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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는 여자는 없다
나가시마 유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요즘들어 우울한 생각이 문득문득 스치는 내게 있어 이 책의 제목은 이상하게 가슴에 와 닿았다.
매일 보는 사람이 문득 낯설어 보이는 것과 같은.
작가인 나가시마 유는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소개를 보니 나가시마 유는 여성의 감정을 섬세하고 세심하게 표현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작가라고 했다.
과연. 책을 읽는 내내 과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마치 내가 그대로 느끼는 것과 같이 표현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니까.
책은 두 가지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울지 않는 여자는 없다"라는 표제작과 "센스 없음"이라는 이야기.
먼저 첫 번째 "울지 않는 여자는 없다"는 직장 동료에게 좋아하는 마음을
고백하지 못하는 여자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주인공 무쓰미는 그다지 원하지는 않았던 회사에 취직을 하게 된다.
자신이 작성했던 답안을 사장이 보는 앞에서 수정을 하면서까지 말이다.
함께 사는 남자친구에게 뭐 이런 곳이 다 있냐며 푸념을 늘어놓지만 회사를 그만두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 곳에서 만난 직장 동료 히카와.
다른 직장동료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지내는 그녀에게 유일하게 자신의 선을 지키면서도
그녀를 지켜봐주는 듯한 느낌이 드는 사람.
다소 무뚝뚝한 느낌이 드는 그 사람에게 자꾸만 마음이 가는 무쓰미.
결국 함께 사는 남자친구에게 다른 사람이 생겼다고 말한다.
화를 내며 떠나는 남자친구.
홀로 남겨졌지만 그녀는 히키와에게 고백을 하지 못한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헤어진 남편과의 일상 정리를 차분하게 하는 이야기이다.
그가 남기고 간 연체된 성인 비디오를 반납하면서.
솔직히 책의 내용이 재미는 없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제목만 보면 책을 보면 왠지 울어버릴 거 같았는데.
전혀. 울기 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보면서 나의 이야기를 생각하게 되다니.
잔잔하게 흐르는 이야기가 나를 그렇게 만든다.
제목처럼 세상에 울지 않는 여자는 없지 싶다.
그러나 세상엔 마음대로 울 수 있는 여자는 드물다.
울어버리면 그걸로 끝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일까. 울어버리기보다는 참아버리기를 택하기 쉬운 것이다.
그것이 이기는 방법이라고. 그것이 어른이 되는 방법이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듯.
잔잔한 이야기가 닫혀 있던, 이기려고만 했던 , 어른이 되려고만 했던 마음을 울려버리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