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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는 언제나 맨얼굴이 된다 - 새하얀 밤을 견디게 해준 내 인생의 그림, 화가 그리고 예술에 관하여
이세라 지음 / 나무의철학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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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화가도, 모두가 좋아하고 아는 그림들도.

좋아는 하는데 아는게 많지 않아서 미술이란 단어를 쉽게 생각하지는 못하는 편이다.

그래도 미술관에서 가만히 작품을 보는건 좋아해서 작년까지만해도 시간이

되면, 기회가 되면 종종 미술관에 가곤했었다.

보고픈 전시회가 있었는데 미루고 미루다 결국 마지막날, 게다가 휴일에 한 번 갔다가 작품보다는 내 앞사람의 뒤통수를 더 많이 보고나서는 역시 전시회를 맘껏

보려면 평일이구나..했던 경험도 있었고.

가고 싶을 때, 갈 수 있을 때 가서 볼 수 있다는게 정말 행복한 일이었구나..하는 걸

올해 새삼 깨닫고 있다. 미술관도 그 중 하나다. 올들어서는 미술관에 한 번도 가

보지를 못했으니까. 3월이 지나면, 5월이 지나면..상반기가 좀 지나면..싶었던게

7월의 끝자락이다.

가끔 우울하고 가끔 짜증이 나지만 이렇게 책으로라도 접할 수 있는게 어디냐싶다.

"이세라"라는 작가분은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몰랐는데 꽤나 유명했던 분 같다. ㅎㅎ

기상청의 기상캐스터에서 연합뉴스TV의 기상캐스터로, KBS의 기상캐스터로

활동했고 2016년도부터는 "영화가 좋다"라는 프로를 3년간 진행하기도 했다.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 관련 프로를 찾아보기도 하는데, 진행자에는 별관심이 없어서 여전히..

몰랐다;;;

보통의 내가 가끔 TV에서 보는 젊은 기상캐스터분들은 예쁜 의상을 입고, 똑부러지게 날씨에

대해서 설명한다. 충분히 멋진 사람들인데 보여지는 것과는 조금 다른 면이 있는 것 같았다.

"오랫동안 나 자신을 "애매한 사람"이라 여기며 살아왔다. 10년 가까이 방송을 하면서도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했고, 말하는 일을 업으로 삼으면서도 자주 말에 환멸을

 느꼈다. 나를 더 적극적으로 '팔아야'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 자기 과시가 게임의 주요한

방식으로 통용되는 세계에서 나는 스스로가 낙오자 같았다. "

프롤로그의 첫 시작이었다. 보여지는 면 외에 다른 부분이 당연히 있을테니까..

보여지지 않았던 면을 볼 수 있는 책이겠구나싶었다.

 

목차를 보면 중간중간 작가명이 없는 부분이 있다.

이부분은 특정 작가에 대해서 다루는게 아니고, "이세라" 본인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마음대로 미술관에 가지 못하는 요즘, "대리만족"을 느껴보고자 선택했던 책이었다. 잠깐이나마 책 속에 칼라로 담긴 그림들을 보면서 홀로 쓰담쓰담하자고.

그래서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던 건데 그 가벼웠던 마음이 페이지를 넘길 수록 무게감이 조금씩 느껴졌다. 나로인한게 아니라 "이세라"라는 사람으로 인해.

 

 

학생시절, 보고싶어서가 아니라 과제 때문에 억지로 갔던 전시회장에서 보았던

그림들에 대해서는 기억이 흐릿하다. 열심히 보지 않았고, 기억할 생각조차..없이

친구들과 전시회장을 나가서 먹을 떡볶이 생각만 했었으니까. ㅎㅎ

누구의 그림인지도 잘 모르고 보던 그때 자화상을 볼 때마다 매번 들었던 생각이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들은 이렇게 본인의 모습을 사진이 아닌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으로 남길 수 있어서 좋겠다였다. 당시 내 눈엔 그저 다 잘 그린 작품들이었으니까. 

그런데 내가 원해서 갔던 전시회들에서 본 자화상은 모두가 잘 그린 작품들만 있었던건 아니었다. 다른이도 아니고 본인을 그리는건데...최대한 멋지게, 이쁘게 그리지 왜 이렇게

우울하게, 슬프게 그렸을까..마리 크뢰위에르의 부분을 볼 때가 한밤중 TV도 끄고 완전히 조용한 방에서 홀로 보고 있었는데 솔직히 그림을 보고 무서웠다 ㅠ

1889년과 1890~1891년 사이에 그려진 두 장의 자화상은 유명 화가의

아내이자 최고의 뮤즈의 여성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내면에 우울함만 가득차 있는 여성의 모습이다.

책을 읽지 않고 그림만 봤다면 그냥 우울한 여성이었구나하고 지나갔을 텐데,

놀랍게도 1980년의 자화상에서 그녀가 손에 붓대로 보이는 가느다란 물체를 쥐고 있다는 설명이 있다.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모를 흐리멍덩한 눈빛이지만, 마리는 그 순간에도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잊지 않는다.

내가 마리의 자화상에서 발견하는 건 좌절이나 체념의 마음이라기보다는

"나는 아직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강인한 의지다.

그런 마음은 결국 어떤 순간에도

다시 길을 찾게 만들고 삶을 지탱하는 보루가 되어준다. ".

이런건 정말 누군가의 설명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부분이니까. 이런 내용을 알게될때마다

흐뭇하다. ㅎㅎ1장 그림 앞에 서는 시간. 1장은 작가 스스로의 자기성찰(?) 같은 느낌이었는데, 시작이 좋았다.

2장 나의 모든 시작의 순간들. 2장은 좀 더 본격적으로 작가 본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영화 <브루클린>, 영화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이 부분은 작가나

 미술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없어서 살짝 옆길로 새는 느낌이긴 했지만 쉬어가는 코너처럼읽고

지나갈 수 있었다. 무엇보다 다음에 바로 "잭슨 폴록"이 나왔으니까. 예전에 연극 레드라는

작품을 보고나서 거기 주인공이나 그렇진 않았지만 관심 갖게 된 작가중에 한 분이다.

모범적인 삶을 살다 갔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분이 남기고 간 작품들은 힘이 느껴져서

 왠지 모르게 호감이 간다는; 기회가 된다면 꼭!!! 전시회에서 보고 싶은 작품 중에 하나다.

 

3장 다시는 망설이지 않겠다. 3장은 문장처럼 앞의 내용들을 조금...다짐??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자존심은 밥도 돈도 될 수 없지만 때로는 밥과 돈보다 더 소중한, 온몸을 던져 지켜내야 하는 어떤 것이 된다. 존엄을 갖춘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 동시에 타인이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돕는 것, 이 둘 모두가 우리에게는 똑같이 중요하다. "

4장 아름다운 날들은 언제라도 온다. 4장은 예상과는 다르게 작가분의 "아픔"에 대한 이야기가나온다. 이분의 개인사는 정말 몰랐던 부분이라 글을 통해 알게됐을 때는 좀...의외다 싶었다.

그러고나니 프롤로그에서 보았던 글들이 좀 더 이해가 되는 것도 같고.

책을 다 읽기 전까지는 다른 미술작품을 다루고 있는 책들처럼 "작품"에 대한 책인줄 알았다.

그래서 멋진 작품들, 알지 못했던 혹은 알았어도 잘 몰랐던 작가들에 대해서 알아가는 책이 되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초반에는 그게 아닌거 같아서 조금 실망도 했었다. 읽다 보니 작가분의 에세이네..싶어서 ㅎㅎ 그런데 그게 또 싫지가 않았다.

에세이란게 작가분 본인의 이야기를 하는거고..내 경험상(?) 좋은 얘기보다는

아프거나 슬픈 이야기가 더 많은거 같다. 그래서 뭔가 내 스스로가 우울하다 느낄 때는 찾아읽기 보다는 다음으로 미루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은 좀 으쌰으쌰???하게 되는 그런..부분이 있는거

같다.

중간중간 미술작품이 더해져서 눈도 즐겁고. ㅎㅎ

가볍게 읽기 시작했는데 묵직함도 있고, 눈호강도 하고. 마지막까지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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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의 아이들 - 부모를 한국으로 떠나보낸 조선족 아이들 이야기 문학동네 청소년 8
박영희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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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즐겨 보는 프로 중에 "위대한 탄생"이란 프로가 있다. 참가 멤버중에 가장 열심히 응원하고 있는 인물이 있는데, 바로 조선족 출신의 참가자 백청강이다. 처음엔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김경호의 음색을 지녔기에 관심을 가졌었는데,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나서는 이 사람이 보다 성공해서 멋진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응원하게 되었다. 
가족이 있음에도 부모님과 10년이 다 되도록 떨어져서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보고서 처음엔 의아했었다. 1, 2년도 아니고 어쩜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떨어져 지내는 걸까, 부모님은 무슨 이유로 아이와 그렇게 오랜 기간 떨어져 지내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이해하지 못했었다. 

 이 책은 제목처럼 만주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 민족, 정확히는 아이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경제적인 이유로 부모님과 떨어져 살고 있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며 떨어져 있는 부모의 절반 가까이가 한국에 머물고 있다는 아이들. 돈을 벌기 위해 1, 2년도 아니고, 부모의 손길이 가장 필요한 시기에 떨어져 지내야만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솔직히 처음엔 좀 신기했다. 지금 조선족들이 이렇게 살아가고 있구나..조선족의 아이들이 한국이란 나라를 이렇게 생각하고 있구나.. 한 민족이라는 걸 머리로는 아는데 가슴으로 쉽게 받아들이지 못해서 일까..처음엔 이런 아이들의 모습이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그렇지만 곧 미안해졌고, 안타까워졌다. 처음에 왜 내가 단지 신기함만을 느꼈을까 싶어서 더욱더 미안스러웠다. 

 만주에서 조선족이라 불려지며 살아가고는 있지만 우리와 한 민족인 사람들. 
불행한 역사만 없었다면 지금쯤 한국에 살고 있는 아이들과 같이 한 장소에서 뛰어놀며 성장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아이들. 

 한국바람이 불어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살아가지도 못하고, 행여 부모님께서 이혼이라도 하실까 노심초사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 기숙사가 막장이라 여겨져 부모님의 한국행이 싫지만 싫은 티를 낼 수는 없는 아이들. 

 책 속에 담겨져 있는 아이들의 삶 속엔 그 나이때 아이들이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나 희망, 꿈 같은 것들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다. 그나마 다행인건 아이들이 한국이란 나라를 아주 나쁘게만 생각하고 있는건 아니라는 점 정도? 그렇지만 그것도 한국 가요나 드라마를 통해서 알게된 한국의 일부라는 점에서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정말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절로 나오는 묵직한 한숨과 함께 그동안 어쩜 이렇게 이들에 대해서 무관심했을까 싶었다. 아니면 알면서도 외면만 해왔던 것은 아닐까싶어 죄책감이 느껴지기도 했고..

 고민 많은 성인의 얼굴을 하고 있는 아이들 속에서 간간히 그 나이 또래 다운 표정을 짓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지금부터라도, 뭐라도 하게 되면 이 아이들의 삶이, 우리 조선족의 삶이 조금이라도 변화되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지금보다 좋은 쪽으로. 정말 그랬으면 하는 생각이 책을 덮을 때까지, 덮은 이후에도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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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 '아침편지' 고도원의
고도원 지음, 대한항공 사진공모전 수상작 사진 / 홍익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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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랑합니다..고맙습니다..
숫자를 세어보면 고작 다섯 글자, 기껏해야 열 글자 밖에 되지 않는 말이다. 
그럼에도 살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선뜻 건네기가 이상하리만치 쉽지가 않다. 
특히 어떤 도움을 받은 경우 "감사합니다~"라는 말은 예의상이라도 꼭 하곤 하지만 "사랑합니다~"의 경우엔 왠지 낯 간지러운 느낌이랄까? 그리고 설령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느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입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정말 드물다. 물론 이는 나뿐만이 아니라고 스스로 위로를 하기도 하고..

 이 두 말을 제목으로 하고 있는 이 책. 
오랜기간 베스트 목록에 올라와 있기에 관심을 갖게 된 책이었다. 그럼에도 역시나..너무 인기를 얻는다 싶으면 바로 보지 않는 성격상 이제서야 보게 되었다. ^^;; 

 책 속엔 좋은 말과 멋진 사진들이 가득하다. 
그렇지만 화려하진 않다. 오히려 좀 소박하다고 할까? 특히 사진들의 경우엔 전부 공모전에서 상을 받은 작품들인데 하나같이 평범한 사람들의, 그들의 삶을 담고 있었다. 
특별하지 않은..그렇지만 정말 소중한..

 그리고 지은이의 말들.. 그 사람이 책을 통해서 하고 싶었던 말들..
어쩜이리 당연한 이야기인지.. 그런 점에서 감동이 살짝 줄기는 했어도 공감도는 자연스럽게 커졌었다. 역시 모든 것의 시작은 평범함이라는 생각 때문일까? 그 평범함이 참 소박하게, 멋지게 느껴지는 책이었다. 

 그렇지만 약간의 아쉬움은 남았다. 살짝은 특별함을 좀 담았어도 좋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 정도랄까? 앞의 말과는 좀 대조적이겠지만...제목과는 좀 어울리지 않았을지 모르겠지만..그래도 살짝 이 책만의 특별함이 느껴지는 내용이 있었으면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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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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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봤을 땐 무슨 내용인가 싶었다. 그간 공지영씨의 책들 중에 주로 소설을 읽어왔기에 이번에도 혹 소설인가 싶었는데 제목만으로는 도저히 내용이 짐작이 가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데 몇 장 넘겨보고는 소설이 아님을 알게 됐다. 그러자 이번엔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전에 읽었던 에세이(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에서는 아픔 혹은 상실에 대해서 말하고 있어서 읽는 내내 같이 아팠었었는데 이번엔 어떨까 싶었다. 

 주르륵 읽고 나서 얻은 결론은 최소한 이번엔 아픔은 아니구나였다. 아픔이라기보다는 자랑(??) 같아 보였다. 나 지금 이들 덕분에, 내가 지금 이렇게 살고 있어서 행복해요라고. 
때문에 읽는 내내 부러웠고, 배가 아팠다. 부러우면 지는거라는데....책을 읽으면서, 책 속의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단지 부러웠던 것이 아니라 그 부러움에 무릎을 꿇은 것만 같았다.

 책 속엔 지리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스스로 가난해진 사람들, 그렇지만 절대 스스로 불행해지지는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복잡하고, 늘 바빠야만 조금 더 나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도시와는 다르게 그 곳에선 시계 바늘이 무척 천천히 가고 있었다. "소유"에 대한 개념도 남달라서 내 것을 누군가에게 나눠준다거나 함께 무언가를 나눈다는 것에 있어 손해본다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없었다. 물론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일조권이라고 하나? 암튼, 새로 건물을 지을시 햇빛을 좀 덜 받게 된다고 소송을 걸었던 사람들, 정치적인 일로 쫒겨났던 사람들의 경우는 좀 많이 씁쓸했다. 그곳이 지리산임에도 불구하고 이익을 우선시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서.

 책을 읽는 중에 직접 지리산에 가서 이 분들을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참 많이 했었다. 특히 버들치 시인님! 정말이지 꼭 한 번 만나뵙고 싶다는 생각이..^^ 그런데 이런 내 생각을 알기라도 한 듯이 한 방송사에서(아마 MBC였던 듯) 지리산 행복학교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진으로만 봤던 분들의 모습을 방송으로 보니 생각보다 더 편안하고 행복해 보였다. 더불어 행복학교 학생들 또한 그 어떤 명문대의 학생들보다 즐거워 보였다. 

 삶에 관련된 어떤 가치는 판단하는 사람에 따라 이리저리 달라 질 수 있는거라지만 공통적으로 행복을 추구한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것 같다. 또한 내가 꿈꾸던 삶을 살고 있는 다른이의 모습을 보았을 때 느끼는 그 부러움, 시기, 배아픔이란...

 나중에 늙으면 꼭 한적한 시골에 집 짓고, 텃밭 가꾸며 살거야라는 생각을 품고 있는 내게 이 책은 그야말로 자극과 같았다. 지금 내 삶을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해 주었고. 또한 나를 자꾸만 떠밀고 있었다. 생각만 하지 말고 제발 좀 움직이라고. 그래서 읽는 동안 즐겁고, 설레였지만 읽고 나니 좀 씁쓸해졌다. 이렇게 자꾸만 등만 떠밀리다 보면 언젠가는 넘어지지 않을까 싶어서. 그래도! 그런 씁쓸함을 좀 가만해서도! 삶에 활기를 불어넣어줄 만한 멋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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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은 절하는 곳이다 - 소설가 정찬주가 순례한 남도 작은 절 43
정찬주 지음 / 이랑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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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불자가 아니다. 그렇지만 한 때 불자인 척 했던 적이 있었다. 어릴 적에 불교를 믿으셨던 할머니를 따라서 행사가 있을 때마다 절에 가곤 했었다. 절이 바로 동네 뒷산에 있었기 때문에 절에 큰 행사가 있지 않을 때도 종종 친구들과 놀러가곤 했었다. 동네가 외진 시골이었기에 특별히 아이들이 놀 만한 곳이 없었고, 어른들은 모두 농사일에 바쁘셨다. 그때 우리들이 마음껏 뛰어놀고, 때로는 맛있는 간식도 얻어 먹을 수 있는 곳! 바로 절이었다. 덕분에 절은 당시 어린 나의 놀이터였다. 아! 놀기만 한 것은 아니다. 가끔은 스님의 일손을 거들기도 했었다. ^^;; 

 벌써 20여년 전의 일인지라 그때 절에 머무르셨던 스님의 성함도, 스님의 얼굴도 기억이 흐릿하다. 그럼에도 그때를 생각하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아무 걱정없이 뛰어놀 수 있었던 시기였기에. 그래서 그런지 현재는 불자가 아님에도 '절'이라는 공간을 생각하면 절로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낌다. 그때의 산세와 그때의 평화로움이 자동적으로 생각나기 때문이다. 

 2년 전 쯤에 몸과 마음이 천근만근이었을 때, 친구가 바람을 좀 쐬러 가자고 했을 때 나도 모르게 "절에 가볼래?" 했었다. 특정 절을 원했던 것도 아니었고, 그냥 '절'이라는 곳에 가보고 싶었다. 그럼 좀 몸과 마음이 편안해 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때 사정상 멀리 가보진 못했지만 그래도 근처의 작은 절에 가서 기웃(?)거리고 왔었는데 생각했었던 모습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을 생각하고 갔었는데 절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좀 부산했던 것 같다 - 아니었다. 그럼에도 몸과 마음은 한결 가벼워 졌었다. 

 늘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 한 켠에 '절'이라는 공간이 자리잡고 있어서 이 책을 알게 되었을 때 바로 읽어보고 싶었다. 가끔 TV에서 절에 대해서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꼭 가봐야겠다고 마음은 먹는데 막상 실천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았다. 아무래도 정보가 많지 않았고, 시간도 여유롭지 않았고.. 그래도 만약을 대비해서 이렇게 절에 관한 정보가 담겨있는 책을 보고 싶었다. 

 책은 저자분께서 경상도, 전라도, 제주도의 여러 절을 직접 답사를 하신 후에 쓰신 책이다. 절에 관련된 이야기나 발걸음을 옮기면서 보고 느낀 이야기들, 그리고 절에 관한 정보-가는 길이 짧게나마 적혀 있다 - 들. 예상보다 더 기분을 좋게 하는 책이었다. 

 아무래도 다루고 있는 소재가 소재이다 보니 책을 읽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경건해진다. 그리고 편안해진다. 산 속에 위치하여 주변의 환경과 조화를 잘 이루고 있는 절들과 그에 속해 있는 탑들을 보고 있으니 정말 그 곳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 

 '산중불교'라는 말-원래는 그렇지 않았다가 조선 이후 불교 억압정책에 의해 그렇게 됐다는 말도 있다고 한다-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몰라도 왠지 '절'이라고 하면 고요한 산 속에 자리잡고 있어야 할 것 같지만 최근에는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우리 동네에만 해도 도로변에 절이 두 곳이나 자리잡고 있는데 몇 년째 봐도 어색한 모습이다. 이건 단지 내 편견일 수도 있는데 과연 차들이 쌩쌩 달리는 시끌벅잡한 곳에 위치한 절에서 '수행'이라는 것을 할 수 있을까?물론 수행이라는 것이 마음의 문제이니 그렇지 않을수도 있지만..

 이제 겨우 이 책을 딱 한 번 읽었다. 그래 그런지 그냥 좋았다라는 느낌이 대부분이다. 한 번 읽고 고이 간직해야하는 책은 아닌 것 같다. 두고 두고 읽는 편이 이 책에게도, 내게도 좋을 거란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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