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사진관
최창수 사진.글 / 북하우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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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에세이는 '아..내가 좀 꼬였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여행에 대한 생각은 늘 마음 한 켠에 자리잡고 있는데 현실의 나는 지금의 공간에 딱 붙어 있기에..극과 극을 보는 듯한 여행 에세이는 때로는 부러움으로 때로는 질투심으로 느껴질 때가 많아서 관심은 늘 있지만 많이 읽지는 않는 편이다. 역시..꼬인것이 분명한가..

 그럼에도 딱 끊어버리지는 못해서 마음이 좀 허하다 싶을 때 찾게 되는 여행 에세이. 
이번에 보게 된 책은 하늘을 담은 표지에  '지구별'이란 단어가 마음에 들어서 보게 되었다. 

 초반에 '지구별'이라는 단어를 쓰게 된, 이 단어에 담겨져 있는 여행자의 마음이 적혀 있었는데 그 의미가 참 좋았다. 수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수 많은 나라들이 존재하는 지구라는 공간을 하나의 공간으로 보고 있다는 그 마음이 여행자의 마음가짐으로 딱이다 싶었다. 정말 멋진 여행자의 마인드랄까? 

 여행의 시작부분에선 여행 그 자체보다 '사진'에 대해서 더 많이 집착 아닌 집착을 했던 자신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여행을 하고나면 남는 것은 사진이다라는 마인드는 이제는 거의 공식화되어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는 여행 초보자들만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책을 보니  여행 초보자라고만 해서 사진에 더욱 관심을 갖는 건 아닌가 보았다. 역시 개인차인가?

 그리고 그의 여행길을 따라 갔다. 
그가 방문 했던 나라, 그곳에서 만났던 사람들. 약간 실망스러운 것이 여행길에서 만났던 사람들 중에 많은 수가 여행자를 순수한 여행자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돈벌이 수단으로 본 다는 점이었다. 그래도 아이러니하게도 사진 속에 담긴 그 사람들은 참 순수해 보였다. 낯선 땅의 모습이어서 그런건지는 몰라도. 

 디카의 영향인지는 몰라도 서점에 가면 여행관련 책들이 정말 많이 있다. 특히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의 여행 에세이들! 마치 여행 안내서처럼 서점의 곳곳에 놓여 있는데 신기한 것이  그 흔한 여행 에세이들을 통해서 매번 신선함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몽골, 인도, 일본과 같이 이미 책을 통해 여러 번 가본 곳이지만 매번 참 다르게 느껴지니 참 요상한 일이다. 그러면서도 참 기분 좋은 일이다. 
 
 혈기 넘치는 20대 청년 최창수의 여행 에세이 또한 아주 특별하지는 않았지만 읽는 동안 설레임을 느끼게 되는 기분 좋은 여행 에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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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의 7분 드라마 - 스무 살 김연아, 그 열정과 도전의 기록
김연아 지음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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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겨 스케이팅이라는 분야는 김연아라는 이름만큼, 몇 년전까지만해도 참 낯선 분야였다. 정확히 무슨 경기인지도, 그 룰이 어떠한지도, 어느 나라가 잘하는지도(동양보다는 서양의 선수들이 뛰어나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잘 모르고 있던 경기. 
그랬던 것이 지금은 "피겨=김연아"라는 공식이 머리 속에 팍 박혀 버렸다. 김연아 선수의 공연이 있으면 챙겨 보게 되고. 피겨라는 종목에 대해서 관심도 갖게 되고. 한 선수로 인해서 이렇게 모르던 종목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적은 처음인 것 같다. 

 처음엔 그녀의 경기만을 보았다. 정확히는 그녀의 우승 여부만. 
그러다가 점점 우승 여부를 떠나서 그녀의 경기에 더 집중하게 보았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궁금해졌다. 과연 모든 시선을 사로잡는 그녀는 행복할까? 하고. 
지금이 있기전에 부상으로 인한 고통이 컸고, 피겨 선수로의 삶을 살기 위해 평범한 학생의 삶을 살아보지 못했다는 걸 알고 나서는 더더욱 궁금해졌었다. 

 김연아의 자서전이 나왔다는 걸 알게 된 때부터 꼭 한 번 읽어야겠다고 생각은 했었는데 이제서야 겨우 보게되었다. 정말 마음 따로 몸 따로..

 책 속엔 그녀의 속마음이 담겨 있었다. 
피겨를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피겨를 하면서 겪게 된 고통들, 선수 생활을 접을 뻔 했던 이야기들. 그리고 그 고통들을 이겨냈던 이야기들. 

 올림픽 경기를 보면서 정말 그녀가 강하구나 싶었다. 경기 속에서의 기술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그녀의 마음이. 그리고 이후에 예능에 나온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는 참 발랄하구나 싶었다. 조금은 그 나이또래 다운. 

 책 속에서 그녀의 또래 다운 발랄함을 더 많이 볼 수 있었다. 특히 주로 문장의 끝부분에 ㅋㅋㅋ 하고 웃는 표현에서 그녀의 웃는 모습이 바로 떠올랐다. 이런걸 음성지원이라고 하던가?
또한 그녀의 솔직한 생각들을 - 특히 데이비드의 곡 선택에 대한 그녀의 솔직한 표현들!!-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처음 그녀를 알았을 때, 그녀의 경기를 보게 되었을 때는 오직 그녀의 우승만을 바랐었는데 이제는 정말로 그녀가 행복하기를 바란다. 피겨선수로서나 김연아라는 사람으로서나. 

 "중요한 것은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가 아니라, 실패했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느냐다.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한 번 더 도전해 보는 것 ! 그게 가장 중요하다. " 
                                   -김연아의 7분 드라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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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버리다 - 더 큰 나를 위해
박지성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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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축구선수 박지성보다는 캡틴 박이란 명칭이 더욱더 익숙한 사람, 바로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축구 선수 박지성이다. 전에 자서전이 한 권 나왔던 걸로 아는데 그는 읽어보지 못하고 이제서야 겨우 보게 되었다.
 

 책의 표지와 제목에서 인간 박지성이 풍기고 있는 인간미가 물씬 느껴지는 이 책, 축구 선수 박지성이 아니라 인간 박지성에 대해서 조금은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란 기대감을 안고 보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큰 변화라고 해서 반드시 뚜렷한 계기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아주 사소하고 보이지 않는 것일지라도 내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큰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몰두하고 즐겨야 합니다. 그래야 보이지 않고 그냥 스쳐 지나가는 사소한 계기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

 

 담백하고 소소한 말투의 글들 속에 위의 문장들이 눈에 오래도록 머물러 있었다. 특별한 힘(마치 매력과 같은)을 가진 사람이 하는 말이라기엔 너무 평범한, 그러나 거짓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저 솔직한 문장들. 그야말로 인간 박지성이 어떤 마인드를 가졌는지를 말해주고 있지 않을까?

 

 책 속에서 만나본 인간 박지성은 곧 축구선수 박지성 같았다. 훌륭한 축구선수이고, 축구를 좋아하시는 건 알겠지만..조금은 평범한 생활 속에서 즐거움을 찾으시는 생활도 좀 해보셨으면 하는, 그야말로 개인적인 생각이 들 정도로.. 

 

  길거리의 떡볶이 맛을 그리워하시는 걸로 봐서는 예전의 평범함을 많이 그리워하시는 것도 같으신데..이제는 축구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정말 특별한 분이 되어버린지라 과연 예전의 평범한 삶을 다시 살게 되실지는 잘 모르겠다.

 

" 한국 사람들은 축구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대표팀만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진정 축구를 좋아한다면 결과만 아니라 우리가 걸어온 과정도 사랑할 수 있어야 하는데 결과로 모든 것을 평가해버리곤 합니다. "

 

 책의 중반을 훌쩍 넘어서고 있을 때 이 글을 봤다. 내리 감탄을 하면서 자랑스러운 마음반 부러운 마음반으로 즐겁게 읽고 있다가 위의 글을 보고는 뜨끔했다.

 

  정말 정곡을 찔렸다고나 할까..사실 내가 가장 축구를 즐겨보고, 좋아했던 시기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였다. 당시 고3의 신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전을 제외하고는 모든 경기를 길거리 응원을 하면서 누구보다 큰 소리로 우리 팀을 응원했었다. 그때는 코 앞으로 다가온 수능보다 우리 나라의 축구 경기가 더욱 중요하게 여겨질 정도였다. 그렇지만 결국 그때 내가 정말 열정을 다해 응원했던 것은 우리나라 축구 선수들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승리였다는 생각을 내심 할 때가 있었는데- 평소 월드컵이나 올림픽같이 관심이 집중되는 경기가 아니면 축구경기를 거의 보지 않는지라..- 박지성의 말이 곧 축구를 향한 내 평소의 마음가짐 이었던 것이다.

 

 정말 솔직히 나는 축구팬이라 할 수는 없다. 축구에 대한 룰도 잘 모르고, 축구 선수들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무엇보다 축구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지도 않다.

 

 그렇지만 박지성의 팬이다. 때로는 무한한 칭찬 속에서도 때로는 누구보다 가혹하게 가해지는 비난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성실히 가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그를 싫어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냐만. 결코 쉽지 않을 길을 가면서도 지켜보는 이들에게 위태위태한 불안감을 느끼게 하기보다는 박지성이니까 괜찮을 거라는 든든한 믿음-박지성씨 본인에게는 상당한 부담이겠지만..-을 갖게 하는 우리의 캡틴 박! 앞으로도 완전 화이팅하시라고 말하고 싶다. 아! 그렇다고 지금처럼 너무 축구만 하시진 말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시라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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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관계학 - 상처투성이 인간관계를 되돌리는 촌철살인 심리진단
송형석 지음 / 청림출판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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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사람들의 얘기를 듣다보면 직장 생활의 어려움 중에 가장 자신을 힘들게 하는 건 다름 아닌 ’인간관계’라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일이 힘들거나 어려운 점도 있긴 하지만 그보단 늘 마주 대해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가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적절한’ 관계를 맺지 못해서 때때로 어려움을 느끼게 되고, 그것이 쌓이면서 결국엔 회사 생활 자체가 곤욕이 되는 것이다. 

 이는 굳이 직장에서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가정이나  학교와 같이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누구라도 이와 같은 어려움을 적어도 한 번쯤은 경험할 것이다. 사람에 따라 가볍게 넘기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그로 인해 점점 더 우울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가장 답답하다 생각하게 되는 건 이러한 어려움에 명백하고, 정확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 대체 왜 그런지 이유조차 명확하게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약간의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라면 이 책과 같이 심리학을 다루는 책을 보면서 홀로 연구(?)를  하게 될 것이고, 좀 더 심각한 경우라면 송형석 선생님께서 근무하시는 곳에 찾아가서 상담을 받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평소에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 학교 다닐 때 들었던 과목중에 ’정신건강’과 관련된 과목을 참 재미있게 들었었는데, 이상하게도 심리학을 다루는 책은 거의 보지 않았었다. 
찔리는 구석이 많아서 그런가..이런 책을 통해서 평소에 내가 느끼고 있는 내 문제점들을 지적받게되지는 않을까하는 두려움(?)이 좀 있는지라..

 그래도 방송을 통해서 송형석 선생님을 보다 친근하게 생각하게 되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는 책이기에 호기심 차원에서 한 번 읽어보게 되었다. 

 결론은 조금 위로가 되었다고 할까? 책 속에 제시되어 있는 수 많은 사례들-그 중에는 이해하기 힘든, 조금은 멀리하고픈 성격의 소유자분들도 계시긴 했지만 - 에 등장하는 사람들을 보고 나니 내가 평소에 느끼는 나의 까칠함의 경우엔 내 스스로 좀 자제를 한다면 어느 정도 컨트롤이 되지 않을까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나 정도면 그리 심각한 건 아니구나 싶은 자기 합리화도 좀...하게 되었고..

 책 속에는 참 다양한 사례들이 등장한다. 그래서 심리학이라는 전문분야를 다루고 있는 책이라는 거부감을 읽는 내내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말 그대로 편안하게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점이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이 아닐까 한다. 너무 평이한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할까? 약간은 전문적인 이야기를 좀 해주셨어도 좋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끝무렵에 살짝 들었다. 

 심리학이란 흔히 여기길 사람의 마음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을 궁금해 할 경우엔 너무나도 유용한 학문인 것 같지만, 내 마음을 숨기고 싶을 땐 너무나도 불필요한 학문이 아닌가 하는, 그런 이중적인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상황에 따라서 이러한 책들을 멀리하기도, 가깝게 두기도 하는데 결론은 이러한 책은 그저 '참고사항'일 뿐이라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나 자신의 마음가짐이니까..

 읽기전이나 읽으면서는 참 여러 생각을 했었지만, 읽고 나니 역시 조금은 위로가 되는 책이었다. 약간은 마음을 다잡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유익한 책이었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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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 박경리 시집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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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집의 제목과는 다르게, 어쩌면 조금 죄송하게도 나에게 있어 박경리 선생님의 이름은 어떤 의무감을 떠올리게 한다. 토지를 어서 빨리  다 읽어봐야 한다는. 
 

 고등학교 때 교과서를 통해 처음 접하게 된 소설 '토지'는 여느 문학 소설들과 크게 다르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때는 어떤 소설이든, 어느 시이든 내게는 다 시험 범위 중 하나였고,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외워야만 하는 것들이었으니까. 

  

그러다 문학을 시험 범위가 아니라 내가 정말 원해서 보게 되면서부터는 소설 한편 한편이, 시 한편 한편이 다르게 느껴지게 되었다. 건성건성으로 읽던 것을 그만두고 읽으면서 좀 더 많은 것을 느껴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 중심점에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가 있다. 한 편의 소설 속에 우리네 역사와 문화 등을 거침없이, 솔직하고 진솔하게 담고 있는 소설. 소설을 소설로써 평가할 수 없는 우리의 문화유산과 같은 소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렇게 대단하다 느끼는 소설을 아직까지도 완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시작을 이 책으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에 읽기 시작한 '아리랑'이나 '한강'은 완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생각 속에 머물던 '토지' 완독을 목표로 하고 있던 중에 박경리 선생님께서 돌아가셨다는 뉴스를 보게 되었다. 누군가의 죽음은 늘 마음 한 켠이 싸해지게 마련이지만 박경님 선생님의 소식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기에 그 놀라움과 아픔이 더 컸었다. 

 
 후에 박경리 선생님의 유고 시집이 나온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제목부터 박경리 선생님의 평소 생활을 짐작해 볼 수 있는 이 시집. 읽어야겠다고 마음 먹은 건 상당히 오래전인데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오랜만에 읽는 시집이고, 박경리 선생님의 유고 시집이기에 조금은 긴장된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책 속에 담긴 시집들은 제목과 같이 참 마음이 편안해 지는 내용이었다. 표현이 적당할는 지 모르겠는데 구수한 느낌이랄까. 읽으면서 괜스레 아주 오래전의 기억을 더듬게 되고, 어린 시절 친구들 혹은 부모님과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되었다. 

 
 같은 한국어를 쓰는데도 쓰는 사람에 따라 참 풍기는 느낌이 다르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글로써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토닥거려 줄 수 있는지도. 

 
 한국적인 정서를 글로써 가장 잘 표현해내시는 분 중에 한 분이 아마 박경리 선생님이 아닐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이 분의 새로운 글들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새삼 안타까웠다. 그래도 이 분께서 남겨주신 글들이 있으니 이제는 미루지 말고 조금씩이라도 읽어봐야겠다. 어떤 의무감에서가 아니라 읽고 싶다는 마음에서.

 



 

육신의 아픈 기억은

쉽게 지워진다

그러나

마음의 상처는

덧나기 일쑤이다

떠났다가도 돌아와서

깊은 밤 나를 쳐다보곤 한다

나를 쳐다볼 뿐만 아니라

때론 슬프게 흐느끼고

때론 분노로 떨게 하고

절망을 안겨 주기도 한다

육신의 아픔은 감각이지만

마음의 상처는

삶의 본질과 닿아 있기 때문일까

그것을 한이라 하는가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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