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일 - 자정의 시작
임근희 지음 / 정오와자정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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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설고, 낮설기에 새로운 소설, 그 낮섬 속을 헤메이며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까 말까하는 고민의 끈을 부여잡고 있었던 흔하지 않은 책으로
나는 꽤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현실이 아닌 가상의 시공간을
머리속으로 그려보는 재미에 흠뻑 빠져보기도 한 작품이다.

 

소재목의 일상적이지 않음과 작품 전체에 그려져 있는 논리적 환경속에
드러나는 그 어떤 삭막함과 같은 느낌은 미래의 완벽한 사회를 꿈꾸는
소설속의 내용과는 배치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일이다.
이러한 점은 공학도로서의 영향역이 작가의 문체에 녹아있음을 고스란히
느끼게 되고 꽤나 낮설고 이해하기 어려운 감정을 자아내는데 효과적이며
작가의 의도대로 낮섬을 통해 새로운 변화에의 시도를 이끌어 내는데는
적중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소설의 내용은 인간의 기억과 정신을 치료할 수 있는 기억치료제와 정신
치료제를 활용해 불편하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들을 소거하는데
사회적, 국가적으로 앞장서고 인간 개개인의 기억들에 대해 시공간을
넘어 과거와 현재의 조우, 그리고 미래까지의 연결을 꿈꾸고자 하는
SF영화 한편을 보는듯 어지럽지만 과연 이러한 것들이 기정사실화 되고
진보된 사회/국가의 등장이 존재한다면 우리 인간은 인간의 기억과 정신을
치료하는 약에 의존해 인간의 자유로운 영혼의 방을 폐쇄 할 것인지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다.

 

자연적인 내 머리속의 지우개인 치매는 어떤 원인에 의해 기억이 지워지는
병이지만 소설과 같이 불편하고 아픈 기억이나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을
지우는 의도적 기억상실을 과연 우리는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또한 기억을 지우려면 늘 약을 먹어야 하기에 약물중독에 대한 고민거리도
분명 생길것이고 무엇이건 중독된 존재는 행복과는 거리가 먼 존재들이
될 가능성이 많다.
그리고 설령 그렇다고 한들 우리는 행복한 기억만 가득한 세상을 살아간다고
생각하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일지 반문해 보고 싶다.

 

늘 새로움에 목말라 하는 우리의 일상은 전혀 새롭지 않다.
새롭지 않은 일상의 사물과 사람들의 경계를 오롯이 투과하며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의식을 그려보려는 저자의 낮설고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은 그렇게
미래의 어느 시점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변화의 모습을 과감히 거부하게
되는 자신의 모습을 그리게 했으며 미래라는 사회/국가의 주도하에 그려질
인간의 삶 역시 자본주의 사회의 은밀함을 고스란히 담고 있음을 깨닫게
하는데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낮설고 이해하기 힘든 SF 장르이지만 저자의 또다른 책들이 기대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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