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무죄
다이몬 다케아키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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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무죄라는 조금은 묵직한 제목과는 다르게 표지가 참 어여쁘고, 책도 작고 귀엽다.

ㅎㅎ 반면에 읽기 시작하고선 다 읽을 때까지 책을 놓기가 어려웠다. 간만에 흡입력

쫙쫙이라 읽으면서도, 읽고나서도 기분좋았던. 책의 내용과는 다르게!

21년 전 유아연쇄납치사건이 일어난다. 납치된 아이는 셋, 한 아이는 죽어서 발견됐고,

한 아이는 실종되었으며, 한 아이는 살아돌아왔다. 유력한 용의자(히라야마 사토시)는

명백한 증거와 자백으로 무기징역 선고를 받았다.

마쓰오카 지사는 21년 전 납치되었다 살아 돌아온 아이였다. 밤마다 21년 전 괴물에게서 도망치는 악몽으로 비명과 함께 깨어나지만 꿋굿하게 이겨내고 변호사가 되었다. 그리고 무죄를 주장하는 히라야마의 변호를 받는다.

이야기는 유아연쇄납치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그래서 언뜻 범죄의 진범을 잡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지만, 아니었다. 진범찾기는 하고 있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 느낌?

"경찰의 정의는 범인을 체포하는 것, 검찰의 정의는 재판에서 지지 않는 것, 내가 있던 법원의 정의는 안정성. 딱 잘라 말해 전부 그 하나만으로는 아무 의미도 없어. 변호인의 정의도 마찬가지야.

모두가 정의에 매몰되는 바람에 무고하고 약한 사람만 눈물을 흘려. "

소설 속 인물이 하던 말. 왠지 핵심같기도 하고...

여전히 악몽에 시달리는 마쓰오카 지사. 그녀는 자신이 당한 범죄의 가해자를 변호하면서 매일밤 꾸는 악몽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만약 히라야마가 진범이 아니라면 자신은 평생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할 테니까.

히라야마가 재심을 받게 되면서 등장하게 되는 이마이와 아리모리. 둘은 21년 용의자였던 히라야마를 심문하고 자백을 받아낸 형사다. 당시 히라야마에게 자백을 받기 위해 선을 넘었던 그들의 행동이 이마이의 고백을 통해 드러나게 되고, 히라야마는 마침내 무죄로 풀려난다. 이마이의 고백으로 전세는 역전된다.

유아납치살해범이었던 히라야마는 원죄(억울하게 뒤집어 쓴 죄)의 피해자가 되었고, 이마이와 아리모리는 힘없는 사람을 범죄자로 가해자가 되었다. 경찰의 신뢰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모든것이 해결되었고, 억울한 누명을 쓴 히라야마는 풀려났다. 그럼에도 마쓰오카 지사는 히라야마라는 히라야마에 대해서 고민한다. 그가 정말 자신에게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그는 정말 무죄일까. 그리고 마침내 그가 무죄로 풀려나고 단 둘이 있게 되었을때 속삭이듯이 한 말.

"고마워, 나같은 살인자를 무죄로 만들어줘서".

마쓰오카 지사는 히라야마의 말을 들은 후 모든 것이 부정당하는 기분이었다. 그가 만약 무죄가 아니라면, 자신은 무슨 짓을 한 것일까? 혼란스러울뿐이다. 모든걸 그만두고 싶다. 잠을 잘 자지 못해도 살아가고 있으니, 여기서 진범 찾기 등 모든걸 포기하자! 그 순간 운명은 마쓰오카 지사를 진실의 코앞으로 끌어당긴다.






저자 다이몬 다케아키는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았다. 정말 만나서 반가워~말하고픈 ㅎㅎ

억울하게 뒤집어 쓴 죄를 가르키는 "원죄"라는 단어는 낯선 단어였다. 뉴스에서 가끔 잘못된 판정으로 억울하게 감옥살이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지만 흔한 경우가 아니다보니..그런 뉴스를 볼 때마다 저사람의 인생은 누구에게, 어떻게 보상 받을까..정부에게

피해보상을 받는다고해도, 고작 현금따위로.. 돌이킬 수 없는 세월에 대해서는 어찌한단말인가..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렇게 소설로 보여진 건 이 책이 처음인 듯 싶다.

2009년 사형 제도와 원죄를 다룬 "설원"으로 데뷔했다고 하는데 이 책부터 찾아봐야 할 듯하다. 오랜만에 정말 한밤중에도, 피곤함에도 끝을 보고 싶은 기분좋은 독서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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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전쟁 (30만부 돌파 기념 특별 합본판)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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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명 작가의 책 중에 가장 먼저 읽은 책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였다.

아는것도 별로 없지만 그냥..좀...감수성이 풍부하고, 지금보다 훨씬 빠르게 끓어오르곤했던 10대의 나이에 처음 읽었던 이 책은 여러 모로 충격적이었다.

소설이라는 걸 그때는 감안을 하지도 못했지만, 아마 감안했더라도...느껴지는 안타까움, 분노, 슬픔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때부터 김진명의 소설들은 좀 특별했다.

소설인데, 읽으면서 자꾸만 현실을 반영해서 보게되고...소설이 더 현실같은 느낌이 너무 짙게

드는 작품들..

가장 최근에 읽었던건 "글자전쟁"이었는데 그 책도 뭔가..소설인데 현실을 보는듯하고,,이것이

현실일 수도 있다하는 생각을 자꾸만 하면서 봤었다는..

비엔나. 세계은행의 특별조사요원으로 파견된 변호사 김인철.

예고없이 파견된 그로 인해 심기가 불편했던 비엔나의 세계은행 총재 슈나이더는 첫만남에서

김인철에게 강한 인상을 받는다. 그리고 그의 일을 전적으로 돕고자한다. 그래서 소개해준 사람 요한슨. 괄목한 만한 환차익을 올려 핫머니 시장에서 이름을 날리고, 비엔나의 떠오르는 투자회사를 대표하는 대표 펀드매니저. 자금 유용 및 세탁을 조사하러 온 김인철에게는 가장 반가운

지원군이었다.

김인철, 슈나이더, 요한슨의 유쾌했던 저녁시간이후. 약속한 시간에 요한슨을 찾아간 인철이

목격한 것은 요한슨의 자살이었다. 유서 한 글자없는 그의 죽음에 의문을 품던 인철은 이내 요한슨의 죽음 뒤에 거대 자본의 음모가 있음을 알게 된다. 거대자본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추측하는 과정에서 인철은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중심에 서게 된다. 

 

 

자극적인 사건 특히나 누군가의 죽음으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건 뭔가..김진명 소설의 트레이드마크같다. ㅎㅎ그 죽음이 덮힐 뻔 했던 사건을 밝히게 되는 시작점이 된다니 좀 묘한듯 하지만.

이 이야기도 어쩌면 요한슨이란 인물이 죽었고, 그 죽음의 곁에 김인철이라는 뛰어난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단순히 투자 실패 등으로 인한 비관 자살로 마무리 지을 이야기가 커다란 사건의 시작이 되는 것이다.

조사과정에서 인철이 알게 된 최이지. 그녀는 비엔나의 국제원자력기구에서 핵물질 감독관 일을 하고 있었다.

우연히 습격당한 인철을 구하고 인연이 이어지게 된 여인. 그녀는 비록 글이었지만 글자를 통해서도 매력이 철철느껴지는 캐릭터였다. 그녀가 하는 말들은...너무 리얼해서 뜨끔하기도 하고, 좀..고쳐졌으면하는 이야기들이 많은..

책 속에는 실존하는 인물들의 이름이 그대로 나온다.

트럼프, 시진핑, 푸틴, 김정은, 문재인..

풍계리 핵실험장, 수소폭탄, 워룸.

보면서 중간중간 한숨이 나온건..정말..지도자라 불리는 사람들 머리속에..뭐가 들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누구를 위해서..무엇을 위해서...산이 흔들릴 정도의 수소폭탄에 열을 올리고, 갖은 핑계로 전쟁을 하려하고..

누군가의 목숨 따위는 생각도 하지 않는..왜..그런 사람들이 지도자층에 속해 있는 걸까..

그리고 조금 슬펐다. 예전부터 친구들과 얘기할 때 우스겟소리로 한 이야기가 우리나라는 참 주변국가 복이 더럽게 없다였다. 머나먼 옛날 부터 한쪽에선 선진문물을 전수해주면 그 대가로 매번 침략이나 받고, 한쪽에선 매번 와서 고개를 숙여라...아버지처럼 섬겨라..그런 나라들만 주변에 있으니..어쩜이렇게 복이 없을까그랬다.

그런데 이제는 남과 북으로 쪼개져있고, 북쪽은 중국과 러시아가 남쪽은 미국이..틈만나면 내것으로 만들려고 혹은 이용해 먹으려고 하고 있으니..함께 잘 살자가 아니라 우리나라만 잘 살면 그만이라는 강대국 틈에서 그래도 대견하게 잘 버티고 있다고해야할까..정말..짠한...대한민국이다.

중립외교. 어쩌면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버텨왔고, 앞으로도 잘 살아갈 방법은 중립외교가 아닐까 싶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쉽지 않은 나라들 사이에서.

지금처럼. 혹은 지금보다 더. 눈치보지 않고. 우리 식대로. 더 잘 살기 위해서는.

 

 

 

 

보면서 한숨, 슬픔과 더불어 중간중간...당연히..화도 났다.

우리나란데..우리나라 사람이 살고있는 우리땅인데. 남도 북도. 다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땅인데. 단지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몇몇 사람들의 결정으로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어이가 없고, 화가 났다. 소설인걸 또 잊고 화를 내게 된다는..

실명이 쓰여져서 그런지 감정몰입이 더 잘되서;;;

이노무!!! 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하면서 봤다.

단지. 정말 단지...중국을 이기고 더 부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아무 죄없는 북한, 남한을

전쟁의 대상으로 삼는다는게...비록 소설이지만 화가 났다.

어쩌면 이게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닐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미국의 슬픈 운명까지는 알고 싶지 않다.

어느 나라나 슬픈 운명의 끈조각 하나 혹은 그 이상을 갖고 있을테니까.

그렇다고해서 어느 나라도 쉽사리 전쟁을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운명이라면.

정말 운명이라면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개척을 해야하는게 맞지 누군가의 희생으로 그걸 견디어 내는건 옳지 않을

테니까.

아오..소설인데..역시...객관화가 안된다. ㅠ_ㅠ

보다보면..저..깊은 곳에서부터 잊고있던 애국심이 막..목밑까지 치밀어 올라서..

도대체가 이해되지 않는 지도자란 사람들의 마인드에 화가나서.

전쟁, 경치, 경제를 다루고 있는데 그 속에 "국민"은 없는거 같아서 ㅠ ㅠ

초반 최이지가 김인철과 대화하는 장면에서 아래와 같은 글이 나온다.

"요즘 한국을 보면 모든 면에서 다 찢어져 있어요. 친미와 친중으로, 보수와 진보로, 영남과 호남으로, 노인과 청년으로. 그리고 무엇보다도 안타까운 것은 사회에 가치관이 없다는 거예요.

그러다보니 모든 사람이 돈에 얽매여 있어요. 돈이 제일이다, 돈 없으면 죽는다.

한국은 돈을 많이 벌수록 더 황폐하고 위험해지만 해요. "

많이 와닿는 말이었다. "갈등"이라는 단어를 많이 생각하지 않고 살았었는데,

요즘 뉴스를 보면 "갈등"의 형태가 정말 사회 곳곳에서 보여지는거 같아서 답답할 때가 많으니까..

예전부터 느끼는거지만 김진명씨의 소설을 읽고 나면 읽는 동안에도, 읽은 후 한동안..

마음이 참 심란해진다. 근데! 그럼에도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김진명의 소설을 읽으니 옛날 생각도 나공 ㅎㅎ 다른 책들도 좀 꺼내볼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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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1
미나토 가나에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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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참 일본 소설에 빠져서 밤새 읽던 시절에 미나토 가나에라를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다. "고백"이라는 책이었는데 해바라기가 예쁘게 그려져있는 표지가 예뻐서 봤다가 정말 페이지를 다 보도록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한. 충격적이기도 했고. 재밌기도 했고(내용상 재미란 표현이 적절하진..않은듯하지만; )

어린 나이가 갑자기 사망한 딸이 사고사인줄 알았는데 살해사건이란 걸 알고 스스로 복수를 하고자하는 엄마의..무섭고...슬픈이야기. 책 속에 등장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은 이해불가의 모습들이 많긴하지만 현대의 아이들과 많이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씁쓸하기도 한 책이다.

 

 

 책과 영화의 내용을 비교와 상상해가면서 보는 즐거움이 있으니 혹시라도 못보신분들은 시간나실때 보시면 좋을 듯하다. 책은 오래전에 봤지만 워낙 인상깊어서 내용을 잊지 않고 있었고, 영화는 조각들을 보고 나서 고백이 생각나서 어제 봤는데 뭔가 새로웠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 책이었기에, "고백"이란 하나의 작품으로 너무 깊은 인상을 남긴 작가분의 신작이라고하여, 어머나 이것은!!! 이라며 ㅎㅎ 꼭!! 꼭!! 봐야한다!! 라고 보게 된 "조각들"


이 작품은 "미용"에 대한 이야기 이다.

 

당신이 가지고 싶은 '아름다움' 그리고 '행복'은 누구의 눈을 통해 본 것입니까?

 

'아름다움=행복'이라는 생각을 순간적으로 하게 되는 문장이었다.

살면서 아름다우면 좋겠다라는 생각은 종종했지만 그게 곧 행복이다라는 생각은 많이 안해봤기 때문에, 처음 이 문장을 봤을 때 약간 멈칫했었다.


 내가 주변에서 보는 어여쁜 사람들, 남녀노소를 통틀어서 누가봐도 우와소리 나오는 조각같이 잘생긴 사람들을 보면서부럽다고 종종 생각했었는데. 내가 과연 저사람들은 다 행복하겠다라고 생각해본적이 있었을까.

나는 행복의 조건 중에 "아름다움"을 포함하고 있었던가? 만약 아니라면 너무나도 당연하다 생각해서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가..


 어느 날 한 소녀가 사망한다. 수 많은 도넛이 주변에 깔린채로.

소녀는 왜 죽어야했을까.


 이야기는 소녀의 죽음을 던진 후에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외모지상주의'에 갇혀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야기의 전개는 "고백"에서 처럼 각자의 입장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한다. 일기같기도 하고, 나에게 직접 말을 거는것 같기도 하고, 가끔은 내가 이사람들의 대화 속에 함께 하는 듯하다.

미나토 가나에의 소설은 특이하다. "고백"에서 처음 느꼈던 그 신선함. 조각들에서도 비슷한 느낌이 났다.

그런데 등장인물들이 달라지면서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백"이나 "조각들"에서나  안타까운 이야기를 하고 있다.


 희생된 소녀와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기적인 마음들.  

 

 

사망한 아이는 기라 유우. 아이는 뚱뚱하다는 시선을 받는 아이였지만 새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고, 친엄마와의 행복했던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귀엽고 활기찬 아이였다.

자신이 좋아하는 도넛을 주변사람들과 함께 나누려고도 하는 마음 따뜻한 아이이기도 했고.


 그런데 안타깝게도 유우 주변에는 좋은 어른이 없었다.

아이를 아이 그대로 보거나 아이의 마음에 대해서 알려고 하는 어른은 없었다.

본인의 경험에서, 본인의 기억에서..그러니까 오로지 본인의 입장에서 유우를 판단하고

그 아이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어른들 뿐이었다.

나이를 먹으면 다 어른이 되어가지만 좋은 어른이 되는건 정말 어려운 일이란걸 새삼...알게 되었다.


주변 어른들이 유우를 걱정하고, 유우의 새엄마를 비난했던건 오로지 유우의 뚱뚱한 몸 때문이었다. 왜 단 한사람도 유우와 진정한 대화를 하지 않고, 자신만의 기준으로만 판단하려 했을까..

하다못해 그녀의 가족들,  학교 선생님까지도..누구하나 이 아이의 마음에 대해서 알아보고했다면..아이는 그렇게 가지 않았을텐데.


 처음엔 유우 주변의 어른들을 비난했었다. 왜저렇게 본인 입장에서만 판단하려할까..그런데 객관적으로 내 눈앞에 친모가 아닌 사람과 살고 있는 아이가 걸음이 힘들정도로 살이 찐 상태라고 하면. 나는 그 아이가 제대로 돌봄을 받고 있다고 생각할까 아니면 아동학대를 당하고 있다고 생각할까. 잠깐만 생각해도 나는 후자에 손을 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저렇게 살이 찌도록 방치하는 것도 학대다..라고 내가 그동안 받아온 교육 등을 근거로 판단하고, 비난할것이다. 나도 아마 그런 어른이겠지.


어쩌란 말이냐 이거지. 결국 학교뿐 아니라 세상 전반이 어필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걸로 사람을 판단하게 돼.

그래, 외모. 미인이야, 아니냐. 잘생겼나, 못생겼냐. 키가크냐, 작냐. 날씬하냐, 뚱뚱하냐. 있는 그대로가 개성이 되면 또 몰라도 홑꺼풀은 애교가 없다는 둥, 못생긴 애들은 성격이 나쁘다는 둥,

뭐, 이건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 외모로 성격까지 단정

짓는 경우가 있잖아?


 책 속에 나오는 문구다. 과연 저 물음에 니가 틀렸어! 라고 외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조금, 아니 좀 많이. 묵직하고, 답답함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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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남희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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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비슷한 시기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두 권이나 연달아 읽었다.

워낙 좋아하는 작가고 아직까지 크게 실망한 적이 없어서 연달아 읽어도 즐거웠다는.

먼저 읽은 "내가 그를 죽였다"는 결말에 살짝 아쉬움이 있었지만 읽는 동안은 즐거웠고,

나중에 읽은 "숙명"은 결말에 이를때까지 정말 재밌었다.


 유사쿠는 차가 달려가는 것을 보고 있었다. 차가 문을 나서기 직전

그 소년이 뒤돌아 그를 보았다. 그 장면은 한 장의 사진처럼 유사쿠의 뇌리에 강하게 새겨졌다.


 이야기가 시작되는 "서장" 의 끝 부분이다.

초반에 읽을때는 몰랐지만 다 읽고 나니 서장의 내용이 이야기 전체를 압축시켜놓은 듯했다.

그리고 표지의 두 아이의 모습이기도 했다. 알고 보니 참..새삼 감탄스러웠다는..


"의사하고 기업은 서로 적입니다.

 기업은 사람의 몸에는 관심이 없어요.

그걸 무시하면서 번창해 가는 거죠.

의사는 죽을힘을 다해 그 뒤처리를 하고 있어요.

불도저로 깔아뭉갠 잔디를 하나하나 다시 심는 마음으로요. "


UR전산 주식회사의 장남이지만 아버지의 뒤를 잇지 않고 의사가 된 아키히코.

의사와 기업은 서로 적이라 말하는 그는 아버지의 비서였던 미사코와 첫 만남에서 그녀에게

반한 듯했다. 한 달에 한 번 꼴로 데이트를 하던 중 아키히코는 미사코에게 청혼했고 싫지

않았기에 미사코는 그와 결혼한다.


" 이 사건은 내 사건이다. 내 청춘이 걸려 있다. "

 

의사를 꿈궜지만 연이은 불행에 꿈을 접고 아버지의 뒤를 이어 형사가 된 유사쿠.

유사쿠에겐 평생 잊지 못하고 지낼 두 명의 사람이 있었다.

동급생으로 만났지만 여러 면에서 앞지르지 못하고 매번 유사쿠를 좌절하게 했던, 

끝까지 이기고 싶었지만 이기지 못했던 남자아이.

우연히 만났지만 점차 가까워지고 사랑하게 되고..어쩌면 평생을 같이 하고 싶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헤어져야했던 여자아이.

기억 속에 잊지 못하고 살아가던 중 살인사건 수사 중에 두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된다.


"보이지 않는 실이 아닐까. 그 실이 아직 존재하고 있어서

지금도 내 인생을 조종하는 게 아닐까.."


평범한 듯 한 삶을 살고 있었지만 우연을 가장해서 이어지는 행운에 문뜩 불안감을 느꼈던 

미사코.

본인의 학벌이나 성적으론 불가능할 거라 여겼던 대기업에 보란듯이 취직이 되었고, 회장의

아들과 만나게 되어 재벌가의 며느리가 되었다. 모두들 그녀를 신데렐라라 불렀지만 그녀는

내심..이런 우연한 행운이 불안하기만 했었다.


 아키히코의 아버지가 지병으로 사망하자 UR전산의 대표이사는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다.

순번처럼 자연스럽게 회사의 대표이사 자리를 이었고 문제는 없었다.

그런데 대표이사가 아키히코 아버지의 유품 중 하나였던 석궁에 의해 살해 된 채로 발견된다.

사건 해결을 위해 경찰이 투입되었고 그로 인해 만나게 된 아키히코, 유사쿠, 미사코.


 소설 속 중요 사건은 새 대표이사의 살인사건이었는데 그보다 더 흥미를 유발하는 건 세 사람의 관계였다. 정확히는 과거로부터 이어온 관계. 셋 중 누구도 상상 못했던.

그 뿌리는 상당히 깊었다. 셋이 태어나기 전에 일어났던 일들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었고,

이는 셋을 불행하게 하고 있었다.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는 특이하게도 데뷔 전엔 이공계 출신의 엔지니어였다.

그래서 그의 작품 중에는 단순히 누군가를 죽이고 범인을 찾는 살인사건 외에도 이공계에서나(?) 가능한 소재들이 종종 등장해서 극의 즐거움을 더하는데 이 작품에서도 작가의 특이한 이력이

빛을 발한다. 이전 작품들 중에서도 등장했던 소재이긴 하지만 매번 다른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어서 흥미롭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일들 속에 누군가의 삶이 다뤄진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기계적인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인간관계를 참 따뜻한 시선에서 바라보게 한다는게

이분의 장점인 듯 하다.  


 유사쿠의 집요한 노력으로 사건은 해결되었다.

그런데..사건 이후에 세 사람이 남았다. 아마 이 책을 읽은 분이라면 누구라도..

살해된 사람이나 용의자, 범인에 대한 부분보다 이 세사람에 대해서 더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아키히코에게 마음이 쓰였다.


" 나 이외의 사람이 내 인생을 정하는 건 딱 질색이야.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은 대로 할 뿐이야."

어쩌면 평범해 보이는 저 문장이. 아키히코에게는 다른 의미였을거 같아서.


 비록 소설이지만, 사건 이후에 아키히코, 유사쿠, 미사코가. 이후에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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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페스트 (양장) - 1947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알베르 카뮈 지음, 변광배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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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의 페스트. 너무나도 유명한 책이었기 때문에 정독을 해 본적은 없었지만 

 이미 내용을 여기저기에서 주섬주섬 들어서 알고 있는 책이었다.

아마 페스트를 아는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직접 읽었기보다는 주섬주섬...

알음알음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그렇기 때문인지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책이었다.

내용은 언뜻 알고있고 왠지 쉬운 책은 아니지 않을까 싶어서.

그렇게 살짝 외면하던 책이었는데 최근 TV프로를 통해서 이 책에 대한 강의(?)를 보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재 페스트 같은 코로나19가 악마처럼 퍼지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다.

그래서 보게 된 책은 시작부터 뭔가 재난이 적나라하게 보여지고 있었다.

보이지 않던 쥐들이 사람들의 눈에 띄기 시작한 것. 죽은 쥐가 보이기 시작한 것.

사람들은 이를 "배고픔"때문이라 생각했다. 심지어 죽은 쥐들이 가득한 궤짝을 팔에 낀 역원의 모습을 보고서도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무심히 지나가던 어느날 사람들은 문득 깨닫는다. 배고픔이 아니었구나하고.

안타깝게도 소설속에 보여지는 일반적인 모습들은 현실속 우리들의 모습이었다.

우리도 코로나19가 퍼지기 시작할 무렵에는 사스나 메르스 같은...낯선 질병이 퍼지고 있구나.

그렇지만 곧 잡힐것이다. 라고 생각했으니까. 코로나가 이렇게 지독할 줄은...모르지 않았을까..쥐가 배고픔때문에 잠시 보이는 거라고 생각하는 소설 속 사람들처럼, 계절이 겨울이라 독감같은 질병이 잠시 도는 거구나..라고..

"사실 재앙이란 항상 있는 일이지만, 막상 들이닥치면 사람들은

그것에 대해 생각하기 어려운 법이다.

세상에는 전쟁만큼이나 페스트가 많이 있었다.

하지만 페스트나 전쟁이 들이닥치면 사람들은 항상 속수무책이었다."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열병환자가 늘어나고, 진단을 하기 무섭게 사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페스트"를 떠올렸고, 곧 인정했다. 그리고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보면서 이게 소설인가 현실인가 싶었다. 왜이렇게...사실적이야..소름끼치게..

환자들은 격리됐고 감염이 의심스러운 사람들도 격리가 되었다. 오랑은 자체 격리가 되었다.

 사람들은 오랑이란 도시에 페스트와 함께 갇혔다.

물자는 부족해졌고, 해결책이 나오지 않아 걱정스럽고, 두려웠고, 화가났다.

누군가는 종교의 힘에 기대려했고, 누군가는 폭도가 되었고, 누군가는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나갔다. 책 속의 모습은 마치 2020년 현재 같았다. 그래서 무서웠고, 슬펐다.

뭐가 이렇게..현재같은거냐..라며 씁쓸해했다. 현실과 소설의 구분이 너무 명확해도 싫지만,

이렇게 너무 닮아도 싫..구나..라면서.

"살아 있는 자들의 사회는 죽은 자들의 사회에 밀릴 수밖에 없게 될까 봐 종일 근심하고 있었던 터였다. 이것은 자명했다.

물론 이 자명함을 안 보려고 하면서 눈을 가리고 이것을 항상 거부할 수야 있었지만,

이것은 항상 모든 것을 앗아 가고야 마는 끔찍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예컨대 사랑하는 사람들을 매장해야 하는 날 매장을 거부할 수 있는 방법이 있겠는가? "

작가분이..노벨문학상의 괜히 받은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정말 책을 읽으면서 많이 했다.

오래전에 쓰여진 문장인데, 어쩜 이렇게..게다가 외국분이 쓰신 글인데.

어쩜 이렇게 콕콕.. 찌르는지 ㅠ 현재의 상황과 맞아떨어져서 그런지 더더욱 글들이 아프게 다가왔다.

"구급차의 운행이 끝나면 줄을 지어 들것으로 날라다가 살짝 뒤틀린 벌거벗은 시신들을 거의 나란히 붙여 구덩이 밑바닥으로 미끄러뜨리고, 먼저 생석회로, 그다음에는 흙으로, 그것도 다음에 올 주인들의 자리를 마련해 두기 위해 어느 정도의 높이까지만 그것들을 뒤덮었다. "

불과 며칠전까지만해도 누군가의 소중한 부모님, 자녀, 형제자매..가족이었을 사람들이었다.

각자의 삶이 있었던..그랬던 사람들이 질병으로 인해 어이없이 생을 마감하고..그 마지막까지

 본인이나 가족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치러져야한다는게 소설이지만 기분이 나빴다.

더 우울한건 묘를 파는 인부가 페스트로 죽어가서 인력이 모자라지 않을까 했는데,

결코 인력이 모자라지 않았다는것. 페스트로 인해 모든 경제활동이 붕괴되어 일을

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다.

"빈곤이 공포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항상 보게 되었다."

종교적인 신념이 강했던 신부님의 신념까지 바꿔버릴 정도로 인상깊었던..

아무 죄없는 어린 아이가 페스트로 인해 고통받다 생을 마감하는 부분은 글인데도

가만히 읽기가 힘들었다.

왜냐하면, 지금 어디선가..분명히 현실인 이야기 일테니까.

그럼에도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았고,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성실하게 했다. 다른 사람들 탓하지 않았고, 포기하려 하지 않았다. 그럴 법한 위기가 여럿 있었음에도.

소설 속 글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조용히..그러나 엄청 강인했다. 정말 강인했다. ㅠ

엄청난 기승전결이 있는건 아니었는데, 그래서 더 인상깊었다.

며칠 전까지 이웃이었고, 가족이었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열병을 앓게 되고

순식간에 곁을 떠난다. 그런데 나는 그사람의 마지막을 멀리서나마 보지 못한다.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현재의 상황과 맞물려서 보는 내내 조금 힘들었다.

책에서는 끝이 났지만, 현실에서는 아직 진행중이다.

뉴스에서는 매일매일 신규 확진자에 대한 이야기, 전세계 코로나 감염인구, 사망인구가 숫자로 나열되서 나온다. 몇 십명이었던 시작에서 지금은 만단위가 넘어간지 오래다.

잠잠해지는 줄 알았던 질병은 잡초처럼 다시 불이 붙고 있다.

아직까지 희망적인 뉴스는 보지 못했다. 기대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소설 속 이야기처럼, 우리도 언제가는 아니 어쩌면 곧, 지금의 상황이 끝날 것이라고 믿는다. 빨리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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