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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전쟁 (30만부 돌파 기념 특별 합본판)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8월
평점 :
김진명 작가의 책 중에 가장 먼저 읽은 책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였다.
아는것도 별로 없지만 그냥..좀...감수성이 풍부하고, 지금보다 훨씬 빠르게 끓어오르곤했던 10대의 나이에 처음 읽었던 이 책은 여러 모로 충격적이었다.
소설이라는 걸 그때는 감안을 하지도 못했지만, 아마 감안했더라도...느껴지는 안타까움, 분노, 슬픔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때부터 김진명의 소설들은 좀 특별했다.
소설인데, 읽으면서 자꾸만 현실을 반영해서 보게되고...소설이 더 현실같은 느낌이 너무 짙게
드는 작품들..
가장 최근에 읽었던건 "글자전쟁"이었는데 그 책도 뭔가..소설인데 현실을 보는듯하고,,이것이
현실일 수도 있다하는 생각을 자꾸만 하면서 봤었다는..
비엔나. 세계은행의 특별조사요원으로 파견된 변호사 김인철.
예고없이 파견된 그로 인해 심기가 불편했던 비엔나의 세계은행 총재 슈나이더는 첫만남에서
김인철에게 강한 인상을 받는다. 그리고 그의 일을 전적으로 돕고자한다. 그래서 소개해준 사람 요한슨. 괄목한 만한 환차익을 올려 핫머니 시장에서 이름을 날리고, 비엔나의 떠오르는 투자회사를 대표하는 대표 펀드매니저. 자금 유용 및 세탁을 조사하러 온 김인철에게는 가장 반가운
지원군이었다.
김인철, 슈나이더, 요한슨의 유쾌했던 저녁시간이후. 약속한 시간에 요한슨을 찾아간 인철이
목격한 것은 요한슨의 자살이었다. 유서 한 글자없는 그의 죽음에 의문을 품던 인철은 이내 요한슨의 죽음 뒤에 거대 자본의 음모가 있음을 알게 된다. 거대자본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추측하는 과정에서 인철은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중심에 서게 된다.
자극적인 사건 특히나 누군가의 죽음으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건 뭔가..김진명 소설의 트레이드마크같다. ㅎㅎ그 죽음이 덮힐 뻔 했던 사건을 밝히게 되는 시작점이 된다니 좀 묘한듯 하지만.
이 이야기도 어쩌면 요한슨이란 인물이 죽었고, 그 죽음의 곁에 김인철이라는 뛰어난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단순히 투자 실패 등으로 인한 비관 자살로 마무리 지을 이야기가 커다란 사건의 시작이 되는 것이다.
조사과정에서 인철이 알게 된 최이지. 그녀는 비엔나의 국제원자력기구에서 핵물질 감독관 일을 하고 있었다.
우연히 습격당한 인철을 구하고 인연이 이어지게 된 여인. 그녀는 비록 글이었지만 글자를 통해서도 매력이 철철느껴지는 캐릭터였다. 그녀가 하는 말들은...너무 리얼해서 뜨끔하기도 하고, 좀..고쳐졌으면하는 이야기들이 많은..
책 속에는 실존하는 인물들의 이름이 그대로 나온다.
트럼프, 시진핑, 푸틴, 김정은, 문재인..
풍계리 핵실험장, 수소폭탄, 워룸.
보면서 중간중간 한숨이 나온건..정말..지도자라 불리는 사람들 머리속에..뭐가 들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누구를 위해서..무엇을 위해서...산이 흔들릴 정도의 수소폭탄에 열을 올리고, 갖은 핑계로 전쟁을 하려하고..
누군가의 목숨 따위는 생각도 하지 않는..왜..그런 사람들이 지도자층에 속해 있는 걸까..
그리고 조금 슬펐다. 예전부터 친구들과 얘기할 때 우스겟소리로 한 이야기가 우리나라는 참 주변국가 복이 더럽게 없다였다. 머나먼 옛날 부터 한쪽에선 선진문물을 전수해주면 그 대가로 매번 침략이나 받고, 한쪽에선 매번 와서 고개를 숙여라...아버지처럼 섬겨라..그런 나라들만 주변에 있으니..어쩜이렇게 복이 없을까그랬다.
그런데 이제는 남과 북으로 쪼개져있고, 북쪽은 중국과 러시아가 남쪽은 미국이..틈만나면 내것으로 만들려고 혹은 이용해 먹으려고 하고 있으니..함께 잘 살자가 아니라 우리나라만 잘 살면 그만이라는 강대국 틈에서 그래도 대견하게 잘 버티고 있다고해야할까..정말..짠한...대한민국이다.
중립외교. 어쩌면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버텨왔고, 앞으로도 잘 살아갈 방법은 중립외교가 아닐까 싶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쉽지 않은 나라들 사이에서.
지금처럼. 혹은 지금보다 더. 눈치보지 않고. 우리 식대로. 더 잘 살기 위해서는.
보면서 한숨, 슬픔과 더불어 중간중간...당연히..화도 났다.
우리나란데..우리나라 사람이 살고있는 우리땅인데. 남도 북도. 다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땅인데. 단지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몇몇 사람들의 결정으로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어이가 없고, 화가 났다. 소설인걸 또 잊고 화를 내게 된다는..
실명이 쓰여져서 그런지 감정몰입이 더 잘되서;;;
이노무!!! 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하면서 봤다.
단지. 정말 단지...중국을 이기고 더 부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아무 죄없는 북한, 남한을
전쟁의 대상으로 삼는다는게...비록 소설이지만 화가 났다.
어쩌면 이게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닐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미국의 슬픈 운명까지는 알고 싶지 않다.
어느 나라나 슬픈 운명의 끈조각 하나 혹은 그 이상을 갖고 있을테니까.
그렇다고해서 어느 나라도 쉽사리 전쟁을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운명이라면.
정말 운명이라면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개척을 해야하는게 맞지 누군가의 희생으로 그걸 견디어 내는건 옳지 않을
테니까.
아오..소설인데..역시...객관화가 안된다. ㅠ_ㅠ
보다보면..저..깊은 곳에서부터 잊고있던 애국심이 막..목밑까지 치밀어 올라서..
도대체가 이해되지 않는 지도자란 사람들의 마인드에 화가나서.
전쟁, 경치, 경제를 다루고 있는데 그 속에 "국민"은 없는거 같아서 ㅠ ㅠ
초반 최이지가 김인철과 대화하는 장면에서 아래와 같은 글이 나온다.
"요즘 한국을 보면 모든 면에서 다 찢어져 있어요. 친미와 친중으로, 보수와 진보로, 영남과 호남으로, 노인과 청년으로. 그리고 무엇보다도 안타까운 것은 사회에 가치관이 없다는 거예요.
그러다보니 모든 사람이 돈에 얽매여 있어요. 돈이 제일이다, 돈 없으면 죽는다.
한국은 돈을 많이 벌수록 더 황폐하고 위험해지만 해요. "
많이 와닿는 말이었다. "갈등"이라는 단어를 많이 생각하지 않고 살았었는데,
요즘 뉴스를 보면 "갈등"의 형태가 정말 사회 곳곳에서 보여지는거 같아서 답답할 때가 많으니까..
예전부터 느끼는거지만 김진명씨의 소설을 읽고 나면 읽는 동안에도, 읽은 후 한동안..
마음이 참 심란해진다. 근데! 그럼에도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김진명의 소설을 읽으니 옛날 생각도 나공 ㅎㅎ 다른 책들도 좀 꺼내볼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