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말씀만 하소서 - 출간 20주년 특별 개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네이버 카페 책과콩나무의 지원으로 

                  개인적 의견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자식의 죽음을 부모는 가슴에 묻는다고 말한다.

현실적으로의 죽음을 살아있는 나, 우리의 가슴에 오롯이 묻어 두고두고 살리고자 하는 의미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지만 또 다른 이들은 또 다른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으로 파악한다.

부모의 죽음 이전에 자식의 죽음은 예전에는 불효라 지칭했지만 사람의 목숨이 어찌 순서대로 일까 생각하면 마뜩치 않은 사고방식이라 하지만 보편적인 상황으로의 죽음이란 것이 자식보다 부모들이 먼저 죽음을 맞는것을 생각하면 불효라 생각하는 의식도 이해할 수 있다.

죽음을 대하는 우리의 의식과 생각은 모두가 다르다.

더구나 우리가 사랑해 마지 않는 자식의 죽음이라면 더더욱 우리는 고통스런 죽음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한 사람의 존재로 사랑하는 아이의 죽음에 맞서 오롯이 자신의 미칠듯한 감정과 스스로를 어쩌지 못한 고통을 느끼며 그러한 감정적 사유를 고스란히 글로 적은 고 박완서 작가의 일기를 통해 아들에 대한 절절한 사랑과 그의 죽음이 빚어낸 어머니의 사랑, 어머니로의 자식을 구하지 못한 뼈아픈 독백들을 마주해 볼 수 있는 책을 만나 읽어본다.



이 책 "한 말씀만 하소서" 는 책의 표지에 드러나듯 소설도 아니고 수필도 아니며 고 박완서 작가의 아들을 잃은 통곡의 서(書)로 그녀 자신의 고통과 슬픔을 고스란히 기록한 일기책이다.

참척(慘慽)은 자손이 부모나 조부모 보다 먼저 죽는 일을 말한다. 

죽는데는 순서가 없다고 말하지만 보편적인 우주 만물의 생성과 소멸의 이치에는 역행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바 이러한 참척을 당한 부모는 그저 황망할 따름이자 고통스런 나날들이 바늘방석과 같은 상황 이상으로 느껴질 법하다.

아들의 죽음이 가져 온 상황은 죽음으로만 끝난 것이 아닌 박완서 자신의 삶에 대한 회의와 자신이 믿고 있는 신에 대한 불신과 극심한 신체의 변화를 이끌었고 저자는 그러한 전반적인 상황의 피해자가 되었다.

누군가의 죽음이 우리에게는 내가 걸린 감기보다 더 미약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회, 그러한 우리의 인식을 살펴볼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자식의 죽음 앞에 부모로서 어찌 삶을 살고자 하는지에 대한 스스로의 면죄부를 버리는 일은 지극한 어머니의 사랑이자 책임감과 같은 느낌으로 전달된다.

극심한 정신적 혼란과 함께 먹은 음식물을 모두 토해내는가 하면 빈 속에 늘어가는 술과 그럼에도 불면의 밤을 보내는 등 다양한 상황적 모습들이 우리를 가슴아프게 하며 절절한 자식 사랑의 참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죽음을 통해 부정하고자 했던 신께의 바램을 담아 내고 있지만 이러한 부분들에 있어 우리가 생각하는 생명에 대한 존재의 인식에 대한 깊이 있는 의식을 엿보게 한다.



간절함을 담은 한 마디, '한 말씀만 하소서'를 주문하지만 인류의 역사에 있어 그 대답을 들은 이들은 아무도 없다.

자식의 죽음으로 말미암아 미칠것 같은 부모로의 성정과 종교인, 문학가로의 위치를 떠나고자 했던 고 박완서의 의식은 세상을 피하고자 했던 시간을 지나 다시금 작가로의 삶으로 돌아오기 까지의 과정을 오롯이 그녀의 일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누군가의 극심한 변화, 삶과 죽음의 경계, 또한 신에 대한 불만과 다시 신뢰하기 까지, 고통스런 삶의 시간을 작품으로 승화해 내고자 하는 그녀만의 의식의 변환을 읽어내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어쩌면 이러한 상황을 겪고 있는 또다른 많은 사람들에게는 적잖은 위로와 공감을 통해 새로이 움트는 살처럼 새 날을 살아가게 하는 힘을 얻을 수 있게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해 볼 수 있다.

그 기회를 저자의 일기, 통곡과 회한과 믿음의 서(書)에서 확인해 보길 기원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