의 생각을 읽어내는 그림자 도둑 "옴브라 경"과 그 일당들,  "별가루"의 반환과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피터팬의 대결.

그러나 그 과정에서 무엇보다 두드러지는 건 피터팬의 성장이 아닌가 한다.

  이미 육체적인 성장은 더 이상 할 수 없는 피터팬. 그러나 동시에 그의 정신도 어느 정도 그 수준에 머물러 있지 않았을까 한다.  그런 피터팬이 악당들에게서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을 구하는 과정에서 정신적으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피터팬의 정신세계를 성장시키는 악당들에는 후크 선장도 당연히 포함된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두 권의 책 속에서 후크 선장의 활동이 너무 적었다는 것이다. 그의 한 팔을 먹어버린 미스터 그린이라는 악어에 의해 자신들의 요새 밖으로는 나올 수 없게 된 후크 선장.  그로 인해 그의 활동은 단지 피터팬의 힘 없는 친구들을 함정으로 유인해 잡아 친구들을 통해 피터팬을 유인하는 것 뿐이었다. 해적선을 타고 선원들을 협박 비슷하게 지휘하는 그의 모습을 뚜렷하게 기억하는 내게는 조금 의외의 부분이었다.

 책은 모두 두 권으로 구성되어 있고, 겉으로 보기엔 조금 두꺼워 보이지만 막상 읽어보면 너무나 쉽게 금방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글씨도 크고, 한 이야기가 길게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전혀 지루하지 않다.

어린 아이들이 읽기에도 좋은 책이라고 생각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31 | 32 | 33 | 34 | 35 | 36 | 37 | 38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